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풀어 산발허고 온모에다 피칠허고 한손에다가는 장검을 들고서 춘향앞으로 나오면서 춘양아씨 놀라지마시오 나는 다른 귀신이 아니라 남원읍사는 청도란 귀신이오
상청을 올릴 적에는 창이라도 찌를듯이 무섭게 내질러야지. 그렇게 힘 없이 하면 그게 소리냐 넉두리 흥타령이제. 거기다가 몸은 또 왜 그렇게 비뜰어? 흥 기운이 없으니 비틀기라도 해서 쥐어짜야지. 뭐여? 허구헌날 죽으로 때우고 사는디 뭔 힘이 있다고 소리가 나오것소? 니놈이 뭘안다고 떠들어? 주둥아리 닥쳐 이놈아. 나는 다른 귀신이 아니라서부터 다시.
나는 다른 귀신이 아니라 질러 남원읍 사는 청도란 귀신이오
누님 이젠 소리로는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여. 괜히 쓸데없는 짓하다가 골병들지말고 관두란 말이여. 그까짓 소리하면 쌀이 나와 밥이 나와 뭐여 야 이놈아? 쌀나오고 밥나와야 소리하냐? 이놈아 지소리에 지가 미쳐가지고 득음을 하면 부귀공명보다도 좋고 황금 보다도 좋은것이 이 소리 속판여 이놈아. 이놈의 자식이 대가리가 컸다고 어디서 함부로 주둥아리를 나불대. 내가 뭐 틀린말 했소? 아니 이자삭이 어디서 애비한테 대들어. 이런 니미럴, 왜때려? 뭐야? 이 천하의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 이놈의 자식 이놈의 새끼 이따위 광대노릇 안하면 그만 아니여 니미널. 동호야, 동호야 동호야 너 왜이러냐? 누님도 이집구석 떠. 그게 사는길이여 모질게 맘 먹고 뜨란 말이여 동호야! 동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