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M의 작곡가인 “슈퍼창따이”가 직접 작곡 및 랩피쳐링에 참여하고 심순덕시인과 가페라테너 이한의 만남이 어우러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앨범소개
2009년 봄 테너 이한의 앨범 <노스탤지어> 커버 사진에는 활짝 웃는 딸이 그 옆에 있었다면 이번 앨범 재킷에는 그 옆에 어머니가 파안대소하고 있다. 사진과 더불어 <내리사랑>이라는 타이틀은 신보가 다시 한 번 ‘패밀리 앨범’이라는 정체를 알려주면서 가족 사랑을 노래하되 단지 그 사랑의 흐름을 반대로 위치시키고 있음을 선명하게 부각한다. 지난해 앨범이 부모를 향한 자식의 효(孝)였다면, 새 앨범은 자식을 향한 부모의 무한사랑 즉 내리사랑인 것이다.
테너 이한은 노래 부르는 이유가 분명한 사람이다. 테너에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고음역을 굴착해 들어가는 성악예술 자체의 미학 구현이 그에게는 전부가 아니다. 공산(工産)품이나 다름없는 근래 주류 대중가요가 대놓고 드러내는 상업적 무장 또한 결코 아니다. 그는 상업적 자극이 아닌, 오히려 요즘 음악 수요자를 유인할 수 없을지 모를 인간적 접근을 내세워 상업적 트렌드를 거스르고 있다.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해, 그 숭고한 내리사랑에 감사하기 위해 노래한다. 오로지 인간적인 이유로 그는 목청을 가다듬는다. 시인 심순덕의 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가져온 노래에서 이한은 ‘한 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 방망이 질 해도,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그렇게 하시던’ 엄마의 사랑을 목메도록 절감하며 노래한다. 실제로 어머니가 병상에서 투병 중이기에 자식의 애타는 심정을 담은 그의 목소리는 전율을 일으키는 듯 리얼하다.
이한의 승리는 테너의 영토에 서있음에도 비켜줄 줄 알고, 뒤로 물러설 줄 알고, 머리를 숙일 줄 안다는데 있다. ‘내리사랑’에서는 창을 하는 오정해에게 공을 돌리고,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에서는 심순덕 시인의 낭송과 아이돌그룹 2PM의 조율사인 슈퍼창따이의 랩에 박수 쳐주기를 요청한다. 자신의 마당이라고 할 헨델 <리날도> 중의 아리아 ‘울게 하소서(라샤 키오 피안가)’를 노래할 때에도 보컬을 저 멀리 들려오는 메아리처럼 아련하게 머물게 했다. 청취와 동시에 대다수 곡을 쓰고 편곡하고 최신 사운드로 프로듀스한 최승찬에게 중심을 맡겼다는 사실도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
자신의 노래는 단지 메시지를 전하는 통로로 그치게 하고 가족 사랑이라는 메시지에 주목해주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우리가 수록곡을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그가 물러섬, 내려놓음으로 갔다면 그의 의도는 훌륭히 달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성악가의 음반에 갖는 선입관이 무색하리만큼 이렇게 편하고, 이토록 감동적인 음악은 찾기 어렵다.
이한은 대중가요와 오페라의 퓨전 영역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가페라 테너’로 불러주기를 바란다. 대중가요를 취하는 그의 접근법은 대중음악과 합치려는 단지 시대적 추세가 아니라 그 노랫말로 만인이 공유할 수 있는 지점에 닿아가려는 싱어로서의 기본적 자세에서 비롯된다. 정말로 우리 존재의 이유가 부모임을 느끼고, 요즘 사람들이 그 절대적 사랑을 행여 잃어 버릴까봐 모두에게 대중적 공감을 겸손하게 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가페라는 인간적 감동을 위한 장치인 셈이다.
앨범을 만들게 된 동인(動因)이라는 곡 ‘자식을 먼저 보낸 당신에게’는 자식을 먼저 보낸 이 세상의 가장 큰 아픔을 위로하기 위한 노래로 여기에서도 이한의 절규와 호소는 애절하지만 그만큼 리얼하다. 거짓과 공상을 노래하지 않고 마음과 사랑을 노래해야 우리는 감동받는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한다. 부모의 내리사랑을 갚는 길은 가족이 서로 아끼고, 부부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아닐까. 아내 최은미가 가사와 곡을 쓴 ‘처음부터 그랬죠’와 양희은의 곡을 리메이크한 ‘당신만 있어준다면’은 부모의 내리사랑에 기초해 우리의 사랑을 살피는 참으로 따스한 곡들이다.
<노스탤지어>보다 이한의 소리는 한층 절제되어 있고, 무르익었고 또 편해졌다. 그는 낮추어 부르는데도 우리는 벅찬 감격을 경험한다. 깊은 우물처럼 저 밑의 순수감성에서 길어 올린 ‘휴먼 앨범’이라서 그럴 것이다. 가페라 테너를 넘어 ‘가장 편안한 테너’로 그는 두 팔을 벌리고 우리한테 걸어온다. 그리고 미소 지으며 우리에게 말한다. ‘미안해요,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음악평론가 임진모(www.izm.co.kr)
[아티스트의 글]
내가 어렸을 땐 엄마는 다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부모의 입장이 되고서야 엄마가 살아오신 삶이
양보와 희생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던 시기였음을 기억합니다
뒤늦게 알았지만 내 자식을 위해 살아오신 어머님의 사랑을 노래하려 합니다
바위처럼 강한 줄로 알았던 어머니가 자식의 “사랑해”란 한마디에 뜨거운 눈물을 보입니다
약하셨지만 자식을 위해 한없이 강해지신 어머니..... 더 늦기 전에 자주 말하렵니다
이 세상 온 힘을 다해 당신의 육체를 열어 이 땅에 나를 있게 한 어머니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