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설레던 첫사랑, 죽을 만큼 가슴 아프던 그와의 이별, 고교시절 절친한 친구와 우정 등을 가장 쉽게 추억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음악이 아닐까 싶다. 거리를 걷다가 혹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 그때로 돌아가 입가에 이름모를 미소가 드리워 진다.
경기불황으로 인해 함께 어둠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음반시장에 꿋꿋히 자리를 잡고 선, 서영은 그녀가 또 한번 대박신화를 예감하며 봄비처럼 촉촉하고 가을비처럼 분위기 있는 리메이크 음반을 우리에게 선물한 예정이다.
총 13곡의 다채로운 편곡으로 이루워져 있는 이번 앨범은 그녀의 따사로운 목소리를 유감없이 발산하고 있다.
보사노바 풍으로 새롭게 재 편곡된 “가을이 오면”은 그녀의 음색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건조하면서도 세련된 연주와 믹싱을 선보였다. 애절한 보이스가 특히나 인상적인 “너에게로 또다시” 역시 드라마틱한 구성을 위해 후렴구 멜로디로 시작되는 새로운 형식의 리메이크 곡이다.또한 ‘four play' 같은 4인조 사운드의 심플한 퓨전 재즈 느낌으로 편곡된 “마법의 성”은 동화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향기가 온몸을 감싸고 돈다. 절제된 편안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너를 사랑하고도”, 이유없이 마냥 들뜨게 만드는 묘한 마력을 품고 있는 미디엄 템포의 곡 “비 오는 거리”, 원곡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을 뽐내는 “이별이야기”는 김연우와 함께 입을 맞춰 사랑의 하모니를 완성시켰다.
게다가 80년대를 주름잡으며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곡들이 사이좋게 실렸다.
간주만 들어도 가슴을 쓸어 내리게 만드는 “희나리”, 조용한 숲길을 따라 산책하며 그를 떠올리기에 조금도 방해받지 않을만한 “잊혀진 계절”은 부드러운 선율과 그녀의 음색이 당신을 그
시절로 데려다 놓을 것이 분명하다.
한편 서영은이란 가수와 조금은 생소해 보일런지도 모를 R&B로 편곡된 “알고 싶어요”는 그녀만의 색깔로 완벽하게 재구성되어 소화되었고, 소프트 락의 형식으로 표현된 “내 아픔 아시는 당신께”는 일렉 기타의 에드립으로 시작해 희망적 메시지의 이미지를 선율로 표현해 냈다. 원곡의 정서와는 다르게 모던한 분위기 연출로 한껏 도시적인 느낌을 선보인 “애모”와 그리움의 테마를 살리기 위해 보이스에 딜레이를 첨가하고 있는 “이별” 또한 기대해도 좋을 만한 걸작이라 하겠다. 이상 마지막 곡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며 늦더위를 시원하게 가시게 해 줄 “Our happy christmas"는 그녀의 크리스마스 앨범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그녀가 당신에게 준비한 마지막 선물이라 하겠다.
어디하나 나무랄 때 없는 그녀의 음색과 몇 십년동안 끊임 없는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곡들이 만나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낸 이번 음반은 당신에게 휴식을 안겨다가 줄 편안함과 아련함에 중점을 둔 리메이크 음반이다. 지치고 고단하고 외롭다면 그녀의 이번 리메이크 음반을 선택하자.
후회란 당신에게 있어 영원히 어울리지 않는 말이 될 게 분명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