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의 지직거리는 잡음이 삽입된 조용한 연주곡 ‘Intro (Going To The New World)’는 현재 이들의 심정을 대변한 제목으로 보인다. 텀이 길긴 하지만, 3집과는 어느 정도 음악적 연관성을 지을 수 있는 음반이다. 다만, 뉴웨이브적인 요소와 락이라는 추를 양쪽에 놓았을 때, 뉴웨이브쪽으로 바늘의 방향이 더욱 치우친 느낌이다. 쉽사리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김준원의 목소리는 오히려 새로운 사운드 메이킹의 노른자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상처와 흉터 (So Cold)’, ‘Pray’ 등 인터뷰에서 김준원이 한 이야기대로 ‘파티’의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곡들이 주로 수록되었고, ‘Fire Wire’는 한번만 들으면 하루종일 머릿속에서 클라이막스를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중독성이 강한 곡이다...
H2O는 1986년 "멀리서 본 지구"가 담긴 45rpm싱글로 데뷔했다.
"안개도시"가 수록된 1집까지 밴드의 음악은 당시 유행하던 팝 적인 헤비메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1991년 공개된 두 번째 음반에서 H2O는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낸다. 특히 이 멤버들이 1980년대 한국 헤비메틀을 대표하는 슈퍼 밴드(보컬: 김준원, 기타: 박현준, 베이스: 강기영, 드럼: 김민기)였다는 점에서 음악적 변화는 더욱 중요했다. 간결한 리듬 위주의 기타와 미니멀 한 리듬파트, 그리고 분열적인 감수성을 드러내는 보컬. 얼터너티브, 혹은 (미국식으로 한다면)잼 밴드와 비슷한 음악을 내 놓은 것이다. 1993년 멤버교체 없이 내놓은 3집은 좀 더 꽉 짜여진, 하나의 유기체처럼 느껴지는 멤버들의 감수성이 음반 전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