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한 외침과 속삭임
홍대 인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여성음악인들이 스스로 만든 음반
[이야기해주세요] 발매
지난 4월 21, 26, 28일에 홍대 상상마당 라이브홀과 씨클라우드에서 [이야기해주세요] 제작발표 및 제작비후원공연이 있은 지 4달 만에 발매된 [이야기해주세요]는 기획부터 음악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음반이다. 한희정, 정민아, 오지은, 소히, 이상은, 지현, 무키무키만만수, 시와, 투명, 황보령(황보령=SMACKSOFT), 송은지(소규모아카시아밴드), 남상아(3호선버터플라이), 강허달림, 트램폴린, 휘루 등 홍익대 라이브 클럽을 중심으로 싱어송라이터로서 혹은 밴드의 멤버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경력의 여성음악인들이 힘을 모아 만든 이 음반에는 이제 60명 밖에 우리 곁에 남아있지 않으신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을 기리고 폭력과 전쟁의 역사 속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할 것들, 그리고 일상의 차원에서부터 우리가 풀어야 할 불편한 숙제들에 이르기까지 무거운 주제를 아름다운 음악을 통해 공유하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
영화 “봉자”OST에 삽입되었던 이상은의 “성녀”를 포함한 3곡(강허달림 “레드마리아”, 투명 “Stero”)을 제외하고 이 앨범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지고 녹음된 곡들로 채워진 이 음반은 송은지의 제안으로 1년 여의 기간 동안 만들어졌다. 14장의 음반을 발표한 이상은부터 신예 무키무키만만수까지 다양한 경력의 음악가들이 레게, 삼바, 일렉트로니카, 포크, 팝 등 다채로운 색깔의 음악들을 통해 공통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주된 메시지는 바로 잡혀지지 않는 역사, 제대로 된 사과 조차받지 못한 한많은 삶을 살아온 할머니들부터, 그에 못지 않은 동시대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이시대의 여성을 근심하고 위로 하고 그리고 함께 얘기하는 것이다.
이 음반에 담긴 노래를 듣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 오래되고 중요한 문제에 대해 얼마나 많은이들이 침묵을 해왔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생각해보는 과정이 자연스레 생겨날 수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는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여여성이기 때문에 잘 알 수 있는 얘기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감정들,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문제들. 그것을 노래 속에 담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것을 듣고 따라부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음반과 음원 판매로 생긴 수익금은 모두 할머니들을 위한 일에 쓰일 예정이다.
‘위안부’문제를 담은 최초의 컴필레이션이라는 점 외에도 전 제작 과정을 음악인들 스스로 진행해서 만들었다는 점, 여성음악인들의 음악적인 성과를 모은 최초의 음반이라는 점 등 여러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음반 [이야기해주세요]는 우리가 오랫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노래의 힘, 음악의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동시에 우리 음악계의 진일보된 면면을 만날 수 있는 의미있는 앨범으로 남을 것이다. 늦게 도착했지만, 아직 희망을 노래하기에 늦지는 않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