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재어봐도 알 수 없는 그와 그녀의 마음. “우리는 얼만큼이나 멀리 있는 걸까?”
어설픈 날들로 덧칠된 청춘의 연애자화상
참깨와 솜사탕 두 번째 미니앨범 [마음거리]
바야흐로 밴드 풍년 시대다. 너도 나도 기타를 둘러메는 요즘, 수많은 팀들 중에서 단연 반짝거리는 빛을 내는 팀이 있다. 지난해 봄 발매한 첫 EP [속마음]과 여름 디지털싱글 [Rainy Dance]로 혜성처럼 등장한 밴드 참깨와 솜사탕. 고등학교 친구인 최기덕과 박현수, 그리고 여성 멤버인 유지수 3인조로 구성된 이들은 한 번 들으면 쉬이 잊혀지지 않는 팀 이름만큼이나 중독적인 매력을 가졌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와 어쿠스틱 기타를 기반으로 한 포크 사운드에 어우러지는 남녀 보컬의 매력적인 보이스, 그리고 청년들의 풋풋하고 아기자기한 사랑과 위태로운 현실이 담긴 센스 넘치는 가사는 음악팬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며 자신들만의 영역을 착실히 넓혀가고 있다.
두 번째 미니앨범 [마음거리]는 어쿠스틱 악기들을 기반에 둔 사운드, 트랙 순서의 분위기, 8곡의 정규 트랙과 보너스트랙 수록 등 전작 [속마음]과 많은 점이 닮아 있지만, 새로운 시도로 분위기의 전환을 이끌어낸다. 가장 두드러지는 시도는 멤버들이 직접 믹스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이들이 참여한 트랙은 인트로곡을 비롯해 ‘장난감’, ‘어쩌면’, ‘Fool Boy’ 그리고 보너스 트랙의 ‘자장가 불러줄까요?’ 등 전체 트랙의 절반을 차지한다. 데뷔 앨범을 발매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의 괄목할만한 성장이 돋보이는 이번 작업은 앞으로 참깨와 솜사탕이 뮤지션으로 성장해 나가며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또한 몇몇 인터뷰에서 예고했듯이 그 동안 전곡 작사 작곡을 도맡았던 최기덕 뿐 아니라 유지수, 박현수까지 모든 멤버가 다양한 방식으로 음반의 참여 비율을 높였다. 여보컬 유지수는 스물둘의 여대생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소회를 담은 노래 ‘어쩌면’에서 작사와 작곡을, 퍼커션과 건반 등 주로 악기와 프로듀스 측면에서 활동해 온 박현수는 보너스 트랙 ‘자장가 불러줄까요?’에서 보컬을 맡아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어쿠스틱 사운드에 기반하고 있지만 일렉기타, 드럼, 베이스, 하모니카 등 여러 악기들을 활용해 풍성한 사운드의 완성과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 하다. 순수하면서도 서툰, 한편으로는 궁상맞기까지 한 청춘의 이야기는 이어가되 달콤한 사랑 이야기 대신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이야기들을 담은 이 음반은 상실의 계절인 겨울에, 그리고 해가 바뀌어 발매되는 만큼 고통으로 인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는 인생의 성숙미마저 느껴진다.
갈수록 마음 나누기가 어려워지는 요즘,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마음의 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참솜은 자신들이 청년으로서 하고 있는 고민의 내용들을 그대로 앨범 속에 녹여내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앓고, 밤을 지새우는 일. 어느 누구나 그렇듯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훌쩍 커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다. 어리숙하고 풋풋해서 아름다운 청춘의 밤은, 활짝 떠오를 태양빛의 시간을 기다리며 더욱 깊어갈 것이다.
Track Comments
1. Intro
빗소리, 눈 밟는 발자국소리, 바람소리 등 곡을 쓸 당시의 배경이 녹아있는 이 곡은 ‘장난감’의 인트로인 동시에 이번 앨범 전반에 묻어 나오는 마이너한 분위기를 예고한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끝나며 들리는 태엽 감기는 소리가 더욱 쓸쓸함을 자아내며, 참솜 특유의 멜랑콜리함을 직설적으로 표현해냈다.
2. 장난감
비 오던 날 가로등 밑에 왼 팔이 부러진 채 홀로 버려진 장난감을 보고 영감을 얻은 곡. 길을 걷다 문득 발걸음을 멈춘 채 한참 동안이나 장난감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그날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멍청한 표정으로 굳어져 있던 장난감이었지만, 어쩌면 자신이 버려진 걸 알고 있지 않았을까. 피아노 선율과 대화하듯 이어지는 베이스 음색이 서글픔을 더한다. 앨범 발매에 앞서 공개될 티저영상에서는 멤버들이 선별한 장난감이 실제 주인공으로 등장해 작곡 당시의 서글픈 감성을 전달한다.
3. 잊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EP [속마음]에서 선보였던 ‘이즐께’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으로, 열병 같은 짝사랑을 잊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데서 오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절절하게 그려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은 어쩌면 이렇게도 말을 듣지 않는 건지. 마음이라도 통해봤으면 아쉽지라도 않을 텐데 시작도 못 해보고 접어야 하는 짝사랑 신세를 한탄하는 노래다. 밝은 멜로디와는 아이러니하게 후반부로 갈수록 돋보이는 화려한 비트와 웅장한 오케스트라, 일렉기타의 리프가 이러한 감정들을 더욱 고조시킨다.
4. 마음을 베는 낫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참깨와 솜사탕 특유의 참신한 단어 조합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를테면 ‘공놀이’의 ‘해와 달처럼 완벽한 이별’이라거나 ‘헤어진 사이’의 ‘녹슨 맘’과 같은 표현들처럼, 이들은 어느 한 구석 특별할 것 없는 단어들을 조합해 신선하게 표현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끊임없이 찾아 드는 아픈 기억들을 ‘마음을 베는 낫’이라 나타낸 제목에서 느껴지듯 찢어지는 이별의 고통을 노래한 곡. 잊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잊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일이겠지만, 끝없이 파고드는 잔혹한 추억의 횡포에 아파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낫의 날카로운 날도 무디어지지 않을까. 구슬픈 하모니카의 음색과 일렉기타의 선율이 어우러져 처연함을 자아내며, 세련된 올드팝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5. 의미
힘차게 발을 딛고 일어섰다. 이제 다 괜찮은 것도 같고 멀쩡하게 잘 살아갈 것만 같다. 찌질하고 궁상맞게 지냈던 어제까지의 날들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하이킥을 날릴 태세다.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고 혹시라도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면 큰소리를 떵떵 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어째 아직은 조금 아픈 것도 같다. 진짜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경쾌한 드럼 비트와 멜로디가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로, 후렴구에 담긴 반전을 주의해서 들어보도록 하자.
6. 어쩌면
여보컬 유지수가 처음으로 작사, 작곡을 맡아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했다. 비싸다면 무조건 좋아하는 요즘 세태에 대해 20대 초반 여대생이 가질 수 있는 의문을 솔직하게 담은 이 곡은 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말처럼 화려한 세팅보다는 우쿨렐레와 셰이커만으로 심플하게 구성되었다. 노래의 취지에 걸맞게 단순함으로 승부를 보는 노래. 귀를 괴롭히는 어지러운 음악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요즘, 고막을 정화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
7. 딱좋아
제목만 보면 달달한 사랑노래일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이 노래는 죽마고우처럼 친하던 그 녀석이 어느날 갑자기 이성으로 느껴져 겪게 되는 곤혹스러운 감정을 경쾌한 멜로디로 위장하고 있다. 보컬 최기덕이 래퍼로 변신해 참깨와 솜사탕 곡들 중 최초로 랩이 삽입되는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어내었으며, 그루브한 드럼과 베이스가 더해져 색다른 참솜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8. Fool Boy
이번 앨범을 통해 참솜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음악적 지향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이번 트랙은 그런 목표의 최고봉을 찍는 노래다. 데모곡의 가이드로 부른 영어 가사의 느낌이 좋아 그대로 수록했으며, 가사의 뜻을 생각하기보다는 멜로디나 목소리가 흘러가는 대로 감상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충분한 상상력을 발휘해보기를 추천한다.
2013년 여름 디지털싱글로 발매된 ‘Rainy Dance’와 ‘헤어진 사이’가 에이미 와인하우스, 제임스 모리슨 등 많은 뮤지션들이 거쳐간 영국 메트로폴리스 스튜디오에서의 리마스터를 거쳐 앨범으로 수록되었으며, ‘자장가 불러줄까요?’에서는 퍼커션을 담당하고 있는 멤버 박현수가 처음으로 보컬에 도전해 특별함을 더한다. 특히 나른한 멜로디 라인의 사이에 등장하는 미디 사운드는 밤하늘의 별빛을 연상케 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성, 자장가의 이색적 매력을 선사한다. 보너스 트랙 3곡은 온라인에는 공개되지 않으며, 오프라인으로 발매되는 실물 CD에만 수록돼 소장가치를 더할 예정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