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키를 바탕으로 한 이현우의 데뷔앨범 Black Rainbow는 몇가지 색다른 시도를 느낄 수 있다. 기성 가수조차 시도한 바 없는 샘플 뮤직이나 장르상의 컨셉트 시도는 신선함 그 자체라 하겠다. 또한 서울과 뉴욕에서의 이원화 녹음작업이나 국내 최초의 마스터링 작업도 생경한 시도들이다. 크로스 오버와 휴전의 양립 속에서 상업성과 음악성을 고루 겸비한 느낌은 세련된 리듬감과 다양한 악세서리 사용으로 인한 화려한 사운드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뉴욕 유학시절, 현지 대학가에서 황색 펑키붐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뒤로 미루더라도 High Hat Cymbal에 의한 리듬 진행이 돋보인 '홍도야 울지마라 1991'을 비롯하여 뮤트 주법에 의한 EG의 리듬 진행이 파격적인 발라드 풍의 휴전 록 '슬픔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에서 느껴지는 뛰어난 감각은 이현우의 음악성을 인정할 수 있겠다.
또한 소울창법이 느껴지는 펑키 블루스 '우연히 마주친 여인'과 리듬의 변화가 뛰어난 펑키 팝 '짧은 만남', 블랙펑키 '꿈' 등은 완벽에 가까운 본고장의 펑키무드를 발산하고 있다. 특히 펑키의 프로그레시브라 할 수 있는 '사랑할 수 없는 너'는 간주에서 래핑으로 긴박감을 조성하는, 다분히 실험적인 색채를 띄고 있다. 정제된 감정표현이 압권인 발라드 풍의 슬로우 록 '그리고 이제는'은 댄스 뮤지션들의 한계로 부딪히는 가창력에 대한 우려를 일축시키는 곡이기도 하다.
중학교 시절부터 그룹활동을 시작하여, 블랙 뮤직의 본고장에서 체험적 음악 활동을 했던 이현우이다. 12년간 그룹활동은 엔터테이너로의 자질을 형성했고, 10년간의 유학생활은 블랙 뮤지션으로의 재능을 쌓은 것이다.
최근 새로운 엔터테이너의 부재를 우려하고 있는 가요계의 현실이고 보면 이현우의 등장은 막힌 숨통을 뚫어넣는 듯한 기쁨을 안겨줄 것이다. 더욱이 크게 침체된 댄스뮤직에 있어선, 블랙 뮤직만의 멋이라 할 수 있는 신선한 자유와 잠재된 혼의 박동이 어깨를 들썩이게 할 것 임을 느끼게 한다.
바야흐로 이현우의 활동이 시작되었고, 그의 눈부신 1991년이 크게 기대된다.
- 1991. 정해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