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1979년 각각 솔로로 데뷔한 정태춘, 박은옥이 10번 째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
그간 여러 레코드사에서 발표했던 음반들과 재편집물인 <골든 앨범> 등이 출시되고 있었으나,
정태춘, 박은옥이 직접 제작 발매하던 6, 7, 8, 9집과 발췌곡집 1., 2.는 정태춘, 박은옥 스스로에 의해 모두 절판됐고, <20년 골든앨범>으로 재정리 출시(유니버설)하고 있다.
10집 앨범,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는 정태춘 박은옥이 이렇게 2001년도의 앨범 정리 작업을 마치고 내놓는 정규 신곡 앨범이다.
모두 정태춘이 작사, 작곡한 10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아치의 노래', '동방 명주 배를 타고', '리철진 동무에게', '선운사 동백꽃이 하 좋다길래', '오토바이 김씨', '정동진 3' 등 6곡은 정태춘이 '빈 산', '봄 밤'은 박은옥이 솔로로 부르고 '압구정은 어디'와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는 정태춘 박은옥이 부분적으로 나누어 부르며, 듀엣으로 화음을 구사하는 노래는 없다.
<b>딴 세상을 꿈꾸는 정태춘의 희망이 솔직하고 절절하게 배어있는 노래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 </b>
이번 음반은 크게 서정적인 부분과 리드미컬한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정태춘 박은옥의 기존 서정성이 연장된 곡들로는 박은옥이 부른 '봄 밤', '빈 산'을 들 수 있고(투명하고 우수 어린 음색과 꾸밈없는 창법으로 이 앨범의 리드미컬한 경쾌함의 무게중심을 이룬다)
나머지 곡들은 시사성과 리듬이 강조된 곡들이다.
(특히, '정동진 3.'와 '압구정은 어디'의 경우 '별달거리', '굿거리' 민요 장단을 양악기로 구성된 그의 밴드에 의해 모던하게 연주된 특기할 만한 곡들이다.)
정태춘이 선험적으로 체득한 서정성과 이에 기반하고 사회적 문제의식을 담지하며 절망과 희망 사이를 넘나드는 시사적 서정성('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이 80년대 이후 정태춘의 가장 그 다운 모습이라면(그래서 이 곡이 타이틀곡으로 오름), 시종 비주류인으로서의 외로움 가득한 자기 독백('아치의 노래')이나 허무적인 풍경화('빈 산')가 불안감이 그 근저에서 부글거리고 있었음을 고백하고 있고, 또 어쩔 수 없는 주변의 작은 것들에 관한 애잔한 관심('동방명주 배를 타고')과 이 사회에 대한 혐오와 연민의 외침('오토바이 김씨') 등도 이 앨범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b>라이브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돋보이는 노래들! </b>
이번 앨범속에는 약간의 여백과 낮은 울림(박은옥의 두 노래) 외에 모던한 리듬감이 넘친다.
정태춘이 늘 해 보고 싶었던 그 방식의 <경쾌한 빗트에 실린 의미>가 크고 작은 사회적 메시지나 문학적 영상으로 담겨 그의 새로운 작업에 대한 애정과 재미가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대로 외부의 전문 편곡자나 레코딩 세션맨에 의지할 수는 없었다.
그와 수년간 음악 작업을 함께 해 온 젊은 연주자들 각자의 창의성 있는 연주와 그 조합으로만 가능할 수 있었다.
'리철진 . . .'과 '압구정은 . . '을 편곡한 박만희와 '빈산'을 편곡한 신지아가 그들 멤버인 것처럼 특별히 '빈 산'의 별도 의뢰(최성규 팀의 편곡, 연주) 부분을 제외하고는 아주 라이브하고 자유스러운 연주가 앨범 전체를 일관하고 있다.
듣는 이들은 이번 앨범에서 두 개의 악기가 주는 긴 여운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봄 밤'에서의 비극미 가득한 클라리넷 전주와 간주, '동방 명주 배를 타고'에서의 애잔한 얼후의 연주가 그것이다.
기존의 클라리넷 연주와는 전혀 다른, 아주 단순하면서도 이국적 이미지의 비극성과 독특한 음색의 얼후 연주가 주는 페이소스가 정태춘 박은옥의 노래에 얹혀진다.
(얼후는 중국 국립관현악단 소속의 리후아씨가 연주했다.)
<b>수록곡 소개</b>
『봄 밤』
82년경에 만들어진 국악조의 멜로디를 최성규 씨가 이국적으로 편곡, 연주한 노래
『동방 명주 배를 타고』
정태춘이 배로 제주에 가는 길에 황혼의 연안부두에서 만났던 단둥 가는 배에 관한 단상
『압구정은 어디』
조선조 한명회가 주로 놀았다던 압구정이라는 정자는 지금은 없고, 현재의 그 언저리 풍경을 연민으로 접근한 노래.
독특한 리듬과 흥얼거림, Violin의 선율, 멀리 배치된 민요 창의 어울림 등 여러 음악적 배려가 느껴지는 노래
『오토바이 김씨』
퀵서비스 배달원이 테헤란로를 달리며 지금 우리의 많은 이웃들을 만나고, 정태춘은 그 이웃들이 그들의 현실과 부대끼는 모습을, 그들에게 아직은 21세기가 아니라는 또, 이 현실로부터 탈출해야 함을 '괜히 혼자' 절규한다.
『빈 산』
근작이다. 리얼리티로서의 서정성이 주조이며, '봄 밤'과 함께 슬픈 노래이다.
『아치의 노래』
정태춘 박은옥이 집에서 기르는 잉꼬 한 마리와의 대화. 새장의 잉꼬는 바로 그 자신이다.
『리철진 동무에게』
영화 <간첩 리철진>을 본 날 <전교조 합법화 기념대회>에 가서 축가를 부르고, 리철진은 <인간>으로서 여기 어디에나 있고, 그런 류의 비극은 우리 사회 어디에나 존재하고, 하물며 축하와 희망의 행사장 언저리 어디에나 아직도 감추어져 있고. 피아노의 아르페지오 위에 아코디언과 violin의 대화가 인상적이다.
『선운사 동백꽃이 하 좋다길래』
노래로, 시로 많이 음송된 선운사에 가서 다소의 실망과 투덜거림을 농담조로, 불교적으로 독경하듯이 부르는 노래
『정동진 3』
몇 년 전 그가 멕시코 북서부 '바하 캘리포니아'라는 긴 반도의 시골에 들른 적이 있었고, 그 기억과 태평양 너머 '정동진'에서 그 곳을 다시 기억하며 부르는 형식의 노래.
민요 장단을 전혀 모던한 양악 리듬으로 치환하여 힘찬 분위기 속에 남루한 제 3세계 사내들, 미국 샌디애고의 풍요, 그 절망과 무지개 같은 희망들 등등을 새로운 방식으로 노래, 낭송한다.
정동진 1.과 2.는 98년도에 박은옥이 발표한 두 개 버전의 노래이고, 이번 3.은 새로운 노래이다.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
전에 발표된 『92년 장마, 종로에서』와 같은 계열의 노래로, 세상의 절망과 희망에 관한 노래이다.
『92년. . .』 곡 보다 개인사적인 분위기가 강해 그 곡과의 연상이 잘 안될 수도 있으나 여전히 딴 세상을 꿈꾸는 정태춘의 희망이 솔직하고 절절하게 배어나는 곡이다.
앞부분, 박은옥의 여린 슬픔과 후반부 정태춘의 힘찬 호소가 대비되며 이 앨범 전체의 진정성과 서정성을 담보하는 노래이다.
[공연 보도자료 중 발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