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이 주도한 사이키델릭 록과 모던 포크와의 접목!!
신중현의 사이키델릭 명곡 <선녀>, 장현의 히트곡 <나는 너를>, 조동진의 <긴 다리 위에 석양이 걸릴때면>, <마지막 노래>등이 수록된 신중현의 선구적 음악 실험이 빛나는 서유석 5집
신중현이 주도한 사이키델릭 록과 포크의 접목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담백하고 몽롱한 분위기의 사이키델릭 포크 장르는 국내에서는 생소했지만 영미권에서는 활발하게 실험했던 진보적인 음악 장르였다. 45년 만에 재발매된 이 앨범은 1973년 유니버샬레코드에서 발매한 서유석의 다섯 번째 독집이자 그의 3대 걸작 앨범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이 음반은 1972년 발매한 양희은에 이어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발매한 사이키델릭 포크 음반이라 할 수 있다. 70년대의 인기 남녀 포크가수였던 양희은과 서유석이 노래했던 두 앨범은 모두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이 야심 찬 시대를 앞서간 음악적 실험을 담아냈지만 금지로 인해 대중적 조명을 전혀 받지 못했던 공통점이 있다. 발매 후에 음악 가게의 판매 진열대에서 오래 머물지 못했던 이 앨범은 70년대 당시에도 쉽게 구하기 힘든 희귀앨범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대다수 해외 사이키델릭 장르 음반들의 재킷 디자인처럼 이 앨범도 사이키델릭 장르를 상징하는 몽환적인 앨범 재킷의 분위기부터 범상치 않다.
장현의 히트곡 <나는 너를>의 오리지널 버전 수록
총 10곡을 수록한 이 음반에서 신중현이 창작한 사이키델릭 포크 록 음악은 1면에 전면 배치되어 있다. 특히 1면 네 번째 트랙은 신중현 사단의 인기가수 장현의 히트곡으로 유명한 <나는 너를>의 오리지널 버전이다. 이 트랙은 <나는 너를>의 오리지널 가수가 장현이 아니라 서유석임을 증명하는 귀한 음원이다. 2면은 당대의 중요 포크 싱어송라이터인 서수남과 조동진의 창작 포크송으로 채웠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긴 다리 위에 석양이 걸릴때면> 등 2면 수록곡들은 포크가수로는 비교적 히트곡이 많은 서유석의 노래 중에서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트랙들이다. 다만 쉐그린의 멤버 이태원이 가장 먼저 취입했던 조동진의 창작곡 <마지막 노래>는 창작자 본인은 물론이고 뒤를 이어 김세환, 이장희, 서유석, 현경과 영애, 이수만, 양희은 등 당대의 중요 포크가수들이 경쟁하듯 취입했던 1970년대의 포크 명곡으로 평가받는다.
신중현의 숨겨진 명곡 <선녀>의 첫 버전
서유석은 오래 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신중현과 이 음반 작업을 하면서 음악적인 갈등이 많았다. 솔직히 말해 이 앨범은 고통 속에서 제작한 음반이었다.”고 고백했다. 두 사람 사이의 가장 큰 간극은 “사랑에 대한 서로의 출발이 다름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서유석은 “결국 종교적 사랑으로 우리 두 사람은 음악적 합일점을 찾았다”고 앨범 녹음 당시를 회고했다. 타이틀곡 <선녀>는 서유석과 신중현 두 사람의 음악적 합일점을 보여주는 이 앨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신중현의 숨은 명곡인 이 노래는, 마치 천상의 선녀가 땅으로 내려왔다 다시 승천하는 과정을 표현한 한국적 향기가 진한 사운드가 환상적이다. 하지만 이 곡은 원형 그대로 음반에 담기지는 못했다. 공식 음반으로는 최초로 발표된 서유석의 <선녀> 오리지널 버전은 이후 엽전들 시절에 녹음된 미공개 버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제된 느낌이며, 러닝 타임도 원곡의 절반 정도인 5분 19초로 짧다. 사실 신중현은 이 앨범 발매 이후 신중현과 엽전들 시절에, 몽롱한 상태에서 자신이 직접 보컬을 맡아 10분이 넘는 긴 버전의 사이키델릭 연주로 <선녀>의 실험적인 녹음을 시도했었다. 그가 덩키스 시절부터 매몰되었던 한국적 이미지와 정서를 사이키델릭 록에 접목한 그 버전은 전율을 안겨줄 정도로 엄청난 대곡이었다. 공식 음반으로 발표된 신중현의 모든 곡들 중 그 버전을 능가하는 곡은 없다고 할 정도로 최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의 엄혹했던 사회 분위기에서 완전체 <선녀>는 공식 음반으로 발표하기엔 무리였고, 결국 1982년 신중현과 뮤직파워 2집에서 5분 50초로 축약된 버전으로 재 수록되었다.
신중현과 서유석의 만남 자체만으로 화제가 된 음반
이 앨범은 1973년 발매 당시, 록의 대부 신중현과 스타 포크가수 서유석의 만남 자체로 언론에서 큰 관심을 보였을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던 것은 당시 국내 대중에게는 생소했던 사이키 포크 록을 시도한 것 자체가 원인이었을 것이다. 이후 군사정권에 밉보여 활동 자체가 금지된 신중현의 암울했던 운명처럼, 이 음반도 당대 대중에게 제대로 알려질 기회를 잃고 사장되었다. 그로 인해 한때 100만 원을 넘게 호가했던 이 희귀 앨범은 초반과 재반이 있다. 상대적으로 귀한 초반은 엠보싱 재킷으로 제작되었고, 재반도 초반에 버금가는 쉽게 볼 수 없는 희귀앨범이다.
이 앨범은 2003년 복각 CD로 재발매된 적이 있지만, 오리지널 엠보싱 버전으로 CD와 LP가 재발매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양희은에 이어 서유석의 사이키 포크앨범까지 재발매 되었음은 신중현의 선구적 음악실험은 45년이 지나서야 그 원형이 회복되었음을 의미한다. 신중현의 선구적 음악실험에 대한 재평가는 이제 청자들의 몫이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표
오리지널 초반본을 재현한 팁온 LP미니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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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I, 해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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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 중 ‘나들이’는 원마스터의 열화와 손상으로 인해 일부 소절이 개인에 따라서 다소 불명확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