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순이네담벼락, 정규앨범 2집 ‘한 개의 달, 한 개의 마음’발매
Piano pop & rock 밴드 순이네담벼락이 정규앨범 2집 ‘한 개의 달, 한 개의 마음’을 발매했다. 1집 정저지가(井底之歌)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이 우물을 나서면서 느낀 불안과 설렘을 담아 노래했던 순이네담벼락. 시간이 흘러 이제 서른 언저리에 서 있는 그들이 겪은 우물 밖 세상은 어땠을까. 남들과는 다르고 느린 삶이 때로는 뿌듯하고 때로는 불안하다.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당연하고 때로는 힘에 부친다. 혼란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놓치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온 14가지 이야기. 순이네담벼락은 늘 마음으로만 하던, 그래서 전해지지 않았던, 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들을 이번 앨범에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세상 속에서 청년은 거대한 고래처럼 엄습해오는 불안 속에서도 담담할 줄 아는 용기를 배운다. 기억하지 않으면 사라질 순간들에 대한 애정과, 힘겨운 날 신발에 묻은 흙을 털어주며 함께 해준 이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는다. 일상을 살아가는 청년은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금요일 저녁의 소박한 설렘에 즐거워하고, 따사로이 내려앉는 햇살 아래 달콤한 낮잠 속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느 새 청년은 아들이 되어 마음 가장 가까운 곳에 엄마의 자리를 만들어 놓는다. 사랑하는 청년은 같은 자리에서 다른 풍경을 바라보던 연인과의 이별에 체념한다.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날카로운 기억에 다치게도 하고,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이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밤을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시 깊은 밤, 어둠을 헤치고 날아가 연인의 이름을 크게 외치고픈 벅찬 마음을 만나게 된다. 달을 닮은 단 하나의 마음으로 서로의 빈손을 따뜻이 감싸 안으며 이들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무표정한 시간은 미련 없이 흐른다. 시간의 뒤꽁무니만 쫓기 바쁜 사람들은 하루를 살기에만 급급하다. 시간이 무심히 지나간 자리에 소중한 이야기를 채울 줄 아는 이 밴드의 노래가 곧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가 결국 단 하나의 마음으로 모이는 게 아닐까. 14곡에 담긴 이야기들을 하나씩 듣고 있노라면 이들의 노래는 어느새 은은한 달빛처럼 당신의 지친 어깨를 다독여 줄 것이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가득 찬, 단 하나의 마음을 노래하다.’
남성 5인조 순이네담벼락의 이번 앨범은 다분히 마초적이다. 남성미 물씬 풍기는 단어들의 배열, 그리고 툭툭 내뱉는 노랫말이 그러하다. 아니면 2010년 김석영(일렉기타)를 영입하고 좀 더 록적인 사운드로의 진화를 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집에 담겨져 있던 감성들의 조각을 버리지 않고 이어왔음은 틀림없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1집 <정저지가>에서 앞으로 ‘살아갈 세계’를 노래했고 이번 2집 <한 개의 달, 한 개의 마음>에서는 지금껏 ‘살아온 세계’를 노래한다는 것이다. 꿈꾸는 자들에게 있어서 현실은 잊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을까. 적어도 노래하는 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였을까. 틈만 나면 기타를 잡고 노래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들에게 베짱이의 한없는 여유를 찾아보기란 이제는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여러 명의 ‘순이’를 만나고 지내온 지난 2년 동안 들은 이야기 겪은 이야기만 해도 수없이 많다. 그 이야기 들을 한 데 묶어 앨범을 내놓는 데에도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아깝기만 한 시간을 보상받고자 꺼내 든 2011년 여름 디지털 싱글 <그해여름날>은 분명 시기 탓도 있었다. 객원보컬로 참여한 윤사과(가명)씨가 이 노래를 불렀다. 낮은 톤의 사려 깊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서정적인 <고백>을 백수훈(Vocal & A.Guitar)과 <별리>를 김석영(E.Guitar)과 나누어 불렀고 그들 모두는 <서른에게 보내는 편지>를 합창했다. 결국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여섯 명이 하나의 앨범을 위해 하나의 소리로 모인 셈이다. 녹음을 마치고 집으로 가면서 그들은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며 흥얼거렸다. “저 하늘에는 한 개의 달 우리들에게는 한 개의 마 음” 이라고. 늦여름이 기승을 부리는 9월 어느 날에 가을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이 될 그들의 마음을 기대해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