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아 동방이 군자지국이요 예의지방이라 십실지읍에도 충신이 있고 칠세지아도 효도를 일삼으니 무슨 불량한 사람이 있으리오마는 요순시절에도 사흉이 났었고 공자님 당년에도 도척이 있었으니 아마도 일동 여기야 어찌할 수가 없는 법이었다 중년에 경상 전라 충청 삼도 어름에 놀보형제가 사는데 홍보는 아우요 놀보는 형이라 사람마다 오장이 육본디 놀보는 오장이 칠보라 어찌하여 칠본고 하니 왼편 갈비 밑에 가 장기 궁짝만하게 심술보 하나가 따로붙어 있어 본디 심술이 많은 놈이라 그 착한동생을 쫓아낼 양으로 날마다 집에 들어앉아 심술공부를 하는대 꼭 이렇게 하던 것이었다
[잦은몰이] 대장군방 벌목하고 삼살방에 이사 권코 오귀 방에다 집을 짓고 불 붙는데 부채질 호박에다 말뚝박고 길가는 과객 양반 재울듯이 붙들었다 해가 지면 내어쫓고 초라니 보며는 딴낯 찢고 거사 보면 소구도적 의원보면 침 도적질 양반보며는 관을 찢고 다 큰 큰애기 겁탈 수절과부 모함잡고 우는 놈은 발가락 빨리고 똥누는 놈 주잖치고 맥주병에 오줌싸고 소주병 비상넣고 새 망근 편자 끊고 새 갓 보면 땀내떼고 앉은뱅이는 택견 곱사둥이는 뒤집어놓고 봉사는 똥칠하고 애밴부인은 배를 차고 길가에 허방놓고 옹기전에다 말달리기 비단전에다 물총놓고
[아니리] 과거를 꽉꽉 대놓니 뗄 수가 없지 오오 네가 바로 그 홍보냐 네 이놈 심심하던 차에 잘 왔다 얘 마당쇠야 대문 걸고 아래행랑 동편 처마끝에 지리산에서 박달 홍두께 할려고 처내 온 검목 있느리라 이리 가지고 오너라 이런 놈은 그저 복날 개잡듯 잡아야 되느리라
[잦은몰이] 놀보놈 거동 봐라 지리산 몽둥이를 눈 위에 번 듯 들고 네 이놈 홍보놈아 잘 살기 내 복이요 못 살기도 네 팔자 굶고 벗고 내 모른다 볏섬 주자헌들 마당의 뒤주안에 다물다물 들었으니 너 주자고 뒤지헐며 전간 주자헌들 천록방 금궤 안에 가득가득히 환을 지어 떼돈이 들었으니 너주자고 궤돈헐며 찌갱이 주자헌들 구진방 우리 안에 떼 돼야지가 들었으니 너 주자고 곹 굶기며 싸래기 주자헌들 황계배계 수백 마리가 턱턱허고 꼭꼬 우니 너 주자고 닭굶기라 몽둥이를 들어메고 네 이놈 강도놈 좁은 골 벼락치듯 강짜 싸움에 기집치듯 담에 걸친 구렁이 치듯 후다딱 철퍽
[아니리] "얘 춘향아 우리 한번 업고 놀자" "아이고 부끄러워서 어찌 업고 논단 말이요? 건넌방 어머니가 알면 어떻게 허실라고 그러시오?" "너으 어머니는 소시 때 이보다 훨신 더 했다고 허드라 잔말 말고 업고 놀자"
[중중몰이] 이리 오너라, 업고 노자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이이이이, 내 사랑이로다 아매도 내 사랑아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둥글둥글 수박 웃봉지 떼뜨리고, 강릉 백청을 따르르르 부워, 씰랑 발라 버리고 붉은 점 웁벅떠 반간 진수로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당동지지루지허니 외, 가지, 당참외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니 무엇을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앵도를 주랴, 포도를 주랴, 귤병, 사탕을 혜화당을 주랴? 아매도 내 사랑아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을래? 시금털털 개살구, ' 작은 이 도령 서는 듸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어" "아매도 내 사랑아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빵긋 웃어라 입속을 보자 아매도 내 사랑아
[아니리] "이 애 춘향아 나도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날 좀 업어다오" "도련님은 나를 개벼워서 업었지만 나는 도련님을 무거워서 어찌 업는단 말이요?" "내가 널더러 무겁게 업어달라느냐? 내 양팔을 니 등우에 얹고 징검징검 걸어다니면 다 그안에 좋은 수가 있으니라" 춘향이가 이제는 아조 파급이 되야서 도련님을 '낭군'자로 업고 노는듸
[중중몰이] "둥둥둥 내 낭군, 어허 둥둥 내 낭군 도련님을 업고 보니 좋은 '호'자가 절로 나 부용, 작약에 모란화, 탐화봉접이 좋을 '호', 소상, 동정 칠백리, 일생으 보아도 좋을 '호'로구나 둥둥 어허둥둥 어허둥둥 내 낭군" 도련님이 좋아라고, "이애, 춘향아, 말 들어라 너와 나와 유정허니 '정'자 노래를 들어라 담담장강수 유유원객정, 하교불상송허니 강수으 원함정, 송군남포불승정, 무인블기으 송아정, 하염 태수으희유정, 삼태육경으 백관조정, 주어 인송군남포불승정, 무인불기으 송아정, 하염 태수으 희유정, 삼 태육경으 백관 조정, 주어 인정, 복 없어 방정, 일정 실정을 논정하면, 니 마음 일편 단정, 내 마음 원, 형, 이, 정 양인 심정 탁정타가, 만일 파정으 되거드면 복통절정 걱정이 되니, 진정으로 환정허잔 그 '정'자 노래
[중중머리 = 계면] 어허 이것, 웬말이냐 에잉, 여봐라 청아, 무엇이 어쩌 어이 애비보고 묻도 않고, 네 이거 웬일 못 하지야 못하여 눈을 팔아 너랄 살듸, 너 팔ㅇ라 눈을 뜨면, 무엇 보자고 눈을 뜨고, 철 모르난 이 자식아, 애비 설음을 너 들어라, 너 낳은 칠일만의, 너를 안고 다니며, 동냥젖 얻어먹여, 이만큼이나 장성 묵은 근심 햇근심을 너로 하여 잊었더니, 이것이 웬 일이냐 나 눈 안뜰란다
[잦은머리 = 진계면] 심황후 이 말 듣고, 산호주렴을 걷어버리고, 보선발로 우르르르, 부친의 목을 안고, 아이고 아버지 심봉사 깜짝 놀라 아니, 아버지라니, 뉘가, 날더러 아버지여 나난, 아들도 없고 딸도 없소 무남독녀 외딸 하나 물의 빠져 죽은지가, 우금 삼년인듸, 뉘가 날더러 아버지여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인당수 풍랑중의, 빠져죽던 청이가, 살아서 여기 왔소 어서 어서 눈을 떠서 저를 급히 보옵소서 심봉사가, 이 말을 듣더니 어쩔줄을 모르난구나 아니 청이라니, 에잉, 이것이 웬말이냐 내가 지금 죽어, 수궁의 들어 왔나냐 내가 지금 꿈을 꾸나냐 죽고 없난 내 딸 청이 여기가 어디라고 살아오다니 웬 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어디 내 딸 좀 보자 아이고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제 아이고 답답하여라 두 눈을 끔쩍끔쩍 하더니만 눈을 번쩍 떳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