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천둥과도 같은 기타팝 느와르”
줄리아 하트 3번째 앨범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
▶줄리아 하트
언니네 이발관의 기타리스트로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와 2집 “후일담”에서 리더인 이석원과 함께 많은 곡을 만들었던 정바비가 언니네 이발관을 탈퇴한 후 결성한 밴드입니다. 당시 정바비는 언니네 이발관보다 활동 규모를 대폭 줄이는 대신 소통의 폭은 깊고 크게 하는 활동 방식을 원했기 때문에 2002년 1월 발매된 1집 “가벼운 숨결”은 신촌의 한 음반샵에서만 소규모로 판매됩니다. 쉽게 말해 아는 사람만 아는 앨범이 된 것입니다. 그나마 발매 기념 공연 한번을 마친후 정바비 자신이 군에 입대, 홍보활동은 일절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1집 “가벼운 숨결”은 ‘혹 잃어버리면 다시 사서라도 항상 갖고 있고픈 앨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선물하고 싶은 앨범’이라는 평을 팬들로부터 들으며 실제로도 같은 사람이 여러장을 구매하는 재미있는 현상을 빚는 등 입소문만으로 리프레스를 거듭합니다. 시적인 가사와 탁월한 멜로디 감각, 특유의 섬세한 기타팝 사운드를 바탕으로 지금까지도 ‘하루에 한 장은 꼭 나가는 꾸준한 앨범’으로 사랑받는 이 앨범은 영화 ‘후아유’(감독 최호, 2002)의 사운드트랙에 수록곡 “오르골”과 “유성우”가 쓰이고 또 다른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의 예고편에는 수록곡 “꿈열흘밤”이 쓰이기도 하여 화제를 모았습니다.
2004년 봄에 제대한 정바비는 밴드를 재편성한 후 싱글 “미스 초콜릿”을 발매합니다. 줄리아 하트의 곡중 가장 대중적이라고 해도 좋을 이곡은 당시 탤런트 강동원이 출연한 베이직 하우스의 의류광고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줄리아 하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도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라며 앞다투어 자신의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배경음악으로 깔아두게 만듭니다. 이후 발매된 2집 음반 “영원의 단면”에서는 1집 “가벼운 숨결”에서 확립했던 특유의 섬세한 기타팝 사운드를 바탕으로 전설적인 미국의 밴드 비치 보이스와 브라이언 윌슨에게 영향받은 다층적인 보컬 하모니와 리버브 사운드 등을 마음껏 펼쳐보였습니다. 특히 연진(라이너스의 담요), Francis MacDonald(Teenage Fanclub) 등 국내외 실력파 인디 뮤지션들이 참여한 타이틀곡 “영원의 단면”은 백킹 코러스만 수십 트랙의 달하는 등 당시 프로그램이 수십차례 과부하로 다운되는 바람에 3파트로 곡을 나누어서 믹싱을 해야했을 정도로 정바비의 높은 음악적 욕심을 보여준 트랙이었습니다. 이런 줄리아 하트의 음악성은 음악평론가들에게도 인정받아 제 3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최우수 모던락 앨범’ 부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합니다.
정바비의 곡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줄리아 하트는 볼빨간이라는 예명으로 알려진 서준호를 비롯해 오!브라더스의 안태준, 은희의노을 출신 김경탁, 이스페셜리 웬의 김경모, 코스모스 출신의 이원열 등 인디씬에서 지명도 높은 뮤지션들이 멤버로 거쳐가면서 일명 “인디씬의 슈퍼스타”, “올스타밴드”로까지 불렸으나 활동 6년째 발표하게된 이번 3집에서는 정바비 혼자 남아 세션을 기용하여 음반 및 라이브를 하는 프로젝트 밴드 형식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줄리아 하트의 3번째 앨범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
“미스 초콜릿”으로 대표되는 줄리아 하트의 달콤하고 상냥한 정서를 넘어 좀 더 청자를 몰입시킬 수 있는 스타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정바비는 어느날 병원 빈소에 마련된 ‘조화폐기장’에서 조문에 쓰이고 난 흰 국화꽃과 화환이 앞뒤좌우로 꺾인채로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광경을 보고 앨범의 방향을 잡게 됩니다. 이후 멤버들이 연이어 탈퇴하는 고통 속에서 약 1년 만에 줄리아 하트의 3번째 앨범이 완성되었습니다. 타이틀곡 “기도”는 자신이 짝사랑하던 사람이 자길 좋아한다는 얘길 듣고 기뻐하기는 커녕 화를 내며 그 사람이 죽기를 기도한다는 내용의 곡으로 줄리아 하트의 곡으로는 최초로 뮤직 비디오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게스트 보컬로 언니네 이발관 시절의 동료인 이석원이 참여한 앨범 제목과 동명의 곡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계속해서 같은 아픔이 반복되는 인생이 과연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어린 시절, 견디기 힘들정도로 아픈 상처를 입으면 그 고통을 잊을 수 있을 만큼의 다른 아픔을 자신에게 주기 위해 상처 주변을 일부러 손톱으로 꼬집어 피멍이 생길 때가 있었습니다. 줄리아 하트의 3집은 그런 모질고 악에 받힌 손톱자국들, 서러운 피멍들로 가득찬 앨범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런닝타임 내내 기존의 줄리아 하트 팬이라면 끝까지 듣기 힘들 정도로 쓰디쓴 자책과 절망의 순간들, 가슴무너지는 이별의 이미지만으로 점철되어있습니다. 어설픈 희망의 메시지가 우리의 고통을 덜어내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때, 근거 없이 내뱉는 '다 잘될 거야'란 말이 그 어떤 위안도 되지 않을 때 마지막 방법으로 들을 수 있도록 말이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