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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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의 노래
-홍윤숙 시 헤어지자 우리들 서로 말없이 헤어지자 달빛도 기울어진 산마루에 낙엽이 우수수 흩어지는데 산을 넘어 사라지는 너의 긴 그림자 슬픈 그림자를 내 잊지 않으마. 언젠가 그 밤도 오늘 밤과 꼭 같은 달밤이었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흩어지고. 하늘의 별들이 길을 잃은 밤 너는 별을 가리켜 영원을 말하고 나는 검은 머리 베어 목숨처럼 바친 그리움이 있었다. 혁명이 있었다. 몇 해가 지났다. 자벌레처럼 싫증난 너의 찌푸린 이맛살은 또 하나의 하늘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는 것이었고 나는 나대로 송피처럼 무딘 껍질밑에 무수한 혈흔을 남겨야 할 아픔에 견디었다. 오늘 밤 이제 온전히 달이 기울고 아침이 밝기 전에 가야 한다는 너. 우리들이 부르던 노래 사랑하던 노래를 다시 한 번 부르자. 희뿌여히 아침이 다가오는 소리 닭이 울면 이 밤도 사라지려니 어서 저 기울어진 달빛 그늘로 너와 나 낙엽을 밟으며 헤어지자 우리들 서로 말없이 헤어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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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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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 2:29 | ||||
♣ 샘 터
- 조병화 시 빨간 태양을 가슴에 안고 사나이들의 잠이 길어진 아침에 샘터로 나오는 여인네들은 젖이 불었다. 새파란 해협이 항시 귀에 젖는데 마을 여인네들은 물이 그리워 이른 아침이 되면 밤새 불은 유방에 빨간 태양을 안고 잎새들이 목욕한 물터로 나온다. 샘은 사랑하던 시절의 어머니의 고향 일그러진 항아리를 들고 마을 아가씨들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따르면 나의 가슴에도 빨간 해가 솟는다. 물터에는 말이 없다. 물터에 모인 여인들의 피부엔 맑은 비늘이 돋친다. 나도 어머니의 고향이 그리워 희어서 외로운 손을 샘 속에 담그어 본다. 해협에 빨간 태양이 뜨면 잠이 길어진 사나이들을 두고 마을 여인네들은 샘터로 나온다. 밤새 불은 유방에 빨간 해가 물든다. 꿈이 젖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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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 1:43 | ||||
♣ 물망초 (勿忘草)
- 김춘수 시 부르면 대답할 듯한 손을 흔들면 내려올 듯도 한 그러면서도 아득히 먼 그대의 모습 하늘의 별일까요. 꽃피고 바람 잔 우리들의 그날 날 잊지 마셔요. 그 음성 오늘 따라 더욱 가까이에 들리네 들리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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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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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 3:37 | ||||
♣ 성 평 리
-정공채 시 삼천포에서 다도해 뱃길 남으로 남빛을 쪼개면서 노저어 돌면 바른편엔 내내 표고 구백의 산자 소오산 치맛폭에 펼쳐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그늘 노량 바다 성평리는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하동군 고전면의 성평리가 보일 것인가! 남빛 그 좋은 바다도 뒷전으로 놓아둔 달을 먼저 보는 저쪽 산맥의 돌담투성이 성평리 크나큰 별을 따는 고향이거늘··· 바다는 계집년 너풀대는 치마라, 큰 산을 뒤로 앉히고 방정맞은 소요는 마을에 오지 말라! 겨우 한 모퉁이 노량을 터서 좋은 인심을 동냥하면 주는, 서로 앉은 성평리 별을 따려고 큰별만을 재고 있는 천년의 바닷뒤 큰 산 저쪽의 그늘빛 성평리 삼천포에서 내내 전설처럼 다도해를 돌아도 성평리는 영영 보이지 않는 마을로 앉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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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 1:11 | ||||
12. |
| 3:14 | ||||
♠ 봄 비
-변영로 시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앞에 자지러지노라!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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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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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 1:30 | ||||
♣ 부끄러움
-주요한 시 뒷동산에 꽃 캐러 언니 따라 갔더니 솔가지에 걸리어 다홍치마 찢었읍네. 누가 행여 볼까 하여 지름길로 왔더니 오늘따라 새베는 임이 지름길에 나왔읍네. 뽕밭 옆에 김 안 매고 새 베러 나왔읍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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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 2:48 | ||||
♣ 춘 곤(春困)
- 홍윤숙 시 나는 病(병)든 사내 바람에도 꽃 내음에도 숨이 찬데 봄은 바람 난 아내처럼 개나리 울타리에 서서 웃고만 있다 머리를 풀고 머리를 감고 나날이 물차게 피어 오르는 나이 어린 아내처럼 눈이 부시다 病席(병석)의 사내는 목이 마르다 무심한 아내가 개나리 울타리에 숨어버린 채 긴 날을 꼬박 해해대기에 노—란 울타리만 지켜 보느라 황달 든 눈처럼 물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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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 2:02 | ||||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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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 3:20 | ||||
♣ 외 인 촌 (外人村)
- 김광균 시 하이얀 모색 속에 피어있는 산협촌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아란 역등을 달은 마차가 한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루 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 위엔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 불리우는 작은 집들이 창을 내리고 갈대밭에 묻힌 돌 다리 아래선 작은 시내가 물방울을 굴리고 안개 자욱한 화원지의 벤치위엔 한낮에 소녀들이 남기고 간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었다. 외인묘지의 어두운 수풀 뒤엔 밤새도록 가느다란 별빛이 내리고 공백한 하늘에 걸려 있는 촌락의 시계가 여윈 손길을 저어 열시를 가리키면 날카로운 고탑 같이 언덕 위에 솟아 있는 퇴색한 성교당의 지붕 위에선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