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낯설고 생경하다. ‘김동률의 황금가면’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나란히 놓여 있는 것만 같다. 제목만이 아니다. 음악 스타일도 다르다. 새롭고 파격적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안에 김동률이 있다.
팬데믹 시기의 긴 침묵을 깨고 약 4년 만에 발표하는 첫 싱글을 이렇듯 파격적인 스타일로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그의 음악이 전부 발라드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동행 앨범에 수록됐던 디스코 스타일의 ‘퍼즐’이나 답장 앨범에 수록된 펑키한 그루브의 ‘그럴 수밖에’ 등 장르적 다양성이 엿보이는 곡들을 그는 꾸준히 발표해왔다. 하지만 기나긴 팬데믹의 시기를 버텨낸 후, 정말 오랜만에 발표하는 신곡이라면, 가장 자신 있는 장르인 발라드로 컴백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쉬웠을 텐데, 그는 호기롭게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황금가면은 그의 데뷔 이후 가장 빠른 BPM의 곡이다. 그럼에도 올 어쿠스틱 밴드로 녹음되어 미디가 없던 시절의 빈티지한 사운드와 그루브를 정공법으로 재현해낸다. 반복적인 페달 톤의 피아노 코드 위로 마치 무대에서 배우들이 하나둘 등장하듯 악기들이 차례차례 들려온다. 복고풍의 어쿠스틱 드럼 사운드 위를 헤엄치듯 꾸물대는 생생한 베이스 라인. 때론 펑키하게 때론 부드럽게 그러다가도 락킹하게 변하는 기타 연주와 적시에 등장해 공감각을 확장시켜주는 브라스와 스트링. 거기에 더불어 화려한 코러스 라인이 정교하게 흩어졌다 모이며 김동률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곡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특히 후반부에 이르러 쏟아지는 김동률 전매특허의 화성과 선율은 곡의 완성도를 한층 드높인다. 오랜 시간 공들여 다듬어 완성한, 흡사 브로드웨이 블록버스터 뮤지컬의 클라이맥스를 연상시키는 화려하고 생명력 넘치는 반주가 그의 노래와 만나 ‘황금가면’이라는 가상의 히어로물 주제가로 탄생한 것이다.
이 곡의 가사 또한 김동률스러우면서도 김동률스럽지 않다. 기존 김동률 가사와는 다르게 그 시작점은 ‘황금가면’이라는 만화적 상상력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영웅’이 되고 싶다는 엉뚱한 상상. 자칫 뻔한 얘기가 될 법도 한데, 어쩌면 그저 그런 유치한 이야기로 끝날 법도 한데, 잘 짜인 편곡의 흐름과 한 몸처럼 움직이는 가사의 구성은 단호하고 세련되게 이야기를 밀어붙인다. 그렇게 리듬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이 내가 되어버린 듯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낯설면서도 낯익은 소재에서도 김동률은 김동률답게 청자의 마음속 그 어딘가에 끝내 도달해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만들어버린다. 우리는 늘 히어로가 와주길 기다리며 살고 있지만 어쩌면 지금 이 시대의 영웅은 바로 우리 자신이 아닐까, 각자가 각자의 영역에서 주인공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세상이 결국 우리 모두가 꿈꿨던 세상은 아닐까. 노래는 이런 질문을 무심한 듯 툭 던져주고 사라진다.
신나지만 어딘가 울컥하고, 새롭지만 한편으론 반가운, 가장 김동률스러우면서도 김동률스럽지 않은, 그의 디스코그래피 역사상 가장 양가적 매력이 폭발하는 곡이 바로 ‘황금가면’이 아닐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