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인 감성과 감각적인 사운드가 담긴신 세대 락밴드 지킬의 탁월한 데뷔작
[The Message For Hyde]
1999년 ‘달리아’라는 4인조 락밴드로부터 출발한 ‘지킬은 2003년 새로운 음악과 밴드명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지킬은 서울과 지방의 클럽 그리고 각종 행사공연장을 통해 그들의 존재를 조금씩 알리다가 2004년 K-rock championship등의 락경연대회를 통해 국내 락매니아들에게 조심스럽게 그들의 이름과 음악을 선보이게 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절실하게 바래왔던 것은 ‘공연장의 열기’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바로 음반이라는 매체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인식시키고, 자신들의 음악과 감성을 전달하길 그들 스스로 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킬’의 1집 ‘The message for hyde..'
이 앨범은 사실 지난 수년간 여러차례에 걸친 데모와 녹음작업을 통해 만들어 진 그들의 첫 번째 앨범이다. ‘하이드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뜻의 이번앨범은 그들의 팀명에 기반을 두고 지어진 타이틀이다. ‘지킬’이란 선함과 동시에 존재하는 내면의 악, ‘하이드’는 어찌보면 이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들에게 내재되어있는 것일수도 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에서 따온 그룹명처럼 양면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4인조 밴드 지킬의 음악에는 신세대 특유의 감성이 담겨 있다. 정통 헤비메탈에 뿌리를 두지만 얼터너티브와 펑크의 요소 또한 이들의 중요한 음악적 특징을 이룬다. 물론 이들의 음악에서 중심축으로 자리하는 것은 멜로디이다. 한 번만 들어도 입으로 자연스럽게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감성을 지닌 멜로디 라인을 바탕으로 신인답지 않은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블랙홀의 주상균이 프로듀스를 담당했다. 감성적이며 역동적인 ‘Mercy’와 ‘Alone’을 비롯하여 서정적인 ‘念’, 팝 펑크 스타일의 ‘Feel Me Now’ 등이 수록되었다.
그들의 음악은 때로는 강렬하고 거칠지만, 때로는 아름답고 서정적이다. 그야말로 ‘지킬’이라는 팀이름 속에 그들의 음악과 이야기는 이미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Rock(락)’음악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들... 거칠고, 정제되지 않고 파괴적인 모습들...‘지킬’은 이런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 준다. 가슴속에 깊이 전달되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노랫말과 멜로디...이런 것들이 거칠고 직선적인 락음악의 테두리안에서 전혀 어색하고 자연스럽게 녹아내리고 있다. 만약 당신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감성을 느낄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지킬’의 1집 'The message for hyde'를 만나 보자. 매일 매일의 삶속에서 겪는 물질만능과 이기주의의 팽배속에서 내 안에 숨겨져 왔던 “감성적인 나”의 모습을 찾아보자...결국 ‘하이드’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곧 ‘잃어버렸던 나’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 지킬1집 앨범리뷰 ]
서정적 감성과 격렬한 락 음악이 공존하는 감각적인 사운드
지킬이 결성된 것은 2003년 8월이다. 실용음악과에 다니고 있던 베이스주자 김영배와 역시 실용음악과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보컬과 기타를 담당한 심승식이 결성한 그룹으로, 그 후 10월에 기타리스트 카키(Kaki)와 드러머 산(山)이 합류했다.
그룹명인 지킬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중성을 가진 소설 속의 인물과 같은 음악을 하리라는 취지에서였다. "추구하는 음악은 일단 듣기에 무리가 없는 편안한 음악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곡들의 양면성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곡이 사랑을
주제로 한 것이라면, 다른 한 곡은 시기와 질투. 거의 이런 식이죠. 그래서 그룹명도 지킬박사와 하이드에 등장하는 이중 인격자 지킬이라고 지었습니다. 또 가사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면에서도 메틀이나 얼터너티브, 펑크, 힙합 등을 섞는 것도 좋아합니다.
이번 앨범을 들어 보시면 조금 이해가 되실겁니다."그들의 이야기처럼 여느 인디씬의 락 밴드들과 지킬의 음악은 조금 다르다. 그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이들의 음악은 멜로디를 중심으로 한 음악을 하면서, 그 멜로디를 살리기 위해서 여러 장르의 음악을 포용한다는 점이다. 같은 음반이며 흐르는 정서는 비슷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상반되는 장르들이 공존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듣기 편한 멜로디가 강조된 이유로 이들의 음악은 한번만 듣더라도 이내 흥얼거리며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그 흡인력이 강하다.
멜로디와 함께 이들이 강조하는 또 한가지는 바로 가사다."모든 밴드들이 다들 그렇겠지만, 저희도 밴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습니다. 저희 네 명이 겪으면서 생각했던 그런 것들이죠. 이번 앨범에는 사랑이야기도 있고 죽음에 관한 노래도 있고 또 돈에 관한 노래, 자아상실과 외로움에 대한 노래 등 여러 노래들이 있습니다. 음악을 통해 우리가 이야기함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나, 또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들에도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반시장의 불황이라는 허울좋은 이유로 3~4곡의 얼마 되지 않는 곡을 수록한 EP음반을 내 놓으면서, 가능성만을 타진하는 새로운 그룹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어찌 보면 10곡이라는 적지 않는 곡을 담아 정식 데뷔음반을 발표하는 무리수를 감행하는 것은 지킬이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가지는 음악적인 오기나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특히 밴드 자신들 이외의 체계적 매니지먼트나 물질적으로 든든한 후견인이 전무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데뷔음반의 퀄리티는 기적과도 같다. 물론, 매니지먼트나 물질적 후견인의 부재는 이들의 의욕을 인정한 여러 선배 음악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부추겼다. 음반의 프로듀서로 참여한 블랙 홀의 주상균과, 코러스를 비롯 전반적인 제작과정에 참여한 뉴크의 최동섭이 바로 그들이다. 이러한 선후배 뮤지션의 이상적인 교류는 갈수록 그 저변이 줄어들고 있는 국내 락의 척박한 현실을 밴드 스스로가 타개한다는 점에서 이후 많은 밴드들의 행보에 청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거친 리프로 시작하는 첫 곡 Mercy와 Alone은 2004 K-락 챔피언쉽의 지난해 출전곡 들로, 감성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밴드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 베스트 트랙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심사위원의 자격으로 참가해서 했던 이야기지만, 이들의 음악에서는 가요풍의 멜로디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물론 지킬의 단점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자신들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이 바로 이런 음악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앞서의 곡들에 비해 조금 더 부드러운 어프로치를 하고 있는 념(念)은 락 매니아들과 일반적인 가요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는 서정적인 곡이지만, 대중의 입맛에 맞는 비슷비슷한 멜로디를 나열하는 몰개성의 복제된 대중음악들과는 그 격이 다르다.
이어지는 사랑노래역시 흐르는 듯한 유려한 멜로디가 특징이며, 팝펑크풍의 Feel Me Now도 신선하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진행이 오히려 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짧은 연주곡 Hyde, 음반의 공통적인 정서에서는 조금 동떨어져 있지만 밴드로서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슬로우 넘버인 Never Say Goodbye 등도 빼 놓을 수 없는 트랙. 멜로디의 흐름에 도취되어 놓치기 쉬운 밴드의 연주력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이다.
지킬이라는 선(善)속에 내재된 악(惡) 때문에 이들의 음악에서 어렵지 않게 양면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룹 이름으로 알 수 있다. 그 멜로디의 표현 형식은 초기 서태지가 될 수도 있고, 문호개방과 함께 물밀 듯 밀려 왔던 J-Rock의 여러 슈퍼그룹들이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지킬이 그룹으로서 우뚝 설 수 있는 이유는 자신들만의 정서를 락으로 표현하는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데뷔앨범을 발표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확실한 뿌리를 갖는 다는 사실은 온갖 국적불명의 음악들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볼 때 무척이나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지난해 6월부터 구상했던 음반작업은 현실과 부딪히며 계속해서 미뤄졌다. 때문에 음반 발매와 함께 이들이 나아가야 할 행보는 더욱 바빠졌다. 탁월한 실력과 의욕을 겸비한 걸출한 신인그룹의 바쁜 일정을 바라보는 일은 음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의 시각으로 볼 때 언제나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송명하 (월간 핫뮤직 수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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