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절실한 울림 "
완벽한 각각의 내러티브를 갖춘 열 개의 이야기
언니네이발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
당신은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책이나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인가...
앨범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진정한 앨범의 가치를 구현한 언니네이발관 다섯 번째 앨범
3집 [꿈의 팝송]을 통해 인디 역사상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언니네이발관은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나라 모던락의 시작이자 그 자체인 밴드이다. 그들이 4년간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건 시작 같은 완성작인 5집을 가지고 찾아왔다.
앨범 발매 콘서트를 치른 후 무려 8개월이 지나도록 수백 번의 재 작업을 거치며 총 3년에 걸쳐 완성된 이 앨범은 어떠한 장르적 구분도 필요치 않은 작품이다. 음악이 담긴 앨범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누군가에겐 영화나 드라마로 보일 수 있을 만큼 시각적이며 또 누군가에겐 소설로 읽힐 수 있을 만큼 강한 내러티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보통의 존재'
이 앨범은 어느 날 자신이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섬뜩한 자각을 하게 된 어떤 사건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눈부신 세상에서 홀로 보통의 존재가 되어버린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에는 그 모든 각각의 풍경과 이야기들이 열 곡의 드라마로 담겨 있으며 그것들은 모두 - 보통의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바로 당신의 이야기- 라는 하나의 테마로 연결되어 있다.
언니네 이발관
3집 [꿈의 팝송]을 통해 인디 역사상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언니네이발관은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나라 모던락의 시작이자 그 자체인 밴드이다. 데뷔 14년. 그들의 이 땅의 락밴드들이 카피곡 연주에 머물러 있던 시절에 자작곡만으로 데뷔공연을 치른 최초의 밴드로서 인디붐을 주도했고 이후 우리 락의 커다란 줄기로 자리잡아온 모던락이라는 스타일의 전범으로 자리해왔다.
2002년 연세대학교백주년기념관, 성균관대백주년기념관 등에서 가진 연 4차례의 콘서트를 모두 매진시킨 후 연이어 발표된 4집 [순간을 믿어요]로 또다시 히트를 기록한 밴드는 년 100회 이상의 공연을 가지는 등 대중적인 지평을 넓혀왔다. 특히 해마다 가을이면 두 달 이상 계속되는 장기 공연 '월요병 콘서트'는 수천 명의 관객들과 독특하게 소통되는 그들만의 전매특허가 되었다.
그리고, 4년만의 신작.
5집 [가장 보통의 존재]
전작 [순간을 믿어요]를 통해 대중성을 확보했으나 '자신만의 이야기로 좋은 곡을 써내는 것'이 존재의 이유와도 같았던 밴드에게 대중성보다는 진실된 내면의 세계를 담는 것이 더욱 절실하였다. 그리하여 '순간을 믿으려' 했던 자아가 어느 날 자신이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문득 선연한 자각으로부터 비롯된 이야기들을 만들어가기 시작했고 …
치열한 곡쓰기의 여정 끝에 태어난 '컨셉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
작업이 시작되었다. 밴드는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단 두 마디의 코드와 멜로디를 위해 몇 달을 보내고 한 순간의 드럼 라인을 만드는 데에 한달 간의 합주를 모두 녹음해 편집하는 등 편집증적인 시도를 계속했다. 또한 분명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가사를 쓰는 데에만 2년이 걸렸다. 그 결과 이 앨범이라는 형태가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전곡이 하나의 테마로 유기적 연결성을 가지는 '컨셉 앨범'을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전체 작업은 곡 작업에만 3년, 녹음을 마치기까지는 무려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홈 레코딩 이야기가 아니다. 스튜디오에서의 1년이다) 기록적인 녹음 기간으로 앨범 발매일은 다섯 차례나 연기가 되었고, 앨범 발매 콘서트는 앨범이 없이 치러졌으며 예산은 세배 이상이 초과되기에 이른다. 작곡, 녹음, 믹싱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밴드는 원하는 결과물이 얻어질 때까지 타협하지 않고 끝없이 반복, 수정, 재작업하는 집요함을 보였다.
이런 작업을 통해 그들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보통의 존재들이 보내는 평범한 일상이란 그 자체로 전혀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러나 언니네이발관은 그런 남루한 일상을 집요하리만치 솔직하게 파고들었고 그 결과 섬뜩할 정도로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앨범이라는 형태가 사라져가는 시대에
'가장 보통의 존재'가 갖는 가치
이 앨범은 앨범이라는 형태가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슴이 디지털 싱글만으로는 결코 채워질 수 없음을 웅변하고 있다. 음악을 듣는데 있어서 단지 듣기 좋은 한두 곡을 소비하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앨범이라는 하나의 틀 속에서 스타일과 내용적인 연관을 갖는 곡들을 전체 감상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왜 그렇게 했을 때라야 진정으로 그 아티스트가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의 수록곡들은 모두 각각 분명히 다른 모습을 띠고 있으면서도 한 곡 한 곡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밴드는 이 앨범을 듣는 이들에게 "반드시 1번 곡부터 순서대로 차례 차례 듣기를 권하며 또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컨셉 앨범'이기 때문에 …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의 특징
전편보다 두 배가 넘는 가사 분량. 통속성을 배제한 이야기를 기타 솔로를 할 틈조차 없이 쉼 없이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보컬, 그것을 뒷받침하며 최소한의 움직임을 보이나, 실제로는 치밀하게 곳곳에 숨어 곡을 지배하고 있는 기타, 극단적으로 미니멀한 편곡과 가공을 자제한 내추럴한 사운드. 노래와 이야기의 힘으로 곡을 끌고 가는 편성.
[수록곡 소개]
01. 가장 보통의 존재 / 5:23
오직 노래와 그 노래에 담긴 주인공의 독백으로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이 곡은 시작된 지 4분이 되도록 어떠한 편곡도 등장하지 않는 파격적인 형식을 띠고 있다. 촘촘히 채워져 있던 악기들을 하나 둘 빼기 시작해 결국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공간에서 다른 악기들의 아무런 도움 없이 홀로 노래하는 보컬리스트의 무게감은 압도적이다. 특히 이 곡은 첨단장비가 갖추어진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했으면서도 아날로그 테이프로 녹음된 날 것의 소리를 그대로 사용해 후반부엔 극적인 반전을 보인다.
02.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 4:56
다른 사람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화자의 내면을 섬뜩하리만치 사실적으로 묘사한 곡. 그 다른 사람은 바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고통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03. 아름다운 것 / 4:51
원하든 원치 않든 이 '보통의 게임'에서 당신은 때론 가해자로, 때론 피해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꽃봉오리가 피어 오르는 찬란한 모습보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토록 소중했던 존재가 어느 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일이듯, 아름다운 것을 버려야 하는 주인공이 고통스럽게 슬픔을 토로하는 이 곡의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이기도 하다.
04. 작은마음 / 3:58
전작이 디스토션 잔뜩 걸린 기타와 음의 왜곡을 통해 사운드의 증폭을 시도했다면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사운드적 특징은 극단적인 내추럴함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어쿠스틱하다' 라고 표현되는 최근의 트렌드와는 또 다른 미니멀리즘과 순수함을 추구한 이 곡의 사운드는 너무나 깨끗하다. 보통 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치는 동안 질감을 더 좋게 꾸미려고 가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 곡은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질감을 어떻게 하면 변질되지 않게 지켜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던 작품이다. 극단적으로 미니멀한 이능룡의 세련된 편곡과 이석원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져 있는 곡.
05. 의외의 사실 / 5:03
이번 앨범에서 가장 강력한 곡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리드기타 이능룡의 기타가 폭발하고 있다. 사실 앨범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이 곡 이전까지의 곡 들에서 리드기타는 전혀 솔로를 연주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앨범이 추구하고 있는 미니멀리즘과도 연관이 있으며 기타가 직접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곡의 곳곳에 보다 깊이 스며들기를 원했던 밴드의 바람이 표출된 결과이다. 그렇게 절제를 거듭하던 기타는 앨범의 중반부에서야 비로소 참았던 분노를 폭발시킨다.
"아름다운 세상이 말하네.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을 수 없는 말이 나에게 사무쳐 오네"
나를 보통의 존재로 만드는 세상에 대한 절규를 노래하는 보컬과 기타의 앙상블이 절묘한 곡.
06. 알리바이 / 3:38
단편소설과도 같은 내용을 갖고 있는 곡으로 기존의 곡들보다 두 배가 넘는 가사 분량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 전체에서 보이는 경향이기도 하다.
07. 100년 동안의 진심 / 2:32
단출한 어쿠스틱 기타 한대에 얹혀진 짧은 노래 한 도막이 인상적인 이 곡은 기타와 보컬 모두 각각 단 한번의 녹음만으로 완성되었다.
08. 인생은 금물 / 4:09
순간을 믿으라고 외치던 화자는 어느새 '함부로 태어나지 말 것'을 권유한다. 그것도 '순간을 믿어요' 보다 훨씬 신나고 경쾌하게!
09. 나는 / 4:16
프로그래밍 된 드럼조차도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내기 위해 어쿠스틱 기타와 가공되지 않은 보컬을
접목시켜 독특하고 처연한 사운드를 내고 있다.
10. 산들산들 / 5:14
긴긴 시간 자신의 존재를 노래하던 주인공은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곡에서 결국 자신의 길을 떠난다. 그 길은 희망의 길일까, 호기심의 길일까, 슬픔의 길일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