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젊은 음악의 아이콘으로 기억될 싱어송라이터 이장희의 2집. 전자음이 배제된 순수 포크의 결정체로서 이장희 음반 중 가장 희귀한 앨범. 송창식이 훗날 히트시킨 <애인>과 <비의 나그네>, 11분에 달하는 숨겨진 포크 명곡 <꿈 이야기>와 대중가요 최초의 토크 송 <겨울 이야기>가 수록된 불후의 명반.
1970년대 청년문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흔히 김민기, 한대수를 언급한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가장 각광받은 싱어송라이터는 단연 이장희다. 그는 뮤지션, 방송인, 음반 제작자, 그리고 사업가로 다방면에 걸쳐 멀티플레이어적 재능을 과시했던 인물이다. 또한 음악적으로는 기타리스트 강근식과 포크와 록을 결합한 '포크 록' 사운드로 한국 포크의 새 지평을 열었던 70년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파워음악인이었다.
이번에 재발매된 이장희의 1집, 2집은 최대 히트 앨범인 3집(1973년) 이전에 발표된 포크의 원형질을 담은 숨겨진 노래들의 무진장 담겨있는 걸작이다. 70년대의 전설적인 포크 시리즈 음반인 유니버샬레코드의 <영 페스티발> 1집과 4집으로 장식한 이 앨범들은 그동안 실물구경이 쉽지 않았던 음반들이다. 생소한 무그 음악과 소박한 통기타 반주로 구성된 앨범 수록곡들은 그야말로 청년 이장희의 순수했던 데뷔 초창기 음악을 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2년 11월, 화가친구 이두식이 재킷 디자인을, 음악강근식이 기타연주로 참여한 첫 앨범이 발표되었다. 콧수염을 기르고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는 파격적인 이장희의 모습이 인상적인 데뷔앨범에는 9곡의 창작곡과 하나의 번안 곡 등 총10곡으로 구성되었다. 소박한 통기타 반주와 실험적 무그 음악이 간간히 선보이는 이 앨범은 발표당시 ‘철두철미한 자작곡의 본격포크송 앨범으로 근래 가장 큰 디스크수확의 하나’라고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친구여>. <내 마음을 채워주오>, <그 여인 그 표정>, <안녕>, <그대여 속삭여줘요>, <그애와 나랑은>, <무지개>. <아무도 모르는 집>은 이장희의 창작곡이고 강근식 곡 <아빠의 자장가>는 강근식 곡이고 <밤. 바람. 마음>은 번안곡이다.
이장희가 발표한 수많은 음반 중 가장 희귀한 앨범은 콧수염을 자른 준수한 청년 이장희의 사진이 장식된 <영 페스티발 4집(1973년)> 그러니까 그의 2집이다. 총 7곡 중 이장희의 창작곡이 5곡이고 조동진곡과 번안 곡이 한곡 수록되었다. 이 앨범은 전자음이 배제된 순수 포크의 결정체다. <헝크러진 내 머리>, 송창식이 훗날 히트시킨 <애인>과 <비의 나그네>, 그리고 조동진 곡 <마지막 노래>, 번안곡 <내사랑 제인(Lady Jane)>, 무려 11분에 달하는 한국 포크의 숨겨진 명곡 <꿈 이야기>와 토크 송 <겨울 이야기>, 그리고 <그대여 눈을 감아요>까지 이 앨범은 실로 명곡의 성찬이다. 특히 <겨울 이야기>는 대중가요 가사에 언문일치를 도입한 최초의 토크 송으로 기록되어 있다.
포크와 록을 넘나든 이장희의 음악은 대중가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70년대 젊은 음악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다. 이번에 묶음으로 재발매된 그의 1, 2집은 포크 록으로 각인된 전성기 음악이전에 소박하게 노래한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낭만을 전해주는 명반들이다. 음반 자체가 워낙 희귀해 들어볼 수 없었던 이 음반에 숨겨진 노래들은 40여년 만에 새 생명을 부여받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동안 재발매 명반 리스트에서 제외되어 있던 그의 중요 음반 두장이 이제라도 지금의 대중에게 소개되어 반갑고 다행스런 마음이다.
제 연인의 이름은 경아였읍니다. 나는 언제든 경아가 아이스크림 먹는 것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제가 경아의 화난 표정을 본 적이 있을까요? 경아는 언제든 저를 보면 유충처럼 하얗게 웃었읍니다.
언젠가 저는 경아의 웃음을 보며 얼핏 그 애가 치약거품을 물고 있는 듯한 착각을 받았읍니다. 부드럽고 상냥한 아이스크림을 핥는, 풍요한 그 애의 눈빛을 보고 싶다는 나의 자그마한 소망은, 이상하게도 추위를 잘 타는 그 애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을 아프게 했읍니다.
우리가 만난 것은 이른 겨울이었고, 우리가 헤어진 것은 늦은 겨울이었으니, 우리는 발가벗은 두 나목처럼 온통 겨울에 열린 쓸쓸한 파시장을 종일토록 헤매인, 두 마리의 길 잃은 오리새끼라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거리는 얼어붙어 쌩쌩이며 찬 회색의 겨울바람을 겨우 내내 불어 재꼈으나, 나는 여느 때의 겨울처럼 발이 시려서 잠 못 이루는 밤을 지내본 적은 없었읍니다. 그것은 경아도 마찬가지였읍니다. 우리는 모두 봄이건 여름이건 가을이건 겨울이건 언제든 추워하던 가난한 사람들 이었읍니다. 우리에게 따스한 봄이라는 것은 기차를 타고 가서 저 이름모를 역에 내렸을 때나 맞을 수 있는 요원한 것이었읍니다.
마치 우리는 빙하가 깔린 시베리아의 역사에서 만난 길 잃은 한 쌍의 피난민 같은 사람들 이었읍니다. 우리가 서로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열아홉살의 뜨거운 체온 뿐 그 외엔 아무 것도 없었읍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외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가 그 겨울을 춥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는 것은 나의 체온엔 경아의 체온이, 경아의 체온엔 나의 체온이 합쳐져서, 그 추위만큼의 추위를 녹였기 때문입니다.
경아는 내게 너무 황홀한 여인이었읍니다. 경아는 그 긴 겨울의 골목 입구에서부터 끝까지, 외투도 없이 내 곁을 동행해 주었읍니다. 그리고 봄이 오자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헤어졌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