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베트남
이 음반은 진실을 찾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다.
전쟁은 비극이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이 죽고, 집이 무너지고, 꽃과 나무와 풀이 짓밟히고, 어쩔 수 없이 엄마없는 아이와 아이 없는 엄마가 생겨나서 비극이다. 무엇보다도 전쟁이 끝났을 때에야 비로소 아무도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비극이다. 미국과의 전쟁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던 지난 시대의 베트남 전쟁도 마찬가지다. 경위야 어찌 되었던 한국도 그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때 거기서 어떤 일들이 있었던가!
뒤늦게야 우리는 한국군이 거기서 많은 베트남 양민을 학살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전쟁은 분명히 게릴라 전쟁이었다. 게릴라 전쟁은 그 특성상 적군과 양민을 구별하는 일이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게 한국군이 베트남의 양민을 학살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덮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 단 한사람의 베트남 양민이 학살당했더라도 그것은 우리의 잘못일 수 밖에 없다
그 잘못을 인정하는 일, 그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그렇지만 이미 진실을 향한 발걸음은 시작되었다. 이 음반 또한 그런 행진의 한 표현일 뿐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베트남 양민을 학살했다는 사실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론화 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이었다. 그때부터 많은 한국시민들이 역사를 바라보고 나아가 베트남에 대한 어떤 형태로든 사과를 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미안해요 베트남!
마침내 2000년 초여름, 한국의 많은 시민단체들은 힘을 모아 이런 제목의 공연을 가지기에 이르렀다. 이 음반은 그때 그 현장의 기록이다. 우리는 이 기록이 일부 한국인들이 스스로를 위무하는 하나의 증거로서 받아들여지기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 분명히 말하건대, 현 단계에서 이것은 양심의 기록이라기 보다 더 많은 침묵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이 음반을 끔찍한 고통을 당한베트남인들에게 바친다
미안해요 베트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