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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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2:41 | ||||
♣ 귀 촉 도 (歸蜀途)
-서정주 시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 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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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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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 0:54 | ||||
♣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시 엄마야 누나야 강변 (江邊)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나야 강변 (江邊)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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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 1:54 | ||||
♣ 이발사의 봄
-장서언 시 봄의 요정들이 단발하려 옵니다. 자주공단 웃을 입은 고양이는 졸고 있는데 유리창으로 스며드는 프리즘의 채색을 면사인 양 덮어 줍니다. 늙은 난로는 가맣게 묵은 담뱃불을 빨며 힘없이 쓰러졌읍니다. 어항 속에 금붕어는 용궁으로 고향으로 꿈을 따르고 젊음 이발사는 벌판에 서서 구름 같은 풀을 가위질할 때 소리 없는 너의 노래 끊이진 마라. 벽화 속에 졸고 있는 종달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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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 3:07 | ||||
♣ 표 정
- 신동집 시 참으로 많은 표정들 가운데서 나도 일종의 표정을 지운다. 네가 좋아하던 나의표정이 어떤 것인지 내가 좋아하던 너의 표정이 어떤 것인지 다 잊어버렸다고 하자. 우리에게 남은 단 하나의 고백만은 영원히 아름다운 약속 안에 살아 있다. 풍화(風化)하지 않는 어는 얼굴의 가능을 믿으며 참으로 많은 표정들 가운데서 나도 임의의 표정을 지운다. 표정이 끝난 시간을랑 묻지를 말라 창살 속에 갇 히운 나의 노래를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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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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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 2:21 | ||||
♣ 첫 날 밤
-오상순 시 어어 밤은 깊어 화촉동방(華燭洞房)의 촛불은 꺼졌다 허영의 의상은 그림자마저 사라지고... 그 청춘의 알몸이 깊은 어둠바다 속에서 어족(魚族)인 양 노니는데 홀연 그윽히 들리는 소리 있어 아야...야 ! 태초 생명의 비밀 터지는 소리 한 생명 무궁한 생명으로 통하는 소리 열반(涅槃)의 문 열리는 소리 오오 구원의 성모 현빈(玄牝)이여 ! 머언 하늘의 뭇 성좌는 이 밤을 위하여 새로 빛날진저 ! 밤은 새벽을 배[孕胎]고 침침히 깊어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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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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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 4:53 | ||||
♣ 황 혼 (黃昏)
-이육사 시 내 골방의 커어틴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 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내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게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 - 십이월 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산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들에게도 의지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 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 푸른 커어틴을 걷게 하겠지. 암암히 사라지는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 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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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 2:48 | ||||
♣ 소 년
-윤동주 시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씻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少年)은 황홀히 눈을 감어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은 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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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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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 3:29 | ||||
♣ 너와 나의 애가
-박화목 시 어제는 너의 초록빛 울음으로 하여 산딸기가 빨갛게 절로 익었는데 오늘은 하얀 달이 파랗게 질려 하현(下弦)으로 기울어 가고 있다. 이제 머지 않아 우리들 운명이 쇠잔하여 죄없는 자랑이던 그 투명한 두 날개가 탈락하고 말 것이다. 욕설과 변명과 부조리의 잡초 속에서 아, 무엇을 더 바라리요. 바라리요 ? 다만 종말의 날에 정결한 찬 이슬이라도 흠뻑 마셨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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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 3:03 | ||||
♣ 햇속의 해
-박명성 시 그대 입술에 매혹의 진홍빛 숨방을로 녹아들어 그대 눈동자에 피끓는 정열의 빛줄기로 새어들어 한 사람의 진실로 살다가 한 사람의 그리움으로 죽어가서 무엇이 되려는가? 햇속의 해. 심장의 꽃피 꽃 중의 장미로 돌아 오고저! 돌아 오고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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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 2:30 | ||||
♣ 쓸쓸한 시절
-이장희 시 어느덧 가을은 깊어 들이든 뫼이든 숲이든 모두 파리해 있다. 언덕 위에 우뚝히 서서 개가 짖는다. 날카롭게 짖는다. 비-ㄴ 들에 마른 잎 태우는 연기 가늘게 가늘게 떠오른다. 그대여 우리들 머리 숙이고 고요히 생각할 그때가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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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 2:04 | ||||
♣ 춘 니
- 김종길 시 여자대학은 크림빛 건물이었다. 구두창에 붙는 진흙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알맞게 숨이 차는 언덕길 끝은 파릇한 보리밭― 어디서 연식정구의 흰 공 퉁기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뻐꾸기가 울기엔 아직 철이 일렀지만 언덕 위에선, 신입생들이 노고지리처럼 재잘거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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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 3:08 | ||||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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