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의 저녁산같은 모습을 보았는가
언제나 우리 목숨을 앞질러
한발 먼저 오던 세상사의 고단함
어둡게 홀로 앉아
한 생애의 깊은 시름을
온전히 흔들어 거두어 담는
그 아득한 힘을 보았는가
슬픔의 마디마디
육신에 뚫린 젓대 구멍이 되어
한의 저 깊은 바다를
퍼내고 또 퍼내는 그의
저 견딜 수 없는 곡조를
그대여 보았는가
비우고 또 비워서
더 키지는 힘이여 덜고 또 덜어서
더 가득한 혼이여 진양이여
다시 김을 넣어 푸른 소매를 흔들면
가뭇하여라 어느새 봄밤도 중모리로 눕고
중중모리 자진모리를 건너
한도 슬픔도 한 세월의 흔적도
대숲을 적셔 울던 바람처럼
이승 너머로 아주 지고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