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
1. |
| 4:15 | ||||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앞서지도 뒤서지도 말고 이렇게 서로 그리워하는 만큼 닿을 수 없는 거리가 거리가 있는 우리 나란히 떠나가리 늘 이름 부르며 살아가리 사람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는 그날까지 그날까지 그날까지 |
||||||
2. |
| 6:05 | ||||
그대 떠난 빈 자리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꽃 한 송이 피리라 천둥과 비 오는 소리 다 지나고도 이렇게 젖어 있는 마음 위로 눈부시게 환한 모시 저고리 차려 입고 구름처럼 오리라 가을 겨울 다 가고 여름이 오면 접시꽃 한 송이 하얗게 머리에 꽂고 웃으며 내게 오리라 그대 떠난 빈 자리 절망의 무거운 발자국 수없이 지나가고 막막하던 납빛 하늘 위로 꽃모자를 흔들며 기다리던 당신은 내게 오리라 새롭게 얻은 우리의 생명 다하는 그날까지 우리 서로 살아 있다 믿으며 기다리는 것도 살아 있는 것도 영원하다 믿으며 그대 떠난 빈 자리 그토록 오래 고인 빗물 위로 파아란 하늘은 다시 떠오르리라. |
||||||
3. |
| 3:58 | ||||
바다를 사이에 두고 우리가 밤마다 뒤척이며 돌아눕고 있구나
그대 있는 곳까지 가다가 끝내 철썩철썩 파도소리로 변하고 마는 내 목소리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수없이 던진 소리들이 그대의 기슭에 다 못 가고 툭툭 물방울로 치솟다 떨어지는 바다 바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그대가 밤마다 아름답게 별빛으로 깜박일 때 나는 대낮의 거리에서 그대를 부르고 있구나 내가 마른 꽃 한 송이 들고 물가로 갈 때 언덕 아래 가득한 어둠으로 저물던 그대와의 자전하는 이 거리 바다를 사이에 두고 오늘도 밤마다 뒤척이며 돌아눕고 있구나 그대 있는 곳까지 가다가 끝내 앙상한 바람소리로 흩어지고 마는 내 목소리 |
||||||
4. |
| 4:11 | ||||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이 못 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음, 그대로 두었지요 |
||||||
5. |
| 3:28 | ||||
가을이 되면 찬밥은 쓸쓸하다 찬밥을 먹는 사람도 쓸쓸하다 이 세상에서 나는 찬밥이었다 사랑하는 이여 낙엽이 지는 날 그대 저녁 밥상에 나는 김 나는 뜨끈한 국밥이 되고 싶다 가을이 되면 찬밥은 쓸쓸하다 사랑하는 이여 가을이 되면 찬밥은 쓸쓸하다 참 쓸쓸하다 |
||||||
6. |
| 3:23 | ||||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
||||||
7. |
| 3:24 | ||||
저물녘 그대가 나를 부르면
나는 부를수록 멀어져 서쪽 산이 되지요 그대가 나를 감싸는 노을로 오리라 믿으면서 하고 싶은 말 가슴에 깊이 숨기고 그대의 먼 산 되지요 |
||||||
8. |
| 5:45 | ||||
봄이 가면 남쪽 나라 눈물꽃 피네 보리피리 불어대면 보리꽃 피고 눈물바람 불어대면 진달래꽃 피는데 눈물꽃 지고나면 무슨 꽃 필까 눈물꽃은 모래꽃 남쪽 나라 꽃 눈물꽃 씨앗 하나 총맞아 죽어 눈물꽃은 모래꽃 남쪽 나라 꽃 눈물꽃 씨앗 하나 총맞아 죽어 봄이 가면 남쪽 나라 눈물꽃 피네 눈물꽃 지고 나면 무슨 꽃 필까 |
||||||
9. |
| 4:28 | ||||
그대에게 가는 길 어디쯤 있을지 무작정 길을 나서다 여기까지 왔네 끝없는 그리움들이 나에겐 힘이 되었지 이제는 내가 길이 되어 그대를 향해 가리니 그대에게 가는 길 어디쯤 있을지 무작정 길을 나서다 여기까지 왔네 |
||||||
10. |
| 4:13 | ||||
오늘도 집에 가다 나는 네 뿌리에 앉아 서늘한 네 몸에 더운 내 몸을 기댄다 토끼풀꽃 애기똥풀꽃이 지더니 들판은 푸르고 토끼풀꽃 애기똥풀이 지더니 엉겅퀴꽃 망초꽃이 피었구나 좋다 네 몸에 내 몸을 기대고 앉아 저 꽃 저 들을 보니 오늘은 참 좋다 |
||||||
11. |
| 4:19 | ||||
우산 없이 학교 갔다 오다 소낙비 만난 여름날
네 그늘로 뛰어들어 네 몸에 내 몸을 기대고 서서 비 피할 때 저 꼭대기 푸른 잎사귀에서 제일 아래 잎까지 후둑후둑 떨어지는 큰 물방울들을 맞으며 나는 왠지 서러웠다 뿌연 빗줄기 적막한 들판 오도 가도 못하고 서서 바라보는 먼 산 느닷없는 저 소낙비 나는 혼자 외로움에 나는 혼자 슬픔에 나는 혼자 까닭없는 서러움에 복받쳤다 외로웠다 네 푸른 몸 아래 혼자 서서 그 수많은 가지와 수많은 잎사귀로 나를 달래주어도 나는 달래지지 않는 그 무엇을, 서러움을 그때 얻었다 그랬었다 나무야 오늘은 나도 없이 너 홀로 들판 가득 비 맞는 푸르른 나무야 |
||||||
12. |
| 4:25 | ||||
바람 부는 날 내 마음속에 작은 바람이 일어 비가 오는 날 내 마음 속에 작은 이슬이 맺혀 바람 부는 날 거리에 나가 자꾸 서성거리고 비가 오는 날 전화벨 소리 자꾸 기다려지네 그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몰라 그대 이미 내 맘 속에 있는 걸 그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몰라 그대 이미 내 맘 속에 있는 걸 |
||||||
13. |
| 4:48 | ||||
그대들이 퍼먹고 놀다 잠든 한밤에도 하수도는 흐른다
꼬르륵거리는 배를 잡고 하수도는 흐른다 씨벌씨벌하며 기어이 하수도는 흐른다 이 악물고 눈물 머금고 닦지도 않고 하수도는 흐른다 똥오줌물 데리고 하수도는 흐른다 옛 동무는 멀리 갔어도 손에 손잡고 하수도는 흐른다 땅밑에도 길이 있다고 사랑은 낮은 곳에 있다고 하수도는 흐른다 이 썩은 세상을 뒤집어쓰고 하수도는 흐른다 흐르다가 숨이 막히면 거꾸로 하수도는 흐른다 거꾸로 거꾸로 거꾸로 거꾸로 거꾸로 거꾸로 거꾸로 거꾸로 |
||||||
14. |
| 4:30 | ||||
아침에 나의 머리맡에 부지런한 나팔꽃 인사하지
나를 위해 그대 노래 하고 방안 가득 꽃향기가 좋아 사는 날 가끔 힘이 들 때 망설이던 눈물 흘려도 돼 하늘 향해 뻗는 나팔꽃 봐 마음까지 하늘에 닿겠네 우 우 이른 아침 우 우 창밖을 봐 높이 날으는 새들 얼마나 힘찬지 또 밤새 서 있는 푸른 나무들 좀 봐 우 우 이른 아침 우 우 그대와 나 사는 날 가끔 힘이 들 때 망설이던 눈물 흘려도 돼 하늘 향해 뻗는 나팔꽃 봐 마음까지 하늘에 닿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