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시, 톰 요크와 함께 기억해야 할 '결코 폭발하지 않는 활화산'과 같은 긴장감.
벨맨(Bellman), 노르웨이 라르빅 출신의 청년 '아르너 요한 라우언(Arne-Johan Rauan)‘가 우리에게 한발한발 다가와 들려주는 노래들은 좀처럼 그 속도를 늦추거나 높이지 않는다. 이 일정한 템포가 바로 벨맨의 음악을 구성하는 멜랑콜리의 속도인 것처럼.
노르웨이 라디오 방송국 NRK에서 실시하는 무명 음악인들의 데모 선발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며 활동을 시작한 벨맨은 ‘결코 폭발하지 않는 활화산’이라는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터질 듯 터질 듯하면서 그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가는 활활 타오르기보다는 검게 타 들어가는, 다 설명하기보다는 힌트를 주는, 상당히 억제되고 정제되며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통제하는 스타일이 앨범에서 일관성 있게 유지되고 있다.
벨맨 사운드의 화룡점정으로 더해지는 아르너의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큰 특징으로 자주 언급하고, 안토니 앤더 존슨스의 안토니 헤가티나, 라디오 헤드의 톰 요크, 시규어 로스의 욘시, 뮤의 요나스 비에르나 데미안 라이스 등과의 비교가 납득이 갈 만큼, 무성적(혹은 양성적)이면서도 어딘가 속세를 초월한 듯 높은 고도를 부유하는 음색은 그가 가진 가장 큰 특질 중 하나이다.
꿈결같은 서정적인 멜랑콜리.
흡사 스웨이드(Suede)의 초창기를 연상시킬 만큼 기타 사운드를 싸이키델릭하게 휘발시켜놓은 [Sculpt Me A Dream], 클래시컬한 현악부와 싸이키델릭한 일렉 기타가 함께 소용돌이치는 대곡 [Requiem]도 기억해둘 만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이 앨범 [Mainly Mute]를 웅변적으로 만드는 핵심 트랙은, 의외로 살갑게 다가오는 멜로디의 [Celestine]과 싱글로도 커트되었던 대표곡 [Spaceship, Move Slow!]이다. 이 두 곡은 여느 야심찬 데뷔작들이 그러하듯 자의식의 비밀스러운 코드에 빠지지 않고 자기 색깔을 성공적으로 전달하는 명민함을 보여준다. 특히 [Spaceship, Move Slow!]는 벨맨의 정체를 단번에 설명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갖춘 훌륭한 싱글이라 할 수 있다.
보통 벨맨(Bellman)이라고 하면 벨보이 같은 대상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론 옛날 백성들에게 왕의 명령이나 주변의 알림사항을 종을 치면서 전달해 주었던 직책의 사람을 가리킨다고 한다. 이런 중개자 / 매개체로서의 음악이야말로 아르너가 뜻한 바였고, 그래서 그는 스스로 공간과 음의 중개자가 되어 지금도 자신의 음악을 조각해간다. 서정적인 멜랑콜리, 그 서정성은 결코 늘어지거나 눈물을 짜는 일이 없이, 구름 위에 펼쳐진 외줄을 눈을 감은 채 꿈결처럼 타는 곡예사처럼, 좀처럼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