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of color 2 (색깔 속의 비밀 2)
타이틀 곡 : 사랑한다
여러분께.
이번 앨범은 그야말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척 신경 쓰였고 초조하게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한 곡 두 곡이 모이면서 어느 정도의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고는 있었지만 한국 가요계가 썩 희망적인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그리 신이 나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럴수록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겨나게 됐고 급기야 미국행이라는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결국 내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음악을 만들었다고 위안하며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녹음하는 동안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반려자가 옆에 있어 든든했고, 좋은 음악이 있기에 너무나 즐거웠고, 훌륭한 뮤지션과 함께 했기에 신이 났습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고 이제 그 결과물을 가지고 대중 앞에 서지만 어깨가 무거운 것만은 감출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나의 끝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인, 나의 의무이자 사명인 노래를 하기 위해서 다시 이 앨범을 펼쳐 보입니다.
이승철의 9번째 앨범 <the secret of color 2>는 지난 1994년 발매된 4집 앨범, <색깔 속의 비밀> 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의 연속적인 타이틀일 수도 있는 이 앨범은 1편에서 보여준 뉴욕 스타일의 재즈, 블루스, 아카펠라, 락, 힙합 등의 다양한 음악장르를 이번에는 LA 스타일로 그 느낌을 바꿔보았다.
같은 장르, 다른 느낌
먼저, 두 앨범의 공통점은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공동 작업을 했다는 점이고, 또 다른 점이라고 하면 4집 때와 거의 비슷한 느낌의 장르를 재시도 했지만 LA 특유의 사운드로 만듦으로서 그 느낌이 4집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4집 아카펠라 곡 ‘겨울 그림’은 뉴욕 보이시스가 편곡과 노래를 맡아 우아하고 깊은 재즈 아카펠라를 만들어 냈는가하면, 이번 9집 아카펠라 '눈물자욱'은 All 4 One이 좀 더 밝으면서 팝스러운 아카펠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같은 미국 음악 스타일이라도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중성과 음악성의 중간에서의 가요
이승철이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은 4집 앨범에서 느꼈던 대중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었다. 당시 이승철의 모든 앨범은 8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나 4집 앨범은 의외로 40만장에 그쳤다. 물론, 방송 활동 정지 등 악재도 있었으나 음악적으로는 최고의 평가를 받은 앨범이 대중적으로는 크게 호응을 받지 못했던 현실로 인해 음반 판매량이 저조했던 것이다.
<색깔 속의 비밀>은 뉴욕으로 건너가 4개월 이상을 녹음하면서 앨범 제작초기부터 마무리까지의 전 과정을 마쳤기 때문에 팬클럽 같은 중간 모니터링의 필터 역할이 없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대중성을 간과한 채 음악적 욕심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에게 명반이라는 음악적 가치를 인정받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번 9집 앨범 색깔 속의 비밀 2, <the secret of color 2>에서는 그때의 교훈을 삼아 미리 한국에서 6곡을 받아 타이틀곡까지 정해놓고 녹음을 시작하면서 All 4 One을 만나 추가로 3곡을 받는 등의 예상치 못한 행운까지 겹쳐 대중적인 면에서도 손색이 없는 앨범이 되었다.
LA 뮤지션들, 톱이 아니면 원하는 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총 17명의 톱 세션맨들이 참여한 이번 앨범은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갖고 있는 초특급 뮤지션들이라 할 수 있다.
드럼-존 로빈슨, 릭키 로슨, 그렉 비조넷
기타-마이클 랜더우, 앨런 하인즈
피아노-랜디 월드맨,팀 하인즈
베이스-존 펜야, 닐 스투벤하우스
브라스세션-제리 헤이
퍼커션-루이스 콘테
엔지니어-스티브 핫지
모두 마이클 잭슨, 자넷 잭슨, 마돈나, 스팅, 프린스, 엘튼 존,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에릭 클랩튼 등 이루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경력을 가진 세계 초일류 뮤지션들이다.
현재 국내 가요팬 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음악만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의 공통적인 불만은 국내 가요의 수준 미달이다. 그들은 매주 발표되는 빌보드 차트와 오리콘 차트를 꿰뚫고 있으며 그 만큼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만큼 한국 가요계가 따라가 주길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어떡하면 가요의 수준을 한 차원 올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선 역시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들의 연주 실력과 녹음 방법의 노하우 등 우리가 배워야 할 것과 접목 시킬 것들을 적절히 조화시켜 또 하나의 가요를 만들어 내는 것, 그 길만이 멸종 위기에 있는 우리 대중가요를 살리는 길인 것이다. 바로 그런 생각 때문에 이승철은 다시 한번 "색깔속의 비밀 2"를 만들게 된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