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방학 [근황]
저희 가을방학이 정규 1집을 낸지도 벌써 만으로 두 해째가 되었습니다. 원래 지금쯤은 나왔어야 했던 정규 2집은 내년으로 발매시기가 연기되고 말았네요. 결코 발표할 신곡이 부족해서는 아니었어요. 2집에서도 1집을 완성했을 때만큼의 보람과 만족감을 느끼고 싶었고, 그러려면 큰 틀에 있어 좀 더 많은 준비와 고민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던 것이죠. 그래도 가을방학의 계절을 이렇게 그냥 보내버리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저희의 신곡과 함께 또 한번의 가을을 나고 싶어하는 분들을 위해 그 중 일부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2집을 위해 작업했던 20여 곡 중 가장 일찍 만듦새가 갖추어지기 시작한 2곡으로 라이브에서도 종종 연주했던 "근황"과 "가을겨울봄여름"입니다.
"근황"은 그 동안 좀처럼 슬로템포곡을 쓰지 못하던 제가 계피라는 음악적 파트너를 만난 이후로 탄력을 받아 만들기 시작한 일군의 발라드 중 한 곡입니다. 어떤 책에서 근황(近況)을 한자로 써놓은 것을 보다가, 문득 황(況)을 흐리고 거칠다는 의미의 황(荒)으로 바꾼 단어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그야말로 시야가 온통 흐리고 황폐해져(近荒) 자신이 지금 어디 있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는 상태를 의미하겠죠. 그렇다면 단어는 소중한 사람이 떠난 후의 마음 풍경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 곡의 아이디어가 되었습니다. 특히 후렴 가사는 실제로 청자에게 말을 건넨다는 느낌으로 만들었습니다.
한편 "가을겨울봄여름"은 실제로 9월에 태어난 가을방학 두 사람의 자전적인 얘기입니다. 가을을 테마로 한 노래지만 사계절 어느 때 들어도 편안히 들을 수 있는 소박한 곡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1집의 음악적 색깔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더 선명한 저희만의 감성을 찾고 싶다는 저희의 바람이 담겨 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번 싱글에는 실제로 현재 가을방학과 함께 다수의 라이브를 소화하고 있는 호흡 만점의 세션 연주자들(건반 서영호, 베이스 전솔기, 드럼 정수영)이 직접 편곡 작업과 레코딩에 참여하였습니다.
또한 공동 프로듀서로는 김홍집 음악감독님을 모셨습니다. 연주자 전원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 그리고 프로듀서님의 섬세한 디렉팅 속에서 녹음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습니다. 1집 앨범 자켓을 촬영했던 장소인 한강 잠수교 인근의 풍경을 다시 한번 담아낸 자켓 디자인은 계피와 오세범님이 담당했습니다. 1집과 2집의 가교 역할을 하는 본 싱글의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