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디 밴드의 존재감. 푸른새벽 2006년, 굿바이 앨범 [보옴이 오면] 아련한 청춘에 대한 가슴 시린 작별식.
푸른 새벽의 2집 앨범 [보옴이 오면]이 2006년이 끝자락, 발매된다. 삶은 지리지리 길고도 한 편으로는 짧아서 시간은 참으로 잘 흘렀다. 이들의 데뷔한 지 어느새, 5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2년, 그리고 1년 반이란 텀을 두고 총 세 장의 앨범을 발매하기에 이른다. 지금은 홍대 쪽으로 이전한 이대 후문의 ‘빵’으로부터 시작된 ‘푸른새벽’의 기억은 아직까지 많은 음악 팬들에게 아련하고 기분 좋은 추억이다. 메이저에서 홀연 언더그라운드 씬에 합류한 ‘dawn(한희정)’ 과 기타치는 ‘ssoro(정상훈)’가 우연히 만나 공연하게 될 때는 언더그라운드 씬이 나름 ‘씬’이라는 것을 형성하고 많은 음악들로 풍성했던 시절이었을 테니.
‘푸른새벽’은 오래 전 PC통신시절, 푸른새벽의 보컬 ‘dawn’ 한희정’의 닉네임으로부터 시작된다. 기타치는 ‘ssoro’와 만난 ‘dawn’은 이대 후문에 있던 클럽 ‘빵’에서 함께 공연하게 되고, 사람들은 이들을 ‘푸른새벽’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게 된다. 그 뒤로 오랜 시간동안 이들은 몇 달간의 작업 기간들을 제외하고는 클럽을 중심으로 꾸준히 ‘라이브’를 해오곤 했다. 시간이 지나도 언제나 이들을 찾았던 사람들은 많았고, ‘푸른새벽’은 이번 앨범 [보옴이 오면]을 포함 총 세 장의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밤이 지나면 푸른 새벽이 오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앨범은 ‘푸른새벽’이 팬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내놓는 선물과 같다. 오래 기다려준 마음에 대한, 추운 겨울 따뜻하디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것과 같은 마음에 대한 보답과 같다. 그러나… 당분간 팬들은 너그럽지 못한 현실 탓으로 ‘푸른새벽’의 라이브를 볼 수가 없다. 기약도 없다. 다만, 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이번 앨범의 이름처럼 [보옴이 오면] 이라는 기한없이 이들을 기다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기대해볼 수 있을 뿐이다. 앨범 커버 역시 한 겨울, 그래 제철에 맞는 무엇처럼 하얀 눈 위에 쌓인 들판과 나무 한 그루가 놓여있다. 앨범의 가장 마지막 곡인 ‘보옴이 오면’과 동명의 타이틀이다.
‘푸른새벽’의 굿바이 앨범은, ‘푸른새벽’ 자신들과의 이별, 그리고 팬들에게 고하는 안녕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푸른새벽’의 음악에 담겨 있는 청춘에 대한 작별식과 같다. ‘푸른새벽’을 사랑해주었던 팬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들의 청춘음악은 그리 밝지 못했다. 언제나 그늘지고, 마음 한구석에 존재하는 응어리 같은 것들을 더듬거리는 음악이었다. 그러나 ‘푸른새벽’이 들려주었던 음울한 곡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었다. 언젠가의 새벽을 같이 지새워주던 ‘푸른새벽’의 마지막 앨범이라니 더없이 슬퍼하겠지만, ‘푸른새벽’은 약속 할 수 없는 기약을 [보옴이 오면]을 통해 읊조린다. ‘푸른새벽’의 마지막 앨범은, ‘ssoro’의 기타와 ‘dawn’의 음색이 퍼지는 곳 어디에서든, ‘푸른새벽’이 들려주었던 청춘의 면면들을 기억해주길 바라며 세상의 모든 청자에게 바치는 앨범이다. .... ....
푸른새벽의 1집에 있던 <April>이란 곡을 들어봅니다. 비록 1분 54초의 짧은 노래였지만 TV 소리, 전화벨 소리 같은 각종 소음들과 그 소음들 사이로 들려오는 노래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한희정(dawny)의 더없이 쓸쓸한 목소리는 특히 매력적이었죠. 전 그 앨범에서 <April>을 가장 좋아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April>을 좋아하는 것처럼 다른 어떤 이들은 <스무살>을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시념>을 가장 좋아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앨범 안의 노래들은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어떤 걸 선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균일함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 균일함 속에서 '스무살' 언저리의 청춘들이 갖고 있을 자폐적 정서와 가슴 시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