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조준호가 '음악으로 쓰는 기행문' 시리즈.
그 일곱 번째. 기차 소리(Train Whistle)
'기차 소리'라는 제목을 보고, 혹은 음악을 듣고 나서 어떤 장소를 떠올리셨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어디론가 떠나는 기차의 특성상 그에 얽힌 많은 감정도 있을 테죠. 여행을 시작하는 설렘이나 추억, 또는 누군가와 헤어져야 하는 그리움까지요.
저는 이번에 기차를 통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아픔이랄까. 상실감이랄까. 기차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두 가지의 감정이 맞물리며 연결되는 혼란까지. 그때의 마음을 이 노래를 통해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다녀온 곳은 안동 임청각입니다. 500년 된 고택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로 유명한 곳이죠.
나라를 빼앗기자 이상룡 선생은 모든 재산을 들고 만주로 넘어가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무장 독립운동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운영이 어려워지자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임청각마저 팔아서 독립운동 자금을 조달했죠. 일제는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독립운동가를 9명이나 배출한 임청각의 맥을 끊겠다며 앞마당을 가로지르는 기찻길을 놓아버린 겁니다. 이 공사 때문에 독립운동의 성지였던 99칸 저택은 절반 이상이 강제로 철거되고 말았습니다.
임청각에 머무는 나흘 동안 매시간 기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무언가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옳다고 생각한 일을 해내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의 크기를 가늠해 보았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