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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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 1:21 | ||||
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을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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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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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속에말한필과
어린이 둘 하나는말귀잡고 다른하나는말갈기잡고 그저묵묵히 ※ 어떤화가는 이러한광경을그림에담았으나 그큰화면은 초록일색(草綠一色)일뿐 그래도유심히들여다보았더니 좀진한초록에선말냄세도나고 좀엷은초록에선 홍조를띄운어린이볼냄새도 그리고물냄새도 나는건확실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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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 1:17 | ||||
지상의 소나무는 하늘로 뻗어가고
하늘의 소나무는 지상으로 뻗어와서 서로 얼싸안고 하나를 이루는 곳 그윽한 향기 인다 신묘한 소리 난다 지상의 물은 하늘로 흘러가고 하늘의 물은 지상으로 흘러와서 서로 얼싸안고 하나를 이루는 곳 무지개 선다 영생의 무지개가 지상의 바람은 하늘로 불어가고 하늘의 바람은 지상으로 불러와서 서로 얼싸안고 하나를 이루는곳 해가 씻기운다 이글 이글 타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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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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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로 무너진 돌담벽을
아침이면 몇 개씩 쌓아 올리며 어느것이 그 자리에 있던 것인지 그걸 몰라 한참씩 생각해 가며 제 자리에 놓일 돌을 가려 내가며 찾아 낸 작은 기쁨에 허리를 펴며 제 자리에 바로 놓기가 쉽지 않음을 손바닥의 돌 목소리 헤아려 가며 제자리 잡은 놈을 쓰다듬으며 검은 이를 가지런히 드러내는 웃음 아침마다 힘든 일로 깨달아 가며 내 인생 사십줄을 다시 쌓듯이 허리를 젖힐 때마다 망설여 가며 새로 쌓은 일이 하나도 없음을 아침이면 어려움을 다시 만나선 내일로 미뤄 놓고 흙손을 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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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 1:39 | ||||
흔들리면서 바람속에 떨면서
너는 또 시들어지겠구나 지고의 목숨을 울면서 일체를 거부하던 너의 외로움이 이제 마른 잎으로 땅에 눕겠구나 비록 여린 바람에 흔들려도 너의 뿌리는 뜨거운 눈물에 젖어 있던 것. 그러나 아름다움은 한 평 땅에 묻히고 나는 너의 흐느낌에 매달려 용서받지 못한다. 아무 구원도 갖지 못한다. 건널 수 없는 이 많은 시간 너의 쇠잔한 꿈의 곁으로 가는 한가닥 나의 사랑의 빛 먼 데서 오는 너의 가녀린 숨결을 들으며 부자유 속의 나의 영혼은 이 가을 시름거리며 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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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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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 0:48 | ||||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오는 어린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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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 1:18 | ||||
안개로 가는 사람
안개에서 오는 사람 인간의 목소리 잠적한 이 새벽 이 적막 휙휙 곧은 속도로 달리는 생명 창 밖은 마냥 안개다 한 마디로 말해서 긴 내 이 인생은 무엇이었던가 지금 말할 수 없는 이 해답 아직 안개로 가는 길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면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면 저렇께 생각할 수도 없는 세상에서 무엇 때문에 이 길로 왔을까 피하여, 피하여 비켜서 온 자리 사방이 내 것이 아닌 자리 빈 소유에 떠서 안개로 가는 길 안개에서 오는 길 휙휙 곧은 속도로 엇갈리는 생명 창 밖은 마냥 안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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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 1:26 | ||||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늙으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으 나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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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
| 1:05 | ||||
북한산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밤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나 인수봉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목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가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이나 단풍,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라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지어는 장밋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하는, 그 고고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백운대와 인수봉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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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
| 1:19 | ||||
발뿌리부터
울음머릴 풀고 온다. 고향산은 바닷말할머닌 키질에 머리 허연 소금바다 뿌리째 내달리게 한다. 버려둔 북국(北國)의 들판 위로 바람이파리로 씨앗이나 뿌려 갯벌 빈 진흙바다 위로 밤마다 살 깊이 메밀꽃 눈은 내려 물기 묻은 찰빛 그 이랑이랑 새벽이게 한다. 내고향 울음머리 하얀 뼈대로 일어서는 안국산(安國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