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애는 우리나라 대중 음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뮤지션이다. 그녀의 긴 생명력도 그렇거니와 그녀가 10여년동안 보여주었던 음악 세계 또한 그녀의 선명한 자아를 드러내는 작업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영애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신들린 무당이 한풀이 굿이라도 하는 듯, 그녀가 뿜어내는 열기가 범상치 않다.
대중의 인기에 연연해 하고 대중의 구미에 맞추려 전전긍긍하고 하는 주류 음악 내의 대중 가수도 아니면서, 자신의 고집과 비타협의 자세로 일관된 자신의 음악을 고집해 온 그녀의 인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에너지 가득한 그녀의 음악의 '희소성'은 마력과도 같이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그녀의 신들린 듯한 무대를 본 사람이면 그녀에게 빠지지 않고는 못배겼다.
여기 소개하는 앨범은 정규 앨범이 아니다. 정규 앨범과는 또다른 매력의, 한영애가 무대에 섰을 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완성도가 높은) 두 장짜리 라이브 앨범이다. 이 앨범의 세션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신대철, 신윤철, 송홍섭, 김효국 등의 한국 최고의 연주인들이며, 그들의 연주는 한영애의 음악을 가장 아름다운 상태로 만들고 있다.
<인트로>가 지나고 나오는 <달>은 한영애를 대중적인 스타로 만든 계기가 된 곡으로 여기서는 김효국의 하먼드 올갠 연주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김수철의 곡인 <바라본다>는 한영애 최고의 명곡임이 분명하고, 한돌의 곡인 <갈증>은 한영애의 파워풀한 보컬의 매력이 매력적이다. 이정선의 <건널 수 없는 강>은 한국적인 블루스 곡으로 신들린 듯한 한영애의 보컬이 대단히 인상적인 곡이다. 정원영의 곡인 <부서진 밤>은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음악적인 완성도와 드라마틱한 구성이 돋보이는 감동적인 곡이다. 장제훈 작사, 이영재 작곡의 <멋진 그대여>는 한영애의 다른 노래들과 달리 낯설고 이질적인 느낌의 곡이지만, 프로그레시브(!)적인 구성을 엿볼 수 있다. 이정선의 <이어도>는 한영애의 음악적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는 '한국적 블루스'란 것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곡이다. 두 번째 디스크의 첫 곡인 <말도 안돼>가 지나면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코뿔소>가 나오고, 이어 '신촌블루스'의 곡으로도 유명한 엄인호 작곡, 한영애 작사의 <루씰>이 나온다. <여인#3>은 한영애의 한숨 섞인 듯한 목소리만으로 듣는 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곡이며, 다음을 잇는 곡은 한영애 최고의 히트 곡인 <누구없소>다. 한영애 작사, 이정선 작곡의 <이별 못한 이별>은 매우 감성적인 기타 연주로 시작하여 한영애 특유의 흐느끼는 듯한 한서린 보컬이 '슬픔', '아쉬움', '후회' 등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한돌 작사, 작곡의 <조율>은 라이브 앨범에서 오히려 원곡을 뛰어넘는 연주와 노래를 보여주고 있는데, 한영애의 힘찬 보컬과 백밴드의 합주가 어우러져 라이브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고 있다.
이어, 앵콜곡인 <여울목>... 이 노래는 초기 한영애의 포크 가수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곡이다. 따뜻하고 정감 있는 느낌의 이 곡을 마지막으로 긴 라이브 앨범은 끝나게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