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도 가슴 떨려 수줍게 넌 내게 고백했지 내리는 벚꽃 지나 겨울이 올 때까지 언제나 너와 같이 있고 싶어 아마 비 오던 여름날 밤이었을거야 추워 입술이 파랗게 질린 나 그리고 그대 내 손을 잡으며 입술을 맞추고 떨리던 나를 꼭 안아주던 그대 이제와 솔직히 입맞춤보다 더 떨리던 나를 안아주던 그대의 품이 더 좋았어 내가 어떻게 해야 그대를 잊을 수 있을까 우리 헤어지게 된 날부터 내가 여기 살았었고 그대가 내게 살았었던 날들 나 솔직히 무섭다 그대 없는 생활 어떻게 버틸지 함께한 시간이 많아서였을까 생각할수록 자꾸만 미안했던 일이 떠올라 나 솔직히 무섭다 어제처럼 그대 있을 것만 같은데 하루에도 몇 번 그대 닮은 뒷모습에 가슴 주저앉는 이런 나를 어떻게 해야 하니
그댄 다 잊었겠지 내 귓가를 속삭이면서 사랑한다던 고백 그댄 알고 있을까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또 얼마를 그리워해야 그댈 잊을 수 있을지 난 그대가 아프다 언제나 말없이 환히 웃던 모습 못난 내 성격에 너무도 착했던 그대를 만난 건 정말이지 행운 이었다 생각해 난 그대가 아프다 여리고 순해서 눈물도 많았었지 이렇게 힘든데 이별을 말한 내가 이 정돈데 그대는 지금 얼마나 아플지
보고싶어서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무작정 그 버스에 올랐어 나를 안으며 사랑한다 말하던 우리 추억이 사는 그 동네 가는 길 많이 변했다 예전같지 않은 풍경에 너무 놀라서 바보같이 눈물이 났어 그렇게 다짐을 했었는데 많이 변했니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보다 밥은 챙겨먹는지 아픈곳은 없는지 가끔 걱정되곤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땐 몰랐지 우리가 헤어지게 될 순간을 참 많이 싸웠었고 참 많이 미워했지 돌이켜 생각하면 너에게 미안해
많이 변했니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보다 밥은 챙겨먹는지 아픈곳은 없는지 가끔 걱정되곤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땐 몰랐지 우리가 헤어지게 될 순간을 참 많이 싸웠었고 참 많이 미워했지 돌이켜 생각하면 너에게 미안해 잊을 수 있니 우리가 사랑했던 그 기억들 참 많이 좋아하고 너무나 사랑했던 그때의 계절을 그기억의 시절
길거리의 포장마차에선 하얗게 김이 서리고 있었던 어느 겨울 마지막 즈음의 일 예쁘다는 한마디에 발그레 웃던 너 잡을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에 내 손을 낚아채고선 추우니까 빨리가자며 걸음 재촉했던 너 맛있어 보인다며 들어갔었던 맛없는 돈까스집 인사동 어딘가에서 차를 마시며 언 몸을 녹이고 경복궁 돌담길을 걸으며 쳐다본 높았던 하늘 그다지 재밌지 않았던, 영화 한 편을 보고 간단하게 맥주 한 잔 하자며 들렀었던 호프 시덥지 않은 몇마디 농담이 오가는 동안, 몇 번의 눈빛이 서로 오갔었는지, 기억은 하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만남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겐 그 날이 흉터처럼 남아있다는 걸 아는지 약속 3시간 전부터 어떤 옷을 입을지 결정하고 꽤나 멋부릴줄 아는 친구녀석이 머리도 만져주고 평생 뿌릴일 없던 향수가 온 몸에서 진동했었고 널 기다리는 동안 쇼윈도에 몇 번이나 날 비췄는지
널 아는 친구녀석 가끔 술 한잔 하면 습관처럼 묻는다 보고 싶지 않냐고, 그립지 않냐고, 생각나지 않냐고 술에 취해서, 너에게 취해서, 너의 미소에 취해서 그래, 그것 하나로도 더없이 행복했던 순간들
추운 겨울이 지나가면, 같이 너도 사라질까 따뜻한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네가 사라질까 낙엽이 지고 또 다시 눈이 내리면 네가 사라질까 그렇게 몇 해가 지난건지, 얼마나 나는 늙었는지
좋았던 순간, 행복했던 순간 혼자가 아니라 둘이 만들었었던 더없이 행복했던 날들의 기억 둘이 만들었기에 행복했었고 너없는 순간에서 기억은 잔인하게 피어오른다 길거리 포장마차는 올해도 김이 하얗게 서려있구나
뜬금없는 요청 그리고 승낙 모르는 버스를 타는 불안과 설레임 세게부는 봄바람 낯선동네 환상 환각 내지는 청아함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약혼반지 술 칠리새우와 해물누룽지탕 홍등(紅燈) 진심의 토로 그리고 답변 적당한 시끄러움 아슬아슬한 공간 유익한 수다 창밖을 바라보던 옆모습 붉어진 얼굴 맑은 눈빛 조곤조곤하게 말하던 입술 마법같은 딜레마 아프다고 말하니, 아팠었다고 말한다 좋아보인다고 말하니, 환하게 웃는다
공통점, 그건 어쩌면 금단의 매력 맛봐선 안 될 열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벚꽃이 한창지고 있었던 삼성동 봉은사 사거리 아직 결혼식까진 시간이 꽤 많이 남았었다 `사진이나 찍자` 이 곳, 서울 특히나 무역센터에서 봉은사까지 도시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동네라 생각하면서, 연인들의 모습, 꽃이 피었다가 이내 져가는 모습, 새싹이 돋아나던게 엊그제 갔더니, 어느새 잎이 피어나는 광경 그 사람의 결혼식, 언젠가는 하겠지, 하겠지 생각했었다 고등학교 때 부터, 대학을 졸업하는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내게 순수함이 뭔지, 낭만이 뭔지, 열정이 뭔지 보여준 그 사람 `다행이지, 그 사람이 첫사랑인게` "야! 유경이 왔다, 유경이 왔어!" 호텔 그랜드볼룸 입구 들어섰더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다들, 이제는 어른이구나 생각하게 되는 결혼식장에서의 풍경 그럴싸한 정장,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모습, 나는 어디있을까? 온통 분홍색으로 수놓여져 있는 이 곳, 테이블매트, 의자, 심지어 꽃들까지, 정말로 결혼이구나 신랑이 입장한다, 그 사람이 들어온다 짖?은 동기 녀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를 치고 그 사람, 정말로 여전하게도 보기 좋게 웃는다 신부가 입장한다, 그 여자가 들어온다 현악4중주와 피아노가 입장에 맞추어 음악을 연주한다 웨딩드레스, 빛나는 모습, 정말로 너무 아름답구나 `그래, 내가 아니여서, 다행이야` 예식이 끝나고, 간단히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눴다 오랜만에 본 친구들, 적당한 대화, 적당한 웃음 "어이, 쩡~ 첫사랑 결혼하니까, 어때?" 와인을 얼마나 마셨는지, 얼굴이 벌겋게 핀 녀석, 짖궂은 농담섞인 말에도 그렇게 적당히 웃어 넘긴다 사람 많은 토요일 오후, 2호선 삼성역 이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전부 어디서 있던걸까? 그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필름처럼 "아저씨, 경복궁역 한 장이요" 그 사람과 처음이자 마지막 이었던 데이트 장소 술이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내 품에 안겨 울던 그 사람 헤어진 여자친구가 생각난다며, 징징거리던, 어린애 같던 그 사람 티셔츠가 당신 눈물로 다 젖었던걸, 그 사람 기억이나 할까? 과거를 떠올리는 동안, 열차는 교대역에 가까워져 갔다
흔들리는 세상속에서 기억이 온전하다는 건 어쩌면 기적을 바라는 일일지도 모른다 - 오늘도 이 곳, 내가 서 있는 여기 혜화동사거리 혜화역까지, 귀에는 이어폰을 꽃은체로 걷는다 가끔, 그런 류의 옷가지들 예를 들어, 보라색 주름 스커트라던가 같은 색의 스웨이드 신발이라던가- 를 보게 되면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 여자 그 날 우리가 어땠었는지, 노원역 어딘가에서 만나 차를 마셨었는지, 비오는 거리를 뛰고 뛰어서 우산이 파는 곳이 왜 그렇게 보이질 않던지 조용한 근처 어딘가에서 술을 한 잔 했었는지 눈을 떠보니 그녀는 내 품에 안겨 잠들어 있었고, 다시 눈을 떠보니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안에 홀로 `내가, 어디 있는거지?` 단편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녀의 관한 사물조차 때론 의심스럽다, 과연 내가 기억하고 있는게 맞을지 내가 걷고 있는 이 거리가 `혜화동사거리`라는 표지가 없으면, 과연 나는 어디를 어떻게 알고 걷는걸까? 나는 이 거리를 왜 걷고 있는걸까? 흔들리는 세상속에서 기억이 온전하다는 건 어쩌면 기적을 바라는 일일지도 모른다 -
인연, 그 말없는 확약 눈물로, 두 손으로 그렇게 말없는 세상의 둘 네가 있어 볼 수 있어 내가 있어 쉴 수 있던 그 여린 시간의 방황들 어찌하나, 돌아 올 수 없는 계절을 비수에 꽃힌 심장 아파서 견딜 수 없는 고통 처음부터 그렇게 될 것을 알면서 왜 사랑했었나 왜 이별했었나 얼마남지 않은 추억으로 너를 묶어 휘휘 저 멀리에 날려 다시 돌아 올 수 없게 새싹이 돋고, 잎이 무성해서 낙엽이 지면, 가지만 남는 나무 같이 가련한, 네 사랑아 나무 같이 미련한,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