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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한 마리 새
날아오면서 뚫어 놓은 하늘의 파이프로 머나먼 곳의 노래 여울져 온다 새, 나처럼 외로운 이가 날려 보냈을 낯선 새여 새는 한 바퀴 머리위를 맴돌아 가라앉은 가슴 물보라로 솟게 하는 머나먼 곳의 분수 혹시나 새의 주인이 날 닮지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한 마리 새 나도 새가 되어서 막힌 것을 뚫는 새가 되어서 노래만이 아니라 엉킨 것도 푸는 고마운 새 되어서 불타는 산속도 뚫어 가면서 불 붙은 날개로 사라지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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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 ||||
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장마로 무너진 돌담벽을
아침이면 몇 개씩 쌓아 올리며 어느것이 그 자리에 있던 것인지 그걸 몰라 한참씩 생각해 가며 제 자리에 놓일 돌을 가려 내가며 찾아 낸 작은 기쁨에 허리를 펴며 제 자리에 바로 놓기가 쉽지 않음을 손바닥의 돌 목소리 헤아려 가며 제자리 잡은 놈을 쓰다듬으며 검은 이를 가지런히 드러내는 웃음 아침마다 힘든 일로 깨달아 가며 내 인생 사십줄을 다시 쌓듯이 허리를 젖힐 때마다 망설여 가며 새로 쌓은 일이 하나도 없음을 아침이면 어려움을 다시 만나선 내일로 미뤄 놓고 흙손을 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