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보던 산들은 다 그냥 있다 그 때 놀던 들녘, 뚝에서 싸우던 황소 어릴 때 보던 강들은 다 그냥 있다 그 물살 차던 여울, 은빛 고기 떼 아주 하늘만치 큰큰 포구나무 숲을 아니? 그 숲 위로 저녁이면 처덮이던 갈가마귀 떼 어릴 때 놀던 친구들 다 그냥 있다 그 술래 찾던 골목, 서녘에 비끼던 노을 어릴 때 보던 하늘은 다 그냥 있다 천지에 내리던 눈, 먼 기적 소리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 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보라빛 노을을 가슴에 안았다고 해도 좋아 혹은 하얀 햇볕 깔린 어느 도서관 뒤뜰이라고 해도 좋아 당신의 깨끗한 손을 잡고 아늑한 얘기가 하고 싶어 아니 그냥 당신의 그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마구 눈물을 글썽이고 싶어 아아 밀물처럼 온몸을 스며 흐르는 피곤하고 피곤한 그리움이여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 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하늘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서 멎어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젠 입맛을 잃었다 (시네마 비디오 인터넷 삐삐 피자 햄버거 아메리칸 스프에도 이젠 벌서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 바닥에 얼굴이나 비추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 앞에 기대섰을 뿐이다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불고 고달파라,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해도 또 한번 모란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불고 덧 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랫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해도 또 한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이 상에는 비슷한 것, 이른바 닮은꼴이 참 많다. 음악에서도 비슷비슷한 음률이나 분위기를 느낀다거나 비슷한 음악세계를 가지고 있는 가수들을 만나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비슷한 음악, 비슷한 가수 이러한 음악세계에서 시와 노래의 만남은 조금 다른 영역에서의 비슷한 감성을 만나게 한다. 시가 아주 원시적인 시대에서는 그들이 부르던 가사였음을 상기한다면 시의 노래화는 '보는 시'에서 '듣는 시'로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크게 보면 음악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