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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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 륜
- 박목월 시 슬픔의 씨를 뿌려놓고 가버린 가시내는 영영 오지를 않고 ··· 한 해 한 해 해가 저물어 질 고은 나무에는 가느른 핏빛 나이테가 감기었다. (가시내사 가시내사 가시내사) 목이 가는 소년은 늘 말이 없이 새까아만 눈만 초롱 초롱 크고 ··· 귀에 쟁쟁쟁 울리듯 차마 못잊는 애달픈 웃녘 사투리 나이테는 더욱 새빨개졌다. (가시내사 가시내사 가시내사) 이제 소년은 자랐다 구비구비 흐르는 은하수에 꿈도 슬픔도 세월도 흘렀건만 ··· 먼 수풀 질 고은 나무에는 상기 가느른 가느른 핏빛 나이테가 감긴다 (가시내사 가시내사 가시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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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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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유 화
- 김소월 시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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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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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 람
- 김남조 시 바람 부네 바람 가는 데 세상 끝까지 바람 따라 나도 갈래 햇빛이야 청과 연한 과육에 受胎를 시키지만 바람은 과원 변두리나 슬슬 돌며 외로운 휘파람이나마 될지 말지 하는 걸 이 세상 담길 곳 없는 이는 전생이 바람이던 게야 바람이 의관 쓰고 나들이 온 게지 바람이 좋아 바람끼리 훠이훠이 가는 게 좋아 헤어져도 먼저 가 기다리는 게 제일 좋아 바람 불며 바람 따라 나도 갈래 바람 가는 데 멀리멀리 가서 바람의 색시나 될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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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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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 1:40 | ||||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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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 노 루
-박 목월 시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오리목 속잎 피는 열 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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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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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놀 이
-주 요한 시 아아 날이 저문다, 서편 하늘에, 외로운 江물 위에, 스러져가는 분홍빛놀…… 아아 해가 저물면 해가 저물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오늘은 사월(西月)이라 파일날, 큰 길을 물밀어 가는 사람소리 ······ 듣기만 하여도 흥성스러운 것을. 왜 나만 혼자 가슴에 눈물을 참을 수 없는가? 아아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시뻘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城門) 위에서 내려다보니, 물냄새. 모랫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엇이 부족하여 제 몸까지 물고 뜯을 며,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과거의 퍼런 꿈을 찬 강물 위에 내어던지나 무정(無情)한 물결이 그 그림자를 멈출 리가 있으랴? 아아 꺽어서 시들지 않는 꽃도 없건마는, 가신 님 생각에 살아도 죽은 이마음이야, 에라, 모르겠다, 저 불길로 이 가슴 태워버릴까 어제도 아픈 발 끌면서 무덤에 가보았더니 겨울에는 말랐던 꽃이 어느덧 피었더라마는 사랑의 봄은 또다시 안돌아오는가, 차라리 속 시원히 오늘밤 이 물속에…그러면 행여나 불쌍히 여겨줄 이나 있을까…… 할 적에 퉁탕, 불티를 날리면서 튀어나오는 매화포, 펄떡 정신을 차리니, 우구구 떠드는 구경꾼의 소리가 저를 비웃는 듯, 꾸짖는 듯. 아아 좀 더 강렬한 열정에 살고 싶다. 저기 저 횃불처럼 엉기는 연기, 숨막히는 불꽃의 고통 속에서라도 더욱 뜨거운 삶을 살고 싶다고 뜻밖에 가슴 두근 거리는 것은 나의 마음 …… 사월달 따스한 바람이 강을 넘으면, 청류벽(淸流碧), 모란봉 높은 언덕위에 허어옇게 흐느끼는 사람떼, 바람이 와서 불적마다, 불빛에 물든 물결이 미친 웃음을 웃으니, 겁 많은 물고기는 모래 밑에 틀어박히고, 물결치는 뱃속에서 졸음 오는 ‘리듬’의 형상이 오락가락 ― 어른거리는 그림자, 일어나는 웃음소리, 달아 논 등불 밑에서 목청껏 길게 빼는 어린기생의 노래, 뜻밖에 정욕(精慾)을 이끄는 불구경도 인제는 겹고, 한잔 한잔 또 한잔 끝없는 술도 이제는 싫어, 지저분한 배 밑창에 맥없이 누우면 까닭 모르는 눈물은 눈을 데우며, 간단없는 장고소리에 겨운 남자들은, 때때로 불이는 욕심에 못 견디어 번뜩이는 눈으로 뱃가에 뛰어나가면, 뒤에 남은 죽어가는 촛불은 우그러진 치마 깃 위에 조을 때, 뜻있는 듯이 찌걱거리는 배젓개 소리는 더욱 가슴을 누른다 … 아아 강물이 웃는다, 웃는다, 괴상한 웃음이다, 차디찬 강물이 껌껌한 하늘을 보고 웃는 웃음이다. 아아. 배가 올라온다, 배가 오른다, 바람이 불적마다 슬프게 삐걱거리는 배가 오른다…… 저어라 배를, 멀리서 잠자는 능라도(綾羅島)까지, 물살 빠른 대동강을 저어오르라. 거기 너의 애인이 맨발로 서서 기다리는 언덕으로 곧추 뱃머리를 돌리라. 물결 끝에서 일어나는 추운 바람도 무엇이리요, 괴이한 웃음소리도 무엇이리요, 사랑 잃은 청년의 어두운 가슴속도 너에게야 무엇이리오, 그림자 없이는 ‘밝음’도 있을 수 없는 것을― 오오 다만 네 확실한 오늘을 놓치지 말라. 오오 사르라, 사르라. 오늘밤! 너의 빨간 횃불을, 빨간 입술을, 눈동자를, 또한 너의 빨간 눈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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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 2:48 | ||||
11. |
| 2:58 | ||||
♣ 리라 꽃 던지고
- 한하운 시 P양 (孃). 몇 차례나 뜨거운 편지 받았습니다. 어쩔 줄 모르는 충격에 외로와 지기만 합니다. 양이 보내주신 사진은, 오월의 아침 아까시아 꽃 청초로. 침울한 내 병실에 구원의 마스코드로 반겨줍니다 눈물처럼 아름다운 양의 청정무구한 사랑이 회색에 포기한 나의 사랑의 窓門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의학을 전공하는 양에게 이 너무나도 또렷한 문둥이의 病理學에 모두가 부조리한 것 같고 이 세상에서는 안 될 일이라 하겠습니다. P 양. 울음이 터집니다.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이 사랑을 아끼는 울음을 곱게 곱게 그칩니다. 그리고 차라리 아름답게 잊도록 더없는 노래를 엮으며 마음이 가도록 그 노래를 눈물 삼키며 부릅시다. G선의 엘레지가 비창하는 덧없는 노래를 다시 엮으며 이별이 괴로운대로 리라 꽃 던지고 노래 부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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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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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저녁의 시
- 김 춘수 시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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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 3:31 | ||||
♣ 나를 떠나보내는 강가엔
- 성춘복 시 나를 떠나보내는 강가엔 흐트러진 강줄기를 따라 하늘이 지쳐 간다. 어둠에 밀렸던 가슴 바람에 휘몰리면 강을 따라 하늘도 잇대어 펄럭일 듯한 나래 같다지만 나를 떠나보내는 언덕엔 하늘과 강 사이를 거슬러 허우적이며 가슴을 딛고 일어서는 내게만 들리는 저 소리는 무언가. 밤마다 찟겼던 고뇌의 옷깃들이 이제는 더 알 것도 없는 아늑한 기슭의 검소한 차림에 쏠리워 들뜸도 없는 걸음걸이로 거슬러 오르는 게 아니면, 강물에 흘렸던 마음이 모든 것을 침묵케 하는 다른 마음의 상여로 입김 가신 찬 스스로의 동혈을 지향하고 아픔을 참고 피를 쏟으며 나를 떠나보내는 강으로 이끌리워 되살아 오르는 게 아닌가. 강 너머엔 강과 하늘로 어울린 또 하나의 내가 소리치며 짙은 어둠의 그림자로 비쳐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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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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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내 놓고
-황금찬 시 봄비 속에 너를 보낸다. 쑥 순도 파아라니 비에 젖고 목매기 송아지가 울며 오는데 멀리 돌아간 산구빗길 못 올 길처럼 슬픔이 일고 산비 구름 속에 조으는 밤 길처럼 애달픈 꿈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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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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