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음악, 그 순수한 원형으로의 회귀-서울전자음악단>
▶서울전자음악단
“음악은 언제나 늘 제 곁에 있었고 그래서 어릴 적부터 음악인이 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죠.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는 자식의 심정으로. 하지만 어떤 음악을 만드냐는 전적으로 제 개인의 문제이자 스스로를 향한 질문입니다.”
섬세하면서도 정교한 기타선율로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고 있는 신윤철. 그를 중심으로 유진박 밴드 등 여러 뮤지션의 앨범에서 세션을 담당 했던 ‘김정욱(베이스)’과 신윤철의 동생이자 깔끔한 드럼 연주로 인정받고 있는 ‘신석철(드럼)’이 의기 투합해 3인조 록밴드 ‘서울전자음악단’으로 비상(飛上)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신윤철은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의 둘째 아들이자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의 동생. 거기에 앨범작업에는 참여를 못했지만 뒤늦게나마 같은 멤버로서 활동하게 된 막내 신석철까지 포함돼 ‘서울전자음악단’은 언뜻 보기에 그 자신들의 음악 이전에 신중현이라는 이름 석자의 무게감으로 시선을 끈다.
하지만 너무 성급히 판단할 필요는 없다. ‘서울전자음악단’의 음악을 들어보면 담겨져 있는 14곡 곳곳에서 그들의 뛰어난 연주실력과 세련된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윤철의 시타르(Sitar) 연주와 전자기타의 매력적인 금속음이 적절하게 융합한 곡 ‘내가 원하는 건’, 객원보컬 정용환의 나른하고도 속삭이는듯한 음색이 돋보이는 타이틀 곡 ‘꿈에 들어와’, 김정욱이 작곡한 'Drive', 정교한 드럼 역할을 부각한 연주곡 ‘My iron bong’과 ‘날으는 핑키’ 등은 탄탄한 그들의 연주실력 만큼 탁월한 그들만의 색깔을 보여준다.
밴드로서 같이 활동하는 것 자체가 ‘함께 있음을 느낄 수 있는 행복’이라고 표현하는 ‘서울전자음악단’ . “내가 너의 곁에 있잖아/ 너의 날개를 펴고 너의 하늘을 날아봐/아픈 것도 두려운 것도 밝은 널 감출 수 없어/ 너의 세상을 가져봐(3번 트랙 ‘날아’ 중에서)”라는 가사처럼 2005년 그들의 힘찬 날개 짓을 기대해본다.
▶서울전자음악단-그 명칭 속에 담긴 그들의 음악과 철학
고전적인 모양새에 독특한 느낌까지 전달하는 팀 명칭, ‘서울전자음악단’. 밴드의 리더인 신윤철이 직접 지은 이 명칭은 흔히 북한에 있는 ‘평양전자음악단’의 반대급부 격으로 탄생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신윤철 그 자신도 이런 의견에 동의하며 ‘서울전자음악단’이라는 이름 자체가 갖고 있는 익숙함과 편안함을 매력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서울전자음악단’이라는 밴드 명칭을 신윤철의 해석을 통해 곱씹어본다면 우리는 그 속에 ‘서울전자음악단’ 멤버들의 음악적 성향과 철학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자(electronic)’란,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구분 짓게 만든 요소라고 생각되기 마련이지만 오히려 ‘전자’란 연결고리를 통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두 가지 영역이 서로 발전되며 소통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자음’도 마찬가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기적 증폭으로 만들어지는 전자음’과 그렇지 않은 ‘어쿠스틱(acoustic)음’, 이 두 가지 음의 영역 간의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겠죠. 저희들이 지향하는 ‘전자음악’이란 바로 어쿠스틱 음악과의 단절이 아닌 ‘교류’이며 파열이 아닌 ‘조화 그리고 발전’입니다. ‘서울전자음악단’의 전자음악이란 이런 느낌에 충실한 음의 연주를 의미합니다.”
▶서울전자음악단-록음악, 그 순수한 원형으로의 회귀
신윤철이 생각하는 ‘전자음악’의 의미는 ‘서울전자음악단’ 1집 14곡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 음들은 한 동안 전 세계 록음악의 주류라 여겨지던 메탈음악이나 최근 여성 보컬을 앞세워 인기를 얻고 있는 어설픈 록밴드의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레이브나 라운지 등의 전형적인 컴퓨터 음악 역시 아니다.
‘서울전자음악단’의 음은 록음악이 탄생해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70년대의 초기 록음악 그 원형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 시대의 특정 록밴드를 지향점으로 추구하기 보다는 그 당시 록밴드들의 느낌과 음악을 되살려보고 싶다는 것이 ‘서울전자음악단’의 바람이다. 베이스 연주를 담당하고 있는 김정욱은 이렇게 얘기한다.
“티없이 명징하다가 때로는 거친 소리까지 뿜어내는 전자기타의 음과 여러 가지 어쿠스틱음이 조화를 이루면서 만들어내는 소리.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는 않지만 적절히 섞여진 이런 어울림이 ‘서울전자음악단’의 소리입니다. 다소 몽환적이라고 평가 받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화음을 통해서 ‘서울전자음악단’ 멤버들이 어릴 적 록음악이라는 것을 처음 접했을 때 들었던 그런 소리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