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문화재 김소희 민요
우리 민속악계의 대모(代母)이자 박록주, 박초월과 더불어 근.현대 판소리를 주름잡던 최고의 여류명창 김소희(金素姬 : 1917-본명 : 순옥)는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길목에서 유일하게 버티어 온 우리의 자존심이다.
전북 고창군 흥덕에서 태어나 열두살 때 광주에서 송만갑 명창으로부터 소리를 배우기 시작하여 이듬해부터 소리꾼의 길로 나서기 시작, 열네살의 어린 나이로 남원 명창대회에서 1등을 하였고 그후 박동실, 정응민 등에게서 <심청가>를, 정정렬 명창에게서 <춘향가>를 사사 받아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명창이 되었다.
그녀가 열아홉살에 녹음한 일제 빅터 레코드사의 <빅터판 춘향가(1936년 발매)>는 현존하는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는 천재적인 고운 음색으로서 그녀가 부르는 <춘향가>와 <심청가>를 듣노라면 '세상의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녀가 젊었을 때 남긴 민요가락 또한 최고의 소리로서 평가되어 왔다.
금번 신나라에서 제작한 '김소희 민요(Ⅰ)'은 그녀가 60∼70년대에 남긴 민요녹음 음원들을 다시 모아 편집하고 NOISE 제거를 하여 만든 것으로서 6개월여에 걸친 마스터링 작업이 걸려야 했다.
'김소희의 민요'는 전통의 맛과 기량이 어우러진 것으로 오늘의 민요와는 색다른 맛을 주고 있다.
끈끈하면서도 극치의 목소리가 엮어내는 멋이야말로 김소희가 아니면 낼 수 없는 것이리라.
그녀가 걸어온 소리꾼의 인생역정이 실로 값지게 우리 가슴에 남겨지기 위해 부족하나마 본 음반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그녀가 걸어온 그 험준한 예술의 길에는 우리가 겪었던 모든 고통과 기쁨이 담겨잇다. 아낌없이 그녀를 존경하고 사랑하자.
'소리'하나를 끌어안고 운명처럼 살아온 그녀는 이제 인생의 황혼에서 오늘의 현실을 지켜보고 있다.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담당한 우리 세대가 과연 그녀의 눈에 어떻게 비치려는지 실로 부끄럽다.
어려운 생활여건과 예술적인 사회적 기반이 부족하여 고생만 했던 '우리의 잽이'들이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다.
그들이 우뚝 세워놓은 '소리'만을 남긴 채 역사의 뒤안으로 지나쳐가고 있다. 오늘과 내일을 담당할 오늘의 세대는 '김소희의 소리'를 경청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진정한 잽이'가 되기 위해 그녀가 평생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을 우리의 가슴에 담고 조용히 간직하자. 그 속에서 김소희는 모든 '소리'의 비밀을 아는 자에게만 말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