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우산 없는 그대가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 기대를 하게 되요 우린손을 잡고 이 작은 수조 속에서 서로의 차가움에 기대 조금씩 잠겨가
그저 난 괜시리 깊게 잠든 그대가 깨어나 떠날 것만 같은 걱정을 하게 되요 분명 눈을 뜨면 내 옆에 그대는 없을 거야 이 비가 그치면 더 이상 흘릴 나조차 없을 거야 그냥 여기에 있어줘 깨어나지 말고 차라리 이대로 죽어줘 비참하게 떨고 있는 내 숱한 침묵들을 모두 쏟아 내버릴 수 있게
이미 딱딱하게 굳어진 내게 찬비를 내려줘요 멈춰버릴 것 같은 이 계절을 계속 흘러가게 해줘요 그냥 여기에 있어줘 깨어나지 말고 차라리 이대로 죽어줘 비참하게 떨고 있는 내 숱한 침묵들을 모두 쏟아 내버릴 수 있게 있게
찌푸린 날엔 아름다운 곳의 꿈을 꾸네 눈꺼풀 뒤엔 초록의 하늘이 번져가고 그곳에 부는 바람을 한 모금 씩 마시면 현실도 잊혀져 난 가벼웁게 흩날리네 그 잠은 얕아서 난 금세 깨어나 바람의 냄새는 기억나질 않네 맑게 갠 날엔 어제의 잘못을 써내려가 엉망진창의 글씨는 의미를 얻지 못하고 노래가 흘러나오는 입을 틀어막으면 후회도 사라져 난 좁은 방을 떠다니네 비누 거품처럼 불안한 행복과 희미한 내일의 기대만이 가득해 흔들흔들 매달린 채 허공 위를 달리고 있네 숨이 차고 애가 타들어가도 난 앞으로 갈 수 없네 저기 있는 나와 나의 줄어들지 않는 거리에 몸을 떨며 헛된 걱정만 하다가 오늘은 사라지네
찌푸린 날엔 아름다운 곳의 꿈을 꾸네 찌푸린 날엔 아름다운 곳의 꿈을 꾸네 흔들흔들 매달린 채 허공 위를 달리고 있네 숨이 차고 애가 타들어가도 난 앞으로 갈 수 없네 흔들흔들 매달린 채 이젠 돌아 갈 수도 없네 나를 묶은 희망을 끊어버리고 난 천천히 떨어지네 끝나지 않는 긴 한 낮을 바랬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가고 싶었지 난 많은 바람들을 조심스레 묻고 아 그토록 비웃던 현실에 발을 딛네
아주 높은 곳에 올라가는 길 이젠 아무래도 잊어 버렸나 아무도 날 이해 할 수 없다고 이제나 저제나 생떼를 썼나 이른 네 시에 가자 높은 탑 위로 가자 아차 늦었나 나조차 나조차 잊게 되는 볕에 쐬었나 까만 짐승들이 눈을 뜨는 아침이 왔나 무더운 날에 춤추던 계절은 갔나
발가벗은 몸을 깊숙히 묻고 이제나 저제나 늦잠을 잤나 모두가 남겨 놓은 껍질을 삼켜 내게만 계속 되는 팔월의 현상 이른 네 시에 가자 높은 탑 위로 가자 아차 늦었나 나조차 나조차 잊게 되는 볕에 쐬었나 까만 짐승들이 눈을 뜨는 아침이 왔나 무더운 날에 춤추던 계절은 갔나
난 자꾸 말을 더듬고 잠드는 법도 잊었네 철지난 장맛비가 그치지 않고 퍼붓네 아차 늦었나 나조차 나조차 잊게 되는 볕에 쐬었나 까만 짐승들이 눈을 뜨는 아침이 왔나 무더운 날에 춤추던 계절은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