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파워 시리즈는 2년전 여름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오래된 국내 가요 '아빠의 청춘을 하드 코어 스타일로 빠꿔부르는 파격을 시도하면서 타협치 않는 인디만의 파워를 드러내 보이기 시작한다.
근래 들어 국내 인디의 바람이 다소 주춤해 지기는 했으나 아직도 언더쪽에는 인디만의 근성을 지닌 채 활동하는 밴드들이 여전히 건재하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거를 보여줄려고 했을까?
'인디파워 2001'이란 타이틀로 기존의 기성가요를 자신들만의 개성있는 스타일로 연주한 리메이크 앨범을 올해 다시 선보였다.
이번 앨범에서는 이미 대중들에게 친숙한 인디적이지 않은 노래들을 선택하여 인디적으로 소화해서 파워풀 하고 강렬한 연주부터 흥겹고 그루브한 연주까지 다양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이번 앨범엔 크래쉬, 닥터 코어911, 불독 맨션을 비롯 펑크 성향의 메탈을 구사하는 푸펑충, 탄탄한 실력을 갖춘 부산대 출신의 SAINT외 다양한 음악 실력으로 무장한 총 12개 밴드가 참여 했으며 서로의 기량을 자랑하듯 앨범은 참신하고 활기넘친 사운드로 가득하다.
2년전 여름에 말없이 나왔던 [인디파워 1999]란 앨범을 아마 독자여러분들은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던 아이템임에도 불구하고, 레이니선, 리얼X놈스, 위퍼 등 참가팀들의 상당한 퀄리티와 수록곡들의 친숙하지만 조금 다른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음에 힘입어 입소문을 타고 상당히알려졌던 앨범이기도 하다.
1999년의 그 때를 기억한다면, 2001년 벽두에 다시금 말없이 (여전히 이 앨범은 제대로 된 홍보에는 관심이 없어보인다) 다가온 [인디파워 2001]의 진용을 궁금해 하리라 생각된다.
여전히 자켓은 별달리 신경쓴 것처럼 보이진 않고, 부클릿에도 지난 번처럼 여전히 발견되는 오타(이한철을 김한철이라고..), 게다가 조금은 낯간지러워 뵈는 밴드 해설에 필자를 노려보는 듯한 단체사진까지 그대로인 것에 뜯어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게 만든다.
그러나 그 때도 그러하였듯, 본작의 진가 역시 수록곡들의 퀄리티에서 간결히 나타난다.
[인디파워 1999]에 전혀 떨어지지 않는 참가팀의 면면과 몇몇에서는 잔잔히 바뀐, 몇 몇에서는 원곡이 해체되다시피한 수록곡들은 여전한 매력으로 남아있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연주에서 Crash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느낀다.
크래시는 어떠한 곡을 선택하더라도 완벽한 자신들의 스타일로 변모시키는 능력이 있다.
어떻게 보면, 나태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었을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신해철)>를 4집에서부터 이어지고 있는 그들만의 스타일로 완성시켜내었다.
안흥찬의 포효는 여전하고, 육중한 사운드의 무게는 변할줄 모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유연하게 들리는것에서 크래시의 연륜을 살짝 엿볼 수 있겠다.
이어 들려오는 낯익은 리프에서 Dr. Core911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었을 <현진영 Go 진영 Go(현진영)>를 멋들어지게 불러제낀다.
마치 함께 뛰고, 함께 놀아보자는 것처럼. 하지만 약간은 부족해 보인다.
[하면된다 OST]에 삽입되었던 그들의 곡 <닥터 문이>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크게 달라져 보이지 않는게 조금 마음에 걸린다.
원곡의 바탕 위에서 이들이라면 더욱 다양한 사운드 메이킹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는 조금은 못 미치는 곡.
<말해줘(지누션)>를 통해 정통적인 랩메틀을 선사하고 있는 피아는 전작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는 팀이기도 하다.
스트레이트한 연주 위에 옥요한의 뛰어난 완급조절은 자칫 밋밋해질 수 있었던 곡을 잘 살려낸 듯 하다.
엄정화의 역할을 흉내낸 듯한 조연희(헤디마마)의 간지러운 코러스가 더욱 재미있는 곡이기도 하다.
이어, 원곡의 진중한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편곡한 듯한 느낌의 <그녀의 웃음소리뿐(Rotten Apple)>이 들려온다.
70년대 하드락 분위기의 편곡에 지금은 조금 찾아보기 힘든 그런지 성향이 덧붙여져 헤비 발라드로 변화시킨 것이 상당히 어울리긴 하지만, 원곡의 하드록 버전이라는 느낌이 더욱 강하다.
아무래도 원곡의 이미지에 눌러진 결과가 아닐까.(전작의 <향기로운 추억(위퍼)>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결과이기도 하다) 인디파워시리즈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유명팀들 가운데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팀들을 끼워넣는 전략을 구사하는데 있다.
본작에서는 X-Man Club과 Saint, ?(Question Mark)가 그들이라 하겠다.
전작에 참여했던 무명팀들은 함량 미달의 기량으로 다른 팀들에 파묻혀버리는 비운을 맛보았지만,본작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는 파워를 자랑한다.
X-Man Club의 <해뜰날(송대관)> 이나 ?의 <소양강 처녀>는 잘 알려진 트롯을 진부하지 않으면서도 댄서블하게 편곡한 것이 돋보이는 수작이며, Saint의 <내게 다시> 또한 탄탄하면서도 튀지않게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전파트의 역량이 뛰어나 보인다.
이 세 팀의 행보를 주목해 볼필요가 있겠다.
<작은 기다림(쿨)>을 리메이크한 Soul Age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김완선)>을 리메이크한 Soul Take에 접어들면 조금은 늘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전자는 조금 지루하게 편곡된 듯하고, 후자는 너무 건조한 보컬이 탄탄한 연주에 배치되는 언밸런스한 느낌을 받게 한다.
이어 들리는 80년대 최고의 하드락넘버중 하나인 <매일매일기다려(티삼스)>가 펑크버전으로 뒤바뀌어 들려온다.
조금은 떨어지는 듯 하지만 선동적인 연주와 보컬은 인상적이다.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이 곡이 스래쉬메틀로 편곡되면 어떨까는 하는 생각도 해보긴 했지만.
여러 수록곡들이 나름대로의 독특한 퀄리티를 자랑하지만, 본작의 양대 베스트 넘버는 불독 맨션이 부른 <춘천가는 기차(김현철)>와 HipPocket의 <샴푸의 요정(사랑과평화)>일터이다.
작년 데뷔 EP를 발매했던 불독맨션은 원곡의 재지한 분위기를 훵크로 자연스럽게 편곡하여 원곡의 부드러운 느낌을 바탕으로한 탄탄한 연주에 더하여 귀에 감겨오는 보컬을 들려준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너무도 탄탄해진 그들의 실력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기존 멤버중 노병기만이 지키고 있는 힙포켓은 훵키했던 원곡을 해체, 재조립하여 완전히 다른 곡을 만들어 낸다.
여전한 보코더 소리에서 원곡의 이미지를 희미하게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이다.
첫 앨범의 실패 후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발전해 나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20세기 말을 강타했던 '인디음악'이라는 화두가 지나간 유행이 될지, 꾸준히 이어지는 트렌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획일화되지 않고 다양한 개성을 지니며 함께 발전해 나가는 이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2001년에도 계속 이어질 비주류음악들의 진군을 기대해 본다.
더불어 본작을 선택하는 여러분들은 아주 특별한 선택을 한 것이라 감히 되뇌어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