서정의 바다 위에 띄워 올린 리얼리즘의 배 한 척 '문진오' [문진오 5 '노래하는 나들']
2013년 발매된 '문진오'의 제4집 앨범 [걷는 사람] 이후 3년만에 나온 '문진오'의 제 5집 앨범이다. 이 앨범에는 '박노해'의 시에 '고승하'가 작곡한 "가리봉시장", '도종환'의 시 "귀가", '권정생' 선생의 시 "애국자가 없는 세상", '김경훈'의 시 "도안응이아의 봄" 등에 '문진오'가 곡을 쓴 세 곡의 노래들과, "길-2"를 포함해 '문진오'가 가사를 쓰고 곡을 붙인 6곡 등 총 10곡의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이 앨범의 전편에는 아픈 사랑의 상처와 치유를 위한 독백("사랑, 외로움")에서부터 서민들의 고단한 일상에 대한 조용한 읊조림("귀가", "가리봉시장"), 그리고 자연과 자연의 순환 과정을 통해 들려주는 삶의 울림("나무", "4월엔", "세월") 등이 서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또한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양민학살에 기적적으로 살아난 간난아기 도안응이아를 노래하며("도안응이아의 봄") 반전과 평화를 호소하고, 아울러 우리 사회의 왜곡된 현실을 고발하면서("애국자가 없는 세상", "내 아이야") 드디어는 아주 단순 명료한 톤으로 우리는 서로 연대하고 협동하고 사랑해야 한다("길-2")고 선언한다. 서정성과 리얼리티의 절묘한 조화, 한마디로 이 앨범은 '서정의 바다 위에 띄워 올린 리얼리즘의 배 한 척'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음악적으로는 마치 '블라디미르 비소츠키'를 연상시키는 중저음의 '문진오'와 허스키하면서도 단아한 음색의 '김가영'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묘하게도 잘 어울린다. 때로는 속삭이고 때로는 절규하고 또 때로는 표효하기도 하면서 서로 다른 음색들이 조화롭게 어우러 그야말로 듀엣 진수의 맛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문진오'는 1989년 안치환의 탈퇴로 메인 보컬의 공백이 생긴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공개 오디션을 통해 정식 단원이 되어 활동해온 싱어송라이터다. '문진오'는 노래로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을 위로해주고, 노래로 그들을 대변하며, 노래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이다. '김가영'도 역시 그러하다. '김가영'은 영남대학교 노래동아리 '예사가락'이 배출한 최고의 여성가수이며, 1993년 노동자 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이후, 특출한 가창력으로 '노래를 찾는 사람들', '천지인', '노래마을' 등에서 활동하며 2장의 독집 앨범을 낸 실력파 가수다.
이 둘이 2013년 포크듀엣 '노래하는 나들'로 맺어진 것은 퇴조해가는 우리의 민중음악사에서는 하나의 사건이다. '노찾사', '꽃다지', '노래마을', '안치환', '김광석' 등으로 대표되는 민중가요 전성기가 홀연히 사라진 지금, '노래하는 나들'은 이번 앨범으로 한국 민중가요사의 맥을 잇는 적자의 자리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문진오'와 '김가영'은 추억만 남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노래하는 나들'의 '문진오'와 '김가영'으로 대중들에게 기억되리라 믿는다. -'유종순' ('유종순'은 시인이자 문화평론가입니다. 시집 '고척동의 밤', 저항음악평론집 '노래, 세상을 바꾸다'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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