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핀…<허클베리핀>이라는 이름이 책 제목 이상이라는 사실은, 음악에 조금만 귀를 내 주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정규 앨범 3장만으로 이 정도의 유명세를 갖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각각의 앨범이 모두 그 만큼의 가치가 있고 탄탄한 앨범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2년 반 만에 정규 앨범이 아닌 싱글 앨범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우리 나라에서 싱글 앨범들이 성공한 사례가 없음에도 이들이 싱글 앨범을 발매한 것은 아직까지도 허클베리핀의 1, 2, 3집이 그 여운과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고 있으며, 특유의 중독성과 라이브의 통쾌한 매력으로 이들의 음악 일상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허클베리핀의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는 음악 평론가들이나 관계자들 사이에서 유명한데, 그것은 이들 만큼 자신들의 곡과 음악에 온 힘을 쏟아 붓는 밴드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러한 자세는 이번에 발매된 싱글 앨범에서도 어김없이 그 진가를 발휘한다. 셀프 타이틀의 첫 싱글인 만큼 더욱 집중하여 정성을 쏟아낸 흔적이 역력하며, 그 정성이 청자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갖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들이 온다’라는 앨범의 첫번째 트랙 제목부터 범상치가 않다. 이 곡은 일렉트로닉한 사운드와 반복적인 루프로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으며, 이제껏 들어온 허클베리핀의 다른 곡들과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앨범의 초반부터 이목을 집중 시키는 강한 임팩트가 느껴진다. 두번째 곡 ‘휘파람’ 역시, 여타의 허클베리핀의 노래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잘 다듬어진 멜로디 라인에 정직하고 차분한 이소영의 보컬은 차갑게 들리는가 하다가도, 어느새 따뜻하게 감싸는 느낌으로 그 표현의 성숙함을 느낄 수 있으며, 곡 전체에 흐르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간다.
세번째 곡 ‘낯선 두 형제’는, 세곡 밖에 안 되는 싱글 앨범이지만 허클베리핀이 이번 앨범에서 가장 비중을 두고 작업한 곡임을 알 수 있다. 한층 더 거칠고 파워풀한 이소영의 보컬이 거친 기타 사운드와 찰떡궁합을 이루어 보다 Rocking 하고 긴장감이 감도는 꽉 찬 사운드를 선사한다. 간주 부분에 곁들여진 만돌린 연주는 이 곡의 빼 놓을 수 없는 백미라 할 수 있는데, 곡의 완성도를 배가 시킬 뿐만 아니라 200차례가 넘는 녹음 끝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그 정성이 단연 돋보인다.
이번 앨범은 다방면으로 허클베리핀의 진보가 엿보이는 앨범이다. 각각의 곡이 모두 4집의 각오와 다짐을 의미 하는 듯 단단하고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4집 발매 전의 출사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07년 새해의 시작은 <허클베리핀 싱글 앨범>을 들으며, 혹, 앨범을 듣는 것만으로 부족하면, 이들의 (에너지 넘치기로 정평 나있는?) 라이브 공연을 즐기면서 4집을 기다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