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매미가 울어대고 창문 밖으로 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여름날의 오후. 노래의 화자는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고, 꿈속으로 빠져든다. 기억 속의 장소인지, 비현실의 장소인지 모를 곳을 거닐며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화자. 짧은 꿈에서 깨어난 화자는 자신도 모르게 스산해진 마음을 추스르며, 다시 더운 여름날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마치 소박한 단편소설의 한 장면을 옮겨 적은 듯 아름다운 노랫말이 돋보이는, 김동률의 이번 새로운 싱글 ‘여름의 끝자락’은,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연주와 김동률의 목소리로만 이루어진 작은 소품곡이다. 독일 가곡을 연상케 하는 애틋하지만 절제된 멜로디는, 클래식 어법을 잘 살린 김정원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로 더욱 빛을 발한다. 김동률은 이번 곡 작업을 처음 시작 할 때부터 20년 지기 친구이기도 한 김정원의 연주를 염두에 두었기에, 이를 흔쾌히 수락한 김정원과의 오랜 교류 끝에 편곡 및 녹음 작업을 마쳤다고 한다. 두 사람의 협업은 2004년 김동률 토로 앨범의 수록된 ‘청원’, ‘River’ 이후 약 15년 만이다.
김동률의 음악 하면 풀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함께하는 큰 규모의 곡들이 먼저 떠올려지곤 하는데, 한 편으론 가요와 클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은 소품들이 그의 음악 스타일을 정의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피아노와 노래로만 이루어진 곡으로는 2011년에 발표된 ‘겨울잠’ 이후 처음인데, 두 곡이 상반된 계절을 노래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번 곡의 뮤직비디오는 ‘답장’ 뮤직비디오의 CASKA 김선혁 감독이 다시 한번 연출을 맡았다. 제주도 로케로 진행된 이번 뮤직비디오엔 신인배우 김도건이 출연해, 아름다운 제주의 여름 풍광을 배경으로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작년 12월 ‘동화’ 이후 8개월 만에 발표되는 싱글 ‘여름의 끝자락’은, ‘답장’ 앨범의 연장선으로 발표된 싱글 시리즈의 마지막 곡이다. 답장 미니앨범 5곡, 그리고 연이어 발표된 싱글 4곡까지 총 9곡의 대장정이 이로써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