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조준호가 '음악으로 쓰는 기행문' 시리즈. 그 여덟 번째. 오로라 체이서 (Aurora Chaser)
오로라를 볼 수 있게 안내해주는 가이드를 '오로라 체이서'라고 부릅니다.
캐나다의 북쪽 끝. 옐로나이프에서 만난 오로라 체이서는 밤 10시쯤 숙소로 저를 데리러 왔습니다.
그리고 몇 군데를 더 들러 일행을 모두 태운 뒤에 마을 밖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우리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는데, 그건 처음 보는 일행끼리 서로 낯설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하늘에는 구름이 덮여 있었고 그건 오로라를 보기 어려울 거라는 뜻이기 때문이었죠.
한참을 달려 도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도착했지만 구름은 막다른 길 너머까지 한참을 펼쳐져 있었습니다.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들려주었습니다.
이 동네에 처음 왔을 때 앞으로 이곳을 떠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요.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에 대해 떠올렸습니다.
숙소에 저를 내려주면서 그는 여전히 구름이 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 위에서 정말 멋진 공연이 펼쳐지고 있을 텐데 장막이 가려져 볼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다음날도, 또 그다음 날도 우리는 만났고
하늘에는 여전히 구름이 가득했으며, 우리는 오로라를 보는 데 실패했습니다.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오로라를 본다는 건요.
그렇기에 매일 밤 우리는 실패했습니다.
별거 아닌 일에 엄청나게 의미부여를 하고 싶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대했던 것을 이루지 못하면 심술이 나는 법이잖아요.
4일째 실패하던 날, 저는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고 마을로 돌아온 한 남자가 다른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가사를 완성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