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일렉트릭 블루스 음악의 선구자 이정선의 데뷔작 (1973년).
소위 ‘마이너스집’으로도 불리는 이정선의 초 희귀 데뷔앨범으로 밴드 시스템을 구축해 포크 록에 가까운 완성도 높은 질감을 시도한 명반.
경쾌한 느낌의 타이틀 곡 '이리저리'와 이정선의 초기 블루스 포크 명곡 '거리'가 수록된 선구적인 음악적 시도가 돋보인 또 하나의 저주받은 걸작.
전곡 24비트 디지털 리마스터링
희귀사진들로 꾸며진 라이너 노트, OBI, 포토카드 포함.
이 땅에 본격적인 일렉트릭 블루스 기타를 선보였던 이정선의 7집 '30대'와 그가 참여했던 신촌블루스 1, 2집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으로 회자된다. 과연 그의 디스코그라피에서 반듯이 거론해야 되는 중요 음반은 그게 전부일까? 아니다. 이정선의 데뷔 초기 음반들은 금지로 얼룩진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대중적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음반들이 많다. 특히 이정선 공식 1집은 대중가요음반사에도 전무한 황당 비화를 남긴 음반으로 유명하다.
문제는 장발 사진이 문제가 된 0집 이전에 그에겐 소위 ‘마이너스집’으로 불리는 진귀한 음반이 한 장 더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발매된 바로 이 이정선의 데뷔앨범이다. 이번에 40년 만에 기적적으로 재발매된 그의 첫 독집은 1973년 별다른 홍보도 없이 세상에 나왔다 사장된 초 희귀음반이다. 이정선의 창작곡들로 구성된 이 음반은 프로가수를 꿈꾸며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한 음반이라기보다는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학비를 벌기위해 단기간에 만든 음반이다.
경쾌하게 시작되는 타이틀 곡 ‘이리저리’에서는 혼성듀엣 ‘원플러스원’의 박헌룡이 듀엣 시스템으로 화모니를 구사한다. 또한 개그맨 고영수, 혼성듀엣 '원플러스원', 김성은, 김성희, 이애리등 상당히 많은 음악친구들이 요소요소에 코러스에 참여해 꽉 찬 사운드를 시도했다. 소박한 기타 반주와 청년 이정선의 담백한 보컬로만 구성된 ‘내게 주는 노래’나 잔잔한 키보드 반주로 노래하는 ‘가려는가’ 그리고 건전가요풍인 ‘모두 다 함께’ 같은 포크 질감의 노래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리듬감이 살아있는 곡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에 이 음반은 포크 록 음반에 가깝다.
이정선은 70년대 팬들에겐 포크가수로 80년대 팬들에겐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는 블루스 뮤지션으로 기억된다. 그의 장르 파괴적 음악행보는 포크, 록, 블루스, 심지어 트로트에까지 방대하게 펼쳐있다. 당대의 트렌드 음악을 의식적으로 배제해 온 그는 자기 색깔이 또렷한 소리여행을 계속해왔다. 팔색조의 음악 스펙트럼을 통해 발산된 그의 음악 아우라는 주류와 언더의 경계마저 모호하게 했다. 그가 연령층에 따라 각기 다른 장르의 가수로 기억하는 것은 이처럼 자유로운 음악어법의 산물이다. 음악도 예쁘고 화려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을 일부로 뺐고 세상에서 잘나가고 있는 것들은 의도적으로 다 피해갔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모자란 듯 투박해 보일 수도 있다. 바로 그 점이 당대의 다른 앨범들과 그의 앨범이 확연하게 차별되는 지점이다. 이정선은 노래를 '이야기'한 한국 블루스 음악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앨범 차원은 아니지만 이 음반에 수록된 ‘거리’라는 곡은 그의 블루스 여정이 이미 1973년부터 시작되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글 /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