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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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자 시
한 여인이 그 영혼을 송두리째 드린다 하면 한 여인이 그 살을 피를. 내음을. 송두리째 드린다 하면 아아 그대의 고독은 풀릴 것가 차겁고 어둡고 말없는 얼굴 그대 마음을 풀 길 없는 크나큰 이 슬픔 조심스러워라. 두견이도 한 목청 울고 지친 밤 나 혼자만 잠 들기 못내 설워라. 울먹이며 떨며 머뭇대는 나의 사랑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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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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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만의 위안
- 조병화 시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흘러가는데 있고 흘러가는 한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대며 밀려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날이 온다 그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날이 위하여 바쳐온 마지막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날이 오면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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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 2:29 | ||||
♣ 만 추 (晩秋)
- 이석 시 겨울이 오기 전에 저 파아란 하늘을 어디엔가 옮겨 놓고 싶다 지나온 고된 나날도 하나의 긴 순간 나날에 더럽혀진 너의 마음을 씻어 바래던 하루보다 낙엽처럼 손목 휘여잡고 떨어져 남지 않는 계절을 기다렸다. 잎 잎을 휘몰아 가는 바람의 선의로 너에게도 봄은 오리라. 나의 여인이여 그날의 주홍 입술이 떨어지는 잎새처럼 검으스레 말라타도 너의 어린애의 방안에 피는 웃음이 인생의 가을을 품어 자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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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 3:00 | ||||
♣ 너에게
-정순영 시 누군가의 지문이 박혀있는 작은 유리창 속에. 어느 기막히게 외로운 섬처럼 나는 턱을 고이고 비 속에서 나에게 보낸 너의 입김을 망각하는 중이다. 유리창에 와서 부딧히는 별빛이 흘리는 눈물 뼈마디를 저미는 아픔을 나는 사랑한다. 모든 할 말은 무의미의 새가 되어 날아간다. 어쩌다가 나의 새가 너의 까아만 발톱에 끼어서도 울지 않는지 나는 모른다. 아무튼 사랑하는 마음이야 한번 꺽이면 아픈게 아닌가. 꺽이운 마음은 한없이 무거운 눈을 껌뻑이며 미소한다. 감사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슬퍼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사랑을 꽃으로 치면 마음 턱 놓고 무데기로 꺾어서 휑한 나의 방을 장식해도 될법도 한데 밀물처럼 적셔오는 아픔을 어찌 하는가. 나는 이제 그만 너의 입술을 망각하는 중이다. 아니. 아니. 너를 향해 목숨을 사르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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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 2:55 | ||||
♣ 인 연 설 (因緣說)
-문덕수 시 어느 연둣빛 초봄의 오후 나는 꽃나무 밑에서 자고 있었다. 그랬더니 꽃잎 하나가 내려와서는 내 왼 몸을 안아보고서는 가고, 또 한 잎이 내려와서는 손톱 끝의 먼지를 닦아내고, 그리하여 어느덧 한세상은 저물어 그 꽃나무는 시들어 죽고, 나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 그 꽃이 가신 길을 찾아 홀로 아지랑이 속의 들길을 꿈인 듯 날아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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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 2:30 | ||||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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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 2:03 | ||||
♣ 낮 술
-이 태수 시 ···정형(丁兄)께 풀어지면서 한 잔 만촌동 산비알, 포장집 구석에 몰리며 두 잔 낮술에 마음 맡겨 희멀건 낮달처럼 희멀겋게 희멀겋게 세 잔, 네 잔 무서워요. 눈 뜨면 요즈음은 칼날이 달려와요, 낮과 밤 꿈 속에서도 매일 목 졸리어요. 누군가 자꾸 자꾸 술만 권해요. 거울을 깨뜨려요. 구석으로 움츠리며 낮술에 젖어 얼굴 버리고 걸어가요 요즈음은 아예 얼굴 지우고 깨어서도 잠자며 걸어가요. 걸어가요. 한반도의 그늘 속을 낮술에 끌리어 낮달처럼 희멀겋게 바래어지며 희멀겋게 희멀겋게 다섯 잔 여섯 잔, 열두 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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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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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방(乳房)의 장(章)
- 장순하 시 난 몰라, 모시 앞섶 풀이 세어 그렇지. 백련 꽃봉오리 산딸기도 하나 둘씩 상그레 웃음 벙그는 소리 없는 개가(凱歌). 불길을 딛고 서서 옥으로 견딘 순결 모진 가뭄에도 촉촉이 이슬 맺어 요요(耀耀)히 시내 흐르는 내일에의 동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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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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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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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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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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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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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곡 (思母曲)
- 김태준 시 어머니는 죽어서 달이 되었다 바람에게도 가지 않고 길 밖에도 가지 않고 어머니는 달이 되어 나와 함께 긴 밤을 같이 걸었다. ♠♠ 모자간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애틋했던가를 “어머니가 달이되어 긴 밤을 같이 걸었다”에서 잘 보여 주고 있다. 술집 창으로 비치는 달이 어머니로 보이자 갑자기 솟구치는 그리운 정이 이 시를 쓰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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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 2:47 | ||||
♣ 역(驛)
- 한성기 시 푸른 불 시그낼이 꿈처럼 어리는 거기 조그마한 역(驛)이 있다 빈 대합실(待合室)에는 의지할 의자(倚子) 하나 없고 이따금 급행열차(急行列車)가 어지럽게 경적(警笛)을 울리며 지나간다 눈이 오고 비가 오고…… 아득한 선로(線路)위에 없는 듯 있는 듯 거기 조그마한 역(驛처)럼 내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