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계절의 시작
왠지 모르게 유난히 싱그러운 봄햇살, 여름날의 뜨거운 공기, 무더위 끝에 찾아온 가을날의 서늘한 바람 등 계절은 눈치채지 못하는 새 슬쩍 혹은 훌쩍, 문턱을 넘듯 시작된다. 앨범의 인트로에 해당하는 노래로, 어쿠스틱 기타의 따뜻한 선율과 유지수의 보컬이 어우러져 잔잔한 여운을 선사한다.
02. 두리두리
참깨와 솜사탕의 대표곡 중 하나인 ‘키스미’를 잇는, 제 2의 연애세포 활성화 유도 염장송. ‘‘자기야’라고 부를래’라며 수줍게 사랑을 시작한 남녀는 이제 ‘안녕 잘 지냈나요, 내 사랑’이라며 본격 닭살행각을 시전한다. 주말이면 동물원에도 가고 싶고, 뭐가 됐든 함께면 다 맛있다. 밤이 되면 헤어져야 하는데, 괜히 달도 빨리 뜬 것 같고 오늘따라 지하철도 빠른 것 같다. 살랑대는 봄바람처럼 가벼운 리듬과 발랄한 일렉기타, 업라이트 피아노 사운드가 시작하는 커플의 설렘을 한층 끌어올린다. ‘벌써 보고 싶네’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마지막 내레이션에서는 참았던 두근거림이 팡팡 터진다.
03. 까만 밤
정규 앨범의 전체적인 콘셉트를 아우르는 곡으로, 잠 못 드는 밤 옛 연인과의 추억이 자꾸 떠올라 괴로운 심정을 담아냈다. 강렬한 일렉기타 루프와 빠르게 전개되는 리드미컬함이 돋보이는 곡으로, 자칫 어쿠스틱 밴드로 각인될 수 있는 참깨와 솜사탕의 색깔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고자 하는 음악적 도전 정신이 드러나 있다.
04. 양파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는 어쩌면 우리의 마음을 닮았다. 차마 말할 수 없는 것들이 겹겹이 쌓여 곪아있고, 속살이 드러날수록 눈물이 쏙 빠지는 그런 마음.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다 잔뜩 상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양파를 본 유지수가 이에 착안해 만든 곡으로, 담담하게 시작해 후반부로 갈수록 드럼, 베이스, 일렉기타 등 밴드사운드가 고조되며 애절함을 더한다.
05. 서로의 새벽
조금씩 벌어진 틈은 어느새 메울 수 없을 만큼 잔뜩 멀어져버렸지만, 기억과 마음은 자꾸만 너를 붙잡는다. 인연이라는 끈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남녀의 긴 새벽의 모습이 담겨 있는 노래로, 각자 일기를 써내려가듯 주고받는 최기덕과 유지수의 하모니가 안타까움을 배가시킨다. 미처 말하지 못한 마음처럼 길게 이어지는 첼로 선율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06. 못된 놈 (Feat. KASPER)
깊은 밤, 멍하니 환한 달을 바라보다 보니 옛 생각이 떠오른다. 그렇게 하나둘. 잠은 어느새 훌쩍 달아나버렸고, 기억을 곱씹을수록 그 때가 좋았지 싶다. ‘나는 못된 놈’이라며 끝없이 반복하는 가사처럼, 되돌릴 수 없는 이 관계에서 이제 할 수 있는 건 자책밖에 없다. 세련된 멜로디와 그루브한 템포가 돋보이는 곡으로, 신인 래퍼 KASPER가 피처링에 참여해 시크하면서도 당돌한 매력을 더하며 곡의 몰입도와 완성도를 한층 높여 내었다.
07. 방 안의 코끼리
참깨와 솜사탕 특유의 경쾌하고 발랄한 사운드와 이별 직후의 서글픈 가사 내용이 조화를 이루는 곡. 텅 빈 방 어디를 둘러봐도 남아 있는 연인의 흔적은 마치 거대한 코끼리처럼 홀로 남겨진 나를 덮친다. 주문을 외듯 다짐해봐도, 눈을 감아봐도 잊혀지기는커녕 점점 새록새록 선명해지기만 한다. 편안한 어쿠스틱 사운드에 화려한 브라스 라인을 곁들여 마치 서커스를 관람하는 듯 유쾌한 분위기로 풀어내었다.
08. 남화
남 + 화(化)의 합성어. 말 그대로, ‘남이 되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담담하게 펼쳐지는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과 무게감을 더하는 첼로 라인, 물결처럼 멜로디 위로 흘러가는 두 보컬의 조합이 올드한 감성과 함께 멋스러움을 자아낸다. 전조를 비롯한 여러 가지 독특한 코드의 사용으로 ‘음학(學)’적으로 발전된 참깨와 솜사탕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09. 어린왕자 콤플렉스
아직 나는 한없이 어린 아이인 것만 같은데 현실은 ‘어른’이라는 말로 많은 것을 포기하라 한다.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아직 어려서 안된다고 한다. 어느 장단에도 맞출 수 없이 갈팡질팡하는 동년배의 청춘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가 담긴 곡으로,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순수한 감성을 담은 노랫말이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동심을 이끌어낸다.
10. 백수건달
백 번 고민을 거듭해봐도, 당장 오늘의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사고방식은 버리고, 단순하게 생각하며, 오늘을 즐기면 분명 행복해질 것’이라는 멤버 박현수의 성인군자와도 같은 초긍정 마인드에 작곡을 담당하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이자 멤버인 최기덕이 깊은 감명을 받아 쓰게 된 곡으로, 현실에 찌들어가는 모두에게 ‘오늘의 행복’을 설파한다. 통통 튀는 어쿠스틱 기타와 가벼운 퍼커션의 조화가 일품이다.
Bonus Track (CD Only) ? Maybe
지난 두 EP에서와 마찬가지로 CD를 구입하는 팬들을 위해 마련한 특별 보너스 트랙으로, 온라인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최기덕이 작곡하고 유지수가 작사했으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뒤틀린 애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의 영어 가사로 세련미를 더한다. 잔잔한 멜로디, 담담한 보컬과는 달리 끓어오르는 분노와 의문을 담고 있는 포크송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