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인디'라는 꼬리표로부터 자유롭다.
그들은 '모던록'이라는 장르로부터 자유롭다.
그들은 '밴드 사운드'라는 편성으로부터 자유롭다.
지난 2005년 <<Just POP>> 앨범으로 한국 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마이앤트메리. 'Just pop'이라는 말은 바로 이번 음반 <<Drift>>에 붙여야 한다. 이제 마이앤트메리는 그 동안 따라다니던 '인디'의 꼬리표를 떼어냈고, 모던록이라는 장르로부터 역시 자유로와졌다. 하지만 그 동안 수많은 평론가들이 인정했던 뛰어난 음악성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토마스 쿡'이라는 솔로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도 했던 정순용의 시크(chic)한 보이스 컬러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각 멤버들의 조화가 돋보이는 음반이기도 하다. 그렇게 지난 10여년간 점멸했던 '홍대앞 인디 씬'으로 부터 발전적인 졸업을 해낸 마이앤트메리인 것이다.
앨범 <<Drift>>는 프론트맨 정순용을 비롯해 한진영과 박정준, 모든 멤버들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앨범이다. 전곡을 3인이 공동작업으로 완성했다. 역시 그 결과물은 어느 한 파트가 지나치게 두드러지는 것을 배제하고 모든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들이 골라낸 악기 사운드들은 다채롭고 또 자유롭다. 이것이 바로 기타팝 일색인 한국 모던록계, 혹은 한국 밴드 사운드의 한계를 극복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언제나 밝고 호쾌하지만 심지가 굳은 친구와 만나는 느낌이다.
'자유로운 팝' 음악들.
앨범 <Drift>의 키워드는 바로 '자유'다. 악기 구성으로부터 리듬, 그리고 사운드 운용에 이르는 모든 부분이 자유롭다. 때로는 기타 팝의 한계를 넘지 않아 모던록적인 느낌이 강하기도 하지만 때로 올갠 사운드가 전체를 지배하는 콤보 스타일의 사운드로 승부하기도 한다. 8비트나 16비트의 록 리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브레이크 비트의 느낌을 주는 바운스, 혹은 보사노바의 터취로 리듬 트랙을 구성하기도 한다. 이것은 홍대 앞 인디 씬의 밴드들이 장르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이 때, 가장 앞서나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업템포의 타이틀곡 <With>는 신나면서도 오버하지 않는 안정적 리듬 속에서 찰랑거리는 기타 스트로크와 정순용의 매력적인 음색의 보컬이 대화하듯 움직이는 곡이다. 드라이브감이 강한 리듬 위에서 종횡하는 멜로디라인은 대중적인 히트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든다. 찬란하고 밝은 코드워크와 수사법보다는 진실성 가득한 가사가 이뤄내는 자유로움은 이번 음반 전체를 지배하는 정서이기도 하다.
그에 이어 들려오는 <반지를 빼면서>는 마이앤트메리의 팬들 사이에서 조용히, 하지만 오랫동안 히트할만한 곡이다. 절규하지도 않고 상당히 드라이한 멜로디라인으로 승부하지만 짙은 슬픔이 배어 나오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정순용의 시원스러운 고음이 지나며 들려오는 피아노 간주의 부분은 세련된 정서로 다가온다. 앞으로 오랫동안 마이앤트메리라는 밴드를 기억하게 만들만한 내공이 담겨있는 넘버다.
또한 <랑겔한스>에서 들려주는 보사노바는 장르의 한계 속에서 움직이는 밴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모던록의 한계를 확연히 벗어난 증거일 뿐만 아니라 이들이 장르에 기대지 않는 자유로운 팝 그룹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곡이다. 드라이톤과 기복이 확실한 보컬의 멜로디라인이 뛰어난 조화를 이루고 있는 트랙으로 음반 전체를 차근차근 들어본 이들만이 발견할 수 있는 '숨은 진주'다.
<<Drift>>는 단번에 귀를 사로잡아 단 세 번만에 질리는 음악들과는 달리 들으면 들을수록 음반의 가치가 높아진다. 이것은 마이앤트메리의 안정적인 연주와 노래가 가지고 있는 힘이다. 스탠다드한 팝 음악 속에서 최대한 자유로운 다채로움을 간직한 음반. 어느 장르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자유로움. 그것이 바로 마이앤트메리라는 밴드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인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