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year out…In The Island
굳이 한국말로 하자면 '섬에서의 일년...'이 되지 않을까. 힛트 넘버인 '첫사랑'의 여세를 몰아 바로 발표한 3집 [은하철도999]의 반응 -혹은 실적?- 이 기대에 못 미쳐서인지 3집의 활동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리고 햇수로 3년이 지나 이제 네번째 앨범을 발표하였는데 앨범 타이틀이 '섬에서의 일년...‘ 이다. 마치 득도를 위해 깊은 산으로 들어가는 수도자를 연상케하는 듯한 표현을 통해 임현정은 과연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Accoustic & Natural
임현정의 앞선 세개의 앨범은 모두 모던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거기에 1집은 포크록적인 요소가 가미되었고 두번째 앨범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두드러졌으며. [은하철도999]에서는 재즈적인 감성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임현정은 장르를 뛰어넘어 소리의 질감에 충실하고자 했다. 록, 발라드, 재즈등 다양한 형식의 트랙 모두에게 일관된 것은 accoustic sound와 자연스러움이다. 프로그래밍은 최대한 배제되었고, 현을 비롯한 플룻, 오보, 아코디언 등 다양한 악기가 적절히 사용되었다. 기타, 베이스 등 기본 악기의 톤에도 세심하게 배려함으로써 악곡의 특정 형식보다는 그 악곡을 구성하는 텍스쳐에 충실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임현정 특유의 음악적 감성을 표현해내고 있다.
사랑
이전 앨범(특히 1, 2집)에서는 진지한 내적 고민에 밀려 다소 소홀한 듯한 사랑이 이번 앨범에서는 주된 표현이 되고 있다. 임현정은 가슴 아픈 사랑에 눈물 짓지만, 사랑의 설레임과 즐거움을 흥겹게 노래하기도 한다. 때로는 동성간의 사랑에도 관심을 보이며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조차 사랑의 싯구로 바라본다. 적어도 이번 앨범만을 생각할때, 임현정의 사랑은 이성간의 사랑을 포함한 모든 사물 혹은 사실의 본질이며, 그 본질을 바라보는 눈이다.
作家이고 싶은 임현정
임현정은 몇 안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중 하나이다. 임현정 역시 싱어송라이터로 불리워지는 데에 대해 인정을 하지만 정작 본인은 싱어송라이터 대신 작가라는 말을 좋아하고 또 그렇게 되고자 한다. 널리 알려진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작품명이 세 장에 이르는 앨범 타이틀로 쓰였다는 사실은 임현정이 作家라는 표현을 오랫동안 생각해왔음을 말해준다. 그럼 이번 앨범의 타이틀이 임현정 앨범의 '전통'에서 벗어난 건 왜일까? 아마도 임현정 본인은 이번 앨범을 통해 作家로서의 자신감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굳이 다른 작가(소설가 혹은 감독)의 작품명을 빌지 않아도, 일년으로 상징되는 오랜 기간 동안 '섬'에서의 머무름과 이의 결과물이 본인에게는 충분히 훌륭한 작품임을 드러내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b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