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타락에 관한 이야기다. 시간을 때우려 집어 든 영화 홍보물에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존은 그 문장이 맘에 들었다. 조금은 어색한 번역 뒤에 문장이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강렬한 맛이 있었다. 존은 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몇 번이나 그 문장을 읇조렸다. 이것은 타락에 관한 이야기다. 이것은 타락에 관한, 이것은 타락에 관한, 이것은...... 팝콘을 튀기는 냄새가 풍겨왔다. 극장의 어두운 구석엔 거대한 팝콘상자를 들고 우적우적 상자에 담긴 팝콘을 씹어 삼키는 사람들이 보였다.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들에게 비만, 체지방과다라는 판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탄수화물과 지방질의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시오. 죄의식과 싸우며 팝콘을 먹는 자들과 멀리 떨어진 곳엔 건강과 매력을 자신하는 청춘들이 시계를 보며 영화시작시간을 기다리며 엉덩이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청바지, 가슴선을 강조하는 최신형 브래지어를 한 여자들 옆엔 멋지게 머리를 빗어 넘긴 남자들이 발끝으로 대리석 바닥을 툭툭 차고 있다. 아직 영화가 시작하려면 20분이나 남았다. 20분 동안 그들 중 대부분은 이것은 타락에 관한 이야기다라는 광고문구를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곤 몇 시간 후 표백제냄새가 풍기는 여관방 침대에서 몸을 섞게 될 남자 혹은 여자 지금 바로 옆에서 팝콘을 먹고 있는 바로 그 남자 혹은 여자에 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의문을 잠시 아주 잠시나마 품게 될 것이다. 혹시 이 남자 혹은 여자 때문에 내가 타락해버린 건 아닐까 아니면 벌써 회복 불가능하게 타락해버린 것은 아닐까 사람에 따라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타락해버린 누군가를 그런 줄도 모른 체 너무도 순수하게 사랑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것은 비극인가 희극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