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울림과 긴 파동의 보이스, 현재 가장 중요한 싱어송 라이터 ‘한희정’의 첫 번째 정규앨범 ‘너의 다큐멘트’
- ‘더더’와 ‘푸른새벽’에 이어 대중가요와 인디음악를 아우르며, 작곡, 작사, 연주 등 셀프 프로듀싱으로 이루어진 2008년 최고의 수작
“ MOT 2집의 '서울은 흐림'에 한희정씨가 featuring해 준 것에 대한 답례로 'Drama'라는 곡에 vocal featuring을 해주게 되었는데, 곡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나도 더 욕심이 생겼고 녹음과 믹싱 과정에서 많은 의견을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내가 앨범 작업에 더 관여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프로듀서의 역할을 하면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그녀는 이미 훌륭한 프로듀서였고 모든 작, 편곡과 연주, 녹음을 혼자 도맡아 해냈다. 나 역시 그러한 작업방식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쪽이었으므로, 나는 사운드를 좀 더 깔끔하게 정돈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 MOT 이언 “
아름다운 시절
홍대 앞 인디씬의 가장 아름다운 이름이자, 존재감이었던 ‘푸른 새벽’의 해체 소식은 인디 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더더’라는 소위 메이저 가수에서 어느 날, 갑자기 ‘푸른새벽’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돌아온 ‘한희정’의 존재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 하다.
‘한희정’은 2006년 ‘푸른 새벽’의 마지막 앨범을 뒤로 하고 음악 활동을 시작하던 때부터 작업해오던 곡들과, 지난 1년 6개월동안 만든 곡들로 작곡, 작사, 편곡, 프로듀싱 등의 모든 작업을 혼자 맡아 ‘너의 다큐멘트’라는 정규 앨범 작업에 착수한다.
그 기간 동안, 파스텔뮤직 컴필레이션 ’12 songs about you’ 에 [우리 처음 만난 날]을 발표하면서, 싱어송 라이터 ‘박준혁’ 의 앨범에 ‘all right’, 드라마 ‘식객’ OST 에 ‘짙은’과 함께 ‘비밀’에 참여, 서서히 그 아름다운 행보를 시작한다. 더불어, 그녀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곡을 가지고 1,2달 만에 한 번씩 라이브를 갖었고 열 번째 라이브가 준비될 즈음인 지금 ‘너의 다큐멘트’가 발매되었다.
“너의 다큐멘트”
본 앨범은 총 10트랙으로 이루어졌으며, 지난 1년 6개월간의 어쿠스틱 공연에서 선보인 곡들이 내실있게 채워져있다. 한희정의 공연은 매번, 매진 행렬로 언제부턴가 숨죽은 홍대 클럽씬의 가장 잘 팔리는 공연으로 인식되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공연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조용하고 가장 어쿠스틱하게 진행되어왔다. 기타와 그녀의 목소리만으로 이뤄진 구성은 이상하리만큼 꽉 채워진 울림으로, 공연이 끝나도 그 파동이 멈춰질 지 몰랐다. 그리고, 기다림이라는 단어로만 채워진 그녀와 팬들의 소통은 다양한 편성의 곡들로 채워진 앨범 ‘너의 다큐멘트’로 매듭을 짓게 된다.
첫 번째 트랙 ‘너의 다큐멘트’는 앨범명과 같은 제목을 가진 곡으로 앨범의 메시지가 함축되어있는 곡이다. 무게감있는 편곡과 현 편성이 이후에 이어질 곡들을 기대감에 차게하는 곡. 두번째 곡은 라이브 때마다 가장 사랑받아 온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으로 독특하게도 한희정이 기존에 풀어오던 가사와는 다르게 구체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더욱 풍성해진 악곡으로 이끌림이 있다.
타이틀 곡인 ‘우리 처음 만난 날’은 2007년 파스텔뮤직 컴필레이션 ’12 songs about you’에 데모버전으로 실리면서 이미 많은 사랑을 받았고, 앨범 버전은 밴드 편성으로 재구성되었다. 경쾌한 곡으로 듣는 순간, 기분 좋아지는 멜로디와 처음 만난 날의 설레임을 노래한 가사가 마음에 와 닿는 순간 금새 사랑에 빠질 것처럼 사랑스러운 곡이다. ‘drama’ 는 단순한 어쿠스틱한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한희정식 노래의 표본으로, 앨범의 믹싱을 담당한 MOT 의 이언이 피처링을 맡고 있다.
‘잃어버린 날들’ 은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노래로, 의미가 감추어진 가사처럼 지금도 숨겨진 이야기들이 다시 한 번 생각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쓰여졌고 가장 오래 전인, 5년 전에 쓰여진 곡. ‘re’와 ‘glow’는 락음악 편성으로 이루어진 곡으로 ‘re’는 3년 전, 한희정이 밴드 편성으로 활발한 라이브활동을 펼치던 시절에 만들어진 곡이다. 묵직한 락 편성이 눈에 띈다. ‘산책’은 가장 팝적인 요소가 다분한 곡으로, 제목처럼 산뜻한 날의 산책을 떠올릴게 하는 곡.
‘휴가가 필요해’ 는 앨범에서는 유일하게 일렉트로닉 편곡으로 이루어졌다. ‘우리 처음 만난 날’과 더불어, 앨범 중에서 가장 맑은 곡으로 듣는 순간 기분 좋아지는 청량 음료같다. 현기증날 만큼 어지러운 햇살이 내리쬐는 이 여름, 당장 떠나지 못하는 당신의 휴가대신 필요한 음악이라면 바로 이 곡이 아닐까!
마지막 트랙을 장식하는 ‘나무’는 가장 ‘푸른새벽’ 시절의 감성과 닮아있다. 낯설면서도 낯익은 마지막 트랙으로서의 ‘나무’는 도저히 끝을 낼 수 없을 것처럼 긴 울림으로 다가온다. 한 치의 기교도 없이 울려퍼지는 그녀의 목소리가 왜 새벽과 닮았는지 알 것 같다.
이처럼, 어느 것도 길게 가지 않는 지금, 한희정이 노래를 만들고 청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장인처럼 견고하고 길다.
‘너의 다큐멘트’라는 앨범명처럼, 이번 앨범은 어떤 존재가 남겨준 어떤 기록들에 관한 앨범이다. 브로콜리로 변신한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별소식과, 처음 만난 날에 설렘, 산책이나 휴가와 같은 일상의 단편, 때로는 ‘5.18 민주화운동’, 나무라는 단어를 빌어 말하는 존재의 고독함.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 기억되던지 간에, 우리 모두에게 관계와 존재는 기억이라는 흔적으로 돌아온다. 깊고 아련한 새벽 같은 목소리, ;한희정’ 문서를 들은 당신의 문서에는 오늘 어떤 이야기가 기록될 것인가. 이 시대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들었다. 라고 짙고 짙은 글씨로 끄적거리더라도 훗날 거짓없는 기록이 될 것이다.
파스텔뮤직 박혜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