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제작된 정태춘의 데뷔음반인 “시인의 마을”은 30년 만에 CD로 재발매하게 되어 한국 음악사적 의미를 가지며, 특히 원작 복원에 중점을 두어 오리지널 마스터테입을 디지털 리마스터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필터링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당시 녹음된 AMPEX 특유의 질감있고 생생한 소리를 담고 있는 것이 이 앨범의 특징입니다.
소리 없이 어둠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밤이 찾아 오면 창가에 촛불 밝혀 두리라 외로움을 태우리라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사랑은 불빛아래 흔들리며 내 마음 사로 잡는데 차갑게 식지 않는 미련은 촛불처럼 타오르네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눈물에 옷자락이 젖어도 갈 길은 머나먼데 고요히 잡아주는 손 있어 서러움을 더해 주나 저 사공이 나를 태우고 노 저어 떠나면 또 다른 나루에 내리면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서해 먼 바다 위론 노을이 비단결처럼 고운데 나 떠나가는 배의 물결은 멀리 멀리 퍼져간다 꿈을 꾸는 저녁 바다에 갈매기 날아가고 섬 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 물결 따라 멀어져 간다 어두워지는 저녁 바다에 섬 그늘 길게 누워도 뱃길에 살랑대는 바람은 잠잘 줄을 모르네 저 사공은 노만 저을 뿐 한 마디 말이 없고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육지 소식 전해오네
그네를 딛고 올라서서 흔들흔들 흔들어 보자 솟아라 보자 그네야 높이 솟아서 먼데 보자 쌍무지개 끈을 달아 학 타고 날 듯 하늘에 올라 산너머 사당의 내 님을 보자 꽃같이 어린 님 내 님을 보자 오월 훈풍에 옷자락 날리며 그네에 올라 높이 솟아라 청치마 홍치마 바람에 날리며 훨훨 높이 솟아보자
어둠이 내 방에까지 밀려와 그 우수의 계곡에 닻을 내리면 미풍에도 떨리는 나무잎처럼 나의 작은 공상은 상처받는다 빗물마저 내 창 머리 때리고 숲 속의 새들 울음 간혹 들리면 멀리 날고픈 내 꿈의 날개는 지난 일기장 속에서 퍼득인다 아하, 날개여 날아보자 아하, 날개여 날자꾸나 등불을 끄고, 장막을 걷고, 그림자를 떨쳐 버리고 내 소매를 부여잡고 날아보자 먼동에 새벽 닭이 울기까지라도 에 헤이, 에 헤이 기다리지도 않고 맞은 많은 밤들 어쩌면 끝내 돌아가지 않을 듯한 무거운 침묵 꿈 꾸듯 중얼거리는 나의 독백도 방황의 사색 속에 헤매이고 세월 속에 잊혀져 간 얼굴들 저 어두운 밤 바람에 흩날리면 누군가 내 창문밖에 서성대다 비와 밤과 어둠 속에 사라진다 아하, 날개여 날아보자 아하, 날개여 날자꾸나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고, 기쁨과 슬픔이 함께 하는 곳 내 영혼의 그늘 밖으로 나가보자 동녘 먼 데서 햇살 떠오르기 전에 에 헤이, 에 헤이
빗줄기 흐르는 나뭇잎 사이로 뿌옇게 비치는 가로등 불빛 나 홀로 외로이 비를 맞으며 젖은 옷깃세우고 어딜 가나 그녀 돌아선 길목위로 촉촉히 적시며 내리던 비 가버린 사랑을 가슴에 새기며 내리는 빗속을 나는 간다 비야 부슬비 그녀의 머리 위에 내려라 비야 부슬비 사랑의 빗물로 내려라 공휴일 고궁의 산책길에 우리의 머리위로 내리던 비 마주 잡은 우리들의 잡은 손에도 사랑으로 적시던 부슬비 이제는 그 길을 홀로 걸으며 그녀 돌아선 길목위로 가버린 사랑을 가슴에 새기며 나 홀로 나 홀로 걸어간다 비야 부슬비 그녀의 머리 위에 내려라 비야 부슬비 사랑의 빗물로 내려라
현재 거장의 위치에 당당히 서 있는 정태춘의 시작을 알렸던 데뷔 앨범이 바로 본작 ‘시인의 마을’이다. 군에서 갓 제대한 정태춘은 모든 곡의 작사와 작곡을 혼자 이뤄냈으며 약간의 편곡만을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만들었다. 특유의 구수함을 바탕으로 솔직하면서도 시적인 그의 노래들은 당시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시를 좋아하는 정태춘의 곡들 속에서 한국 특유의 정서를 읽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앨범 타이틀곡으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포크송 ‘시인의 마을’, 마치 비틀스의 ‘When I’m Sixty Four’를 연상하는 인트로를 가진 ‘사랑하고 싶소’, 이후 박은옥과 함께 발표한 앨범에서 다시 녹음했던 히트곡 ‘촛불’을 필두로 앨범은 차분하게 진행된다. 너무나 한국적인 ‘木浦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