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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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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하루만의 위안
- 조병화 시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흘러가는데 있고 흘러가는 한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대며 밀려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날이 온다 그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날이 위하여 바쳐온 마지막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날이 오면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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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가을에 ♣
- 정한모 詩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며 가볍게 가을을 날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 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 오늘이 마침낸 전설 속에 묻혀 버리는 해저(海底) 같은 그 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 그토록 아득하던 추락(墜落)과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 그런 공포의 기억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들의 이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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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임 오시던 날
- 노천명 시 임이 오시던 날 버선발로 달려가 맞았으련만 굳이 문 닫고 죽죽 울었습니다. 기다리다 지쳤음이오리까. 늦으셨다 노여움이오리까 그도 저도 아니오이다. 그저 자꾸만 눈물이 나 문 닫고 죽죽 울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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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기도서 ~^*
-추영수 詩 주여 ! 바위 옆에 꿇어앉아 바위로 굳는 저는 무엇이옵니까? 겨울 나뭇가지 옆에 끼여 생명 잃은 나뭇가지로 바람에 시달리는 저는 또 무엇입니까? 주여 ! 빛바랜 잔디 위에 엎드려 나를 모르는 저는 또 무엇이옵니까? 주여 ! 오늘도 저는 생선가게 자판 위에서 토막 친 생선이 되어 누워 있었습니다 오늘도 저는 고삐 매인 염소 새끼가 되어 몰이꾼의 뒤를 따랐습니다 오늘도 저는 무거운 짐을 이고 땀 흘리며 가는 방물장수의 등에 업힌 애기가 되었습니다 주여 ! 수없이 병들어 죽는 저를 보았습니다 수없이 달리는 차와 함께 뒹구는 저를 보았습니다 수없이 검은 손을 흔들어 간교히 제 목숨만 빠져나가는 저를 보았습니다 주여 ! 저의 참 영혼을 불러 주시옵소서 저의 참 영혼을 보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제 내 먼 길 떠나 어느 만큼이나 왔습니까? 설움이 흘러넘칠세라 내 항아리 싸안을 노을빛 마음 자락은 얼마만큼 익어 가고 있습니까? 돌팔매 던져도 감싸 안고 잔잔히 흐르던 강물은 또 어디만큼 흘러갔습니까? 이제금 외줄에 매달린 광대인 양 흐느끼고 목숨은 아직도 다하지 않았습니까? 울음 그친 하늘이 저만큼 물러서선 또 무엇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주여 ! 비워 주시옵소서. 당신의 빛항아리만큼이나 온전히 비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당신을 뵙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닮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물들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노래하게 하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나를 보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나를 알게 하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내 여정을 진작케 하여 주시옵고― 주여 ! 창 밖 마른 나뭇가지가 하느님의 은총으로 물기를 되찾듯 메마른 내 영혼에 생수를 내려 주시옵소서. 겨울 나뭇가지에 매달려 간동히 말라버린 생명 잃은 고엽 위에도 관 속의 아이로 눈 감은 시신 위에도― 주여 ! 오뇌하게 하시 옵소서. 이 평안의 꽃방석에서 바는 방석의 고행을 절감케 하시옵고 근시의 백태를 벗기어 눈 뜨게 하시옵소서. 내 이웃의 설움을 함께 나누고 내 이웃의 안녕을 진심으로 기뻐하게 하시옵소서. 주여 ! 육교 위에 엎드려 나를 향해 벌리는 때 묻은 손목을 잡고 애통하는 순수를 주시옵소서. 찢어지는 가슴을 주시옵고 각혈로 흘러버리는 내 피를 나누어 갖는 끓는 가슴을 주시옵소서. 우리들 마음 바닥에 깔려 있는 동정일랑 거두어 주시옵소서. 주여 ! 진심으로 내가 네가 될 수 있고 또 네가 내가 될 수 있는 본래의 나를 되찾게 하시옵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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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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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귀 촉 도 (歸蜀途)
-서정주 시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 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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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당신의 사랑 앞에
-박 두진 詩 말씀이 뜨거이 동공에 불꽃 튀는 당신을 마주해 앉으리까 라보니여. 발톱과 손바닥과 심장에 생채기 진 피 흐른 골짜기의 조용한 오열 스스로 아물리리까 이 상처를 라보니여. 조롱의 짐승소리도 이제는 노래 절벽에 꺼구러짐도 이제는 율동 당신의 불꽃만을 목구멍에 삼킨다면 당신의 채찍만을 등빠다에 받는다면 피눈물이 화려한 고기비늘이 아니리까 라보니여 발광이 황홀한 안식이 아니리까 라보니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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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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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시와 음악과 사랑의 샘터 (고독) (1983)
♣ 눈 물 ~^*
-김현승 詩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것도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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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눈 물 ~^*
-김현승 詩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것도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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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 ||||
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 기도(祈禱)
- 헤르만 헤세 詩 신이여 나를 절망케 해 주소서! 당신에게가 아니라, 제 자신에게 절망하게 하소서. 미친 듯 모든 슬픔을 맛보게 하시고 온갖 고뇌의 불꽃을 핧게 하소서. 모든 치욕을 맛보게 하소서. 제 자신을 지탱하기를 돕지 마시고 제가 뻗어나가는 것을 돕지 마소서. 그러나 저의 온 자아(自我)가 이즈러질 때. 그 때에는 저에게 가르쳐주소서. 당신이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당신이 불꽃과 고뇌를 보내셨다는 것을. 기꺼이 멸망하고. 기꺼이 죽어 가고 싶습니다만. 저는 오직 당신 속에서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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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가던 길 멈추고
-마의 태자 묘를 지나며 -김해강 시 골짝을 예는 바람결처럼 세월은 덧없이 가신 지 이미 천 년. 한(恨)은 길건만 인생은 짧아 큰 슬픔도 지내다니 한 줌 흙이러뇨. 잎 지고 비 뿌리는 저녁 마음 없는 산새의 울음만 가슴 아파 천고(千古)에 씻지 못할 한 어느 곳에 멈추신고. 나그네의 어지러운 발 끝에 찬 이슬만 채어. 조각 구름은 때 없이 오락가락하는데 옷소매를 스치는 한 떨기 바람. 가던 길 멈추고 서서 막대 짚고 고요히 머리 숙이다. ♠♠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를 추모하며 망국의 한과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했다. 마의 태자란 신라가 고려에 의해 망할 무렵 태자가 출가하여 삼베옷을 걸치고 다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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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조병화 시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 가슴에 안겨 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의 최대의 행복 제한된 행복을 위하여 밤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하는 거리 연애도 없이 비극만 깔린 이 아스팔트 어느 잎파리 아스라진 가로수에 기대어 별들 아래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했습니다.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했습니다.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믿고 당신과 같이 나를 믿어야 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이 하나의 최후와 같이 당신의 소중한 가슴에 안겨야 했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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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가을 저녁의 시
- 김 춘수 시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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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연 가 (戀歌)
-김 남 조 시 잠든 솔숲에 머문 달빛처럼이나 슬픔이 가라앉아 평화로운 미소되게 하소서 깍아 세운 돌기둥에 비스듬히 기운 연지빛 노을의 그와 같은 그리움일지라도 오히려 말 없는 당신과 나의 사랑이게 하소서 본시 슬픔과 가난은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짙푸른 수심일수록 더욱 연연히 붉은 산호의 마음을 꽃밭처럼 가꾸게 하소서 별그림자도 없는 어두운 밤이라서 한결 제 빛에 요요히 눈부시는 수정의 마음 을 거울삼게 하소서. 눈물과 말을 가져 내 마음을 당신께 알리려던 때는 아직도 그리움이 덜 했었다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저 돌과 같은 침묵만이 나의 전부이오니 잊음과 단잠 속에 홀로 감미로운 묘지의 큰 나무를 닮아 앞으론 묵도와 축원에 넘쳐 깊이 속으로만 넘쳐나게 하소서 사랑하는 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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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균열(龜裂)
-이호우 시 차라리 절망을 배워 바위 앞에 섰습니다. 무수한 주름살 위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 바위도 세월이 아픈가 또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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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비
- 이 병 기 시 짐을 메어 놓고 떠나려 하시는 이날, 어둔 새벽부터 시름없이 내리는 비, 내일도 내리오소서 연일 두고 오소서. 부디 머나먼 길 떠나지 마오시라. 날이 저물도록 시름없이 내리는 비, 저으기 말리는 정은 나보다 더하오. 잡았던 그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신다. 갑자기 꿈을 깨니 반가운 빗소리라. 메어둔 짐을 보고는 눈을 도로 감으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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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조 국
-정완영 시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 마디 에인 사랑 손 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 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 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처럼만 여위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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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바람 부는 날
- 박 성룡 시 오늘따라 바람이 저렇게 쉴새없이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희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풀잎에 나뭇가지에 들길에 마을에 가을날 잎들이 말갛게 쏠리듯이 나는 오늘 그렇게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희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아 지금 바람이 저렇게 못 견디게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또 내가 내게 없는 모든 것을 깨닫고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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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우울한 샹송
- 이수익 시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悲哀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衣裳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愛情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지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氣盡)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 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워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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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태양의 각문(刻文)
- 김남조 시 가을을 감고 우리 산 속에 있었습니다. 하늘이 기폭처럼 퍼덕이고 눈 들 때마다 태양은 익은 석류처럼 파열했습니다. 당신은 낙엽을 깔고 그리고 향수를 처음 안 소년처럼 구름을 모아 동자(瞳子)에 띄웠고, 나는 한 아름 벅찬 바다를 품은 듯 당신과 가을을 느끼기에 한때 죄를 잊었습니다. 마치 사람이 처음으로 자기 벗었음을 알던 옛날 에덴의 그 억센 경이(驚異) 같은 것이 분수처럼 가슴에 뿜어오르고 만산(萬山) 피 같은 홍엽(紅葉)- 만산 불 같은 홍엽- 아니 아니 만산 그리움 같은 그리움 같은 홍엽에서 모든 사랑의 전설들이 검붉은 포도주처럼 뚝뚝 떨어졌습니다. 무슨 청량한 과즙처럼 바람이 풍겨 오고 바람이 스처 갈 뿐, 사변(四邊) 폐망(廢茫)한 하루의 천지가 다만 가을과 당신만으로 가득 찼고, 나는 차라리 한갓 열병 앓는 소녀였음이 사랑한다는 것은, 참말 사랑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나, 또 하나의 내 목숨을 숨막히도록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나, 또 하나의 내 목숨, 아아 응혈(凝血)처럼 뜨거운 것이 흘러 내리고- 나는 비수(匕首)처럼 하나의 이름을 던져 저기 피흐르게 태양을 찔럿으니, 그것은 이 커다란 우주 속에서 내가 사랑한 다만 하나의 이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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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은행나무 그늘
- 백기만 시 훌륭한 그이가 우리 집을 찾아왔을 때 이상하게도 두 뺨이 타오르고 가슴은 두근거렸어요.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없이 바느질만 하였어요. 훌륭한 그이가 우리 집을 떠날 때에도 여전히 그저 바느질만 하였어요. 하지만 어머니, 제가 무엇을 그이에게 선물하였는지 아십니까? 나는 그이가 돌아간 뒤에 뜰 앞 은행나무 그늘에서 달콤하고도 부드러운 노래를 불렀어요. 우리 집 작은 고양이는 봄볕을 흠뻑 안고 나무 가지 옆에 앉아 눈을 반만 감고 내 노래소리를 듣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머니, 내 노래가 무엇을 말하였는지 누가 알으시리까? 저녁이 되어 그리운 붉은 등불이 많은 꿈을 가지고 왔을 때 어머니는 젖먹이를 잠 재려 자장가를 부르며 아버지를 기다리는데 나는 어머니 방에 있는 조그만 내 책상에 고달픈 몸을 실리고 뜻도 없는 책을 보고 있어요. 하지만 어머니, 제가 무엇을 그 책에서 보고 있었는지 모르시리다. 어머니, 나는 꿈에 그이를, 그이를 보았어요. 흰 옷 입고 초록 띠 드리운 성자 같은 그이를 보았어요. 그 흰 옷과 초록 띠가 어떻게 내 마음을 흔들었는지 누가 아시리까? 오늘도 은행나무 그늘에는 가는 노래가 떠돕니다. 고양이는 나무 가지 옆에서 어제 같이 조을고요. 하지만 그 노래는 늦은 봄 바람처럼 괴롭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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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가을 문안
-김종해 시 나는 당신이 어디가 아픈지 알고 있어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습니다. 오오. 말할 수 없는 우리의 슬픔이 어둠속에서 굳어져 별이 됩니다. 한밤에 떠 있는 우리의 별빛을 거두어 당신의 등잔으로 쓰셔요. 깊고 깊은 어둠속에서만 가혹하게 빛나는 우리의 별빛 당신은 그 별빛을 거느리는 목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요. 종루에 내린 별빛은 종을 이루고 종을 스친 별빛은 푸른 종소리가 됩니다. 풀숲에 가만히 내린 별빛은 풀잎이 되고 풀잎의 비애를 다 깨친 별빛은 풀꽃이 됩니다. 핍박받은 사람들의 이글거리는 불꽃이 하늘에 맺힌 별빛이 될 때까지 종소리여 풀꽃이여 ...... 나는 당신이 어디가 아픈지 알고 있어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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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알 수 없어요
- 한 용운 시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국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길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을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 놀은 누구의 시 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절대자는 자연의 여러 현상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며. 끊임없이 구도하는 자세로 그 절대자를 향해 신앙을 불태우겠다고 노래 하고 있다. 설의법을 사용해서 절대자의 모습을 신비롭게 하는 효과와 각운을 맞추는 효과를 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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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장 미
- 송욱 시 장미 밭이다. 붉은 꽃잎 바로 옆에 푸른 잎이 우거져 가시도 햇살 받고 서슬이 푸르렀다. 벌거숭이 그래도 춤을 추리라 눈물에 씻기운 발을 뻗고서 붉은 해가 지도록 춤을 추리라 장미 밭이다. 피방울 지면 꽃잎이 먹고 푸른 잎을 두르고 기진 하며는 가시마다 살이 묻은 꽃이 피리라. ♠♠ 현실의 모순된 상황 속에서 느끼는 내적 갈등을 “붉은 해가 지도록 춤을 추리라”또는 “가시 마다 살이 묻은 꽃이 피리라”와 같은 극렬한 언어를 사용하여 인생 그것 자체를 노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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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춘향유문
- 서정주 시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든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 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든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예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되어 퍼부을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예요! ♠♠ 생사를 초월한 불멸의 사랑을 물~ 구름~소나기로 이어지는 윤희사상으로 소화시켜 노래하고 있다. “나무”로 있어 달라는 얘기는 “소나기”가 “나무”적셔 늘 푸르게 만들어 주듯이 둘의 사랑이 늘 풍성하고 싱싱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도술천 : 불교의 욕계(欲界) 육천(六天)중 네 번째 하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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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983)
♣ 기다림
-모윤숙 천년을 한 줄 구슬에 꿰어 오시는 길을 한 줄 구슬에 이어 드리겠습니다. 하루가 천년에 닿도록 길고 긴 사무침에 목이 메오면 오시는 길엔 장미가 피어지지 않으오리다. 오시는 길엔 달빛도 그늘지지 않으오리다. 먼 나라의 사람처럼 당신은 이 마음의 방언을 왜 그리 몰라 들으십니까? 우러러 그리움이 꽃피듯 피오면 그대는 저 오월강 위로 노를 저어 오시렵니까? 감초인 사랑이 석류알처럼 터지면 그대는 가만히 이 사랑을 안으려 나이까? 내 곁에 계신 당신이온데 어이 이리 멀고 먼 생각의 가지에서만 사랑은 방황하다 돌아서 버립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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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시와 음악과 사랑의 샘터 (별헤는 밤) (1983)
♣ 송 가 ~^* -양 명 문 詩
-내가 향기로운 술과 석류즙으로 너를 마시게 하리로다. 아가(雅歌)- 되도록이면- 나무이기를, 나무 중에서도 소나무이기를, 생각하는 나무, 춤추는 나무이기를, 춤추는 나무 봉우리에 앉아 모가지를 길게 뽑아 늘이우고 생각하는 학이기를, 속삭이는 잎새며, 가지며, 가지 끝에 피어나는 꽃이며, 꽃가루이기를 어디서 뽑아 올린 것일까 당신의 살갗이나 뺨이나 입시울에서 내뿜는 그것보다도 훨씬 더 향기로운 이 높은 향기는, 되도록이면- 바위이기를, 침묵에 잠긴 바위이기를, 웃는 바위, 헤엄치며 웃는 바위, 그 바위 등에 엎드려, 목을 뽑아 올리고, 묵상에 잠긴 그 거북이기를, 거북의 사색이기를, 그 바위와 거북의 등을 어루만지는 푸른 물결이기를, 또한 그 바위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 붙어 새끼를 치며 산호이기를 진주알을 배고 와 뒹구는 조개이기를. 어디서 그런 재주들을 배워 왔을까. 당신의 슬기로운 예지로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그 오묘한 비밀, 그지없이 기특하기만 한 생김새 다시없는 질서, 바늘끝 마치도 빈틈없고 헛점없는 이들의 엄연한 질서, 이 줄기찬 생활이여! 되도록이면- 과일이기를, 과일 중에도 청포도이기를, 청포도 송이의 겸허한 모습이기를, 그 포도알처럼 맑고 투명한 마음씨이기를, 표정이기를, 그 포도알 속에 살고 있는 저 주신(酒神)바커스의 어질고도 용감한 기품이기를 어디서 이 크나큰 생명은, 맥박쳐 오는 것일까, 그 무엇도 침범키 어려운, 이 장엄한 행진의 힘 당신의 혈관 속이나 세포처럼 독균의 침입을 입지않은 순수한 내부조직 아, 이 눈부신 산림이여, 사랑이여! 양명문 (楊明文, 1913.11.1-1985.11.21) 호 자문(紫門). 평양 출생. 1942년 일본 도쿄센슈[東京專修]대학 법학부를 졸업하였다. 1939년 27편의 시를 수록한 처녀시집 《화수원(華愁園)》을 발간하여 시단에 등단하였으며, 1 ·4후퇴 때 월남하여 종군작가로 활약하였다. 1956∼1960년 자유문학자협회 중앙위원,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 중앙위원, 1957∼1974년 펜클럽한국본부 중앙위원, 1957∼1960년 시인협회 이사를 역임하였고, 1957년 국제 펜클럽대회 한국대표로 참석하였다. 1960∼1965년 이화여자대학 교수, 1965∼1979년 국제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1981∼1985년 세종대학 초청교수를 지냈다. 그의 시는 언어의 섬세하고 연약한 기교미를 배척하고 솟구쳐 오르는 느낌과 생각을 그대로 직정적(直情的)으로 토로하는 특징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민국문학상을 받았다. 작품에는 시집 《송가(頌歌)》 《푸른 전설》 《화성인》 《지구촌》, 시선집으로 《이목구비》 《묵시록》, 장편 서사시 《원효》 등 다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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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 ||||
from 시와 음악과 사랑의 샘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85)
♣ 가을에 ♣
- 정한모 詩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며 가볍게 가을을 날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 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 오늘이 마침낸 전설 속에 묻혀 버리는 해저(海底) 같은 그 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 그토록 아득하던 추락(墜落)과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 그런 공포의 기억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들의 이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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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 ||||
from 시와 음악과 사랑의 샘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85)
♣ 임 오시던 날
- 노천명 시 임이 오시던 날 버선발로 달려가 맞았으련만 굳이 문 닫고 죽죽 울었습니다. 기다리다 지쳤음이오리까. 늦으셨다 노여움이오리까 그도 저도 아니오이다. 그저 자꾸만 눈물이 나 문 닫고 죽죽 울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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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애너벨리 (한국편) (1985)
♣ 가을에 ♣
- 정한모 詩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며 가볍게 가을을 날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 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 오늘이 마침낸 전설 속에 묻혀 버리는 해저(海底) 같은 그 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 그토록 아득하던 추락(墜落)과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 그런 공포의 기억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들의 이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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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시와 음악과 사랑의 샘터 (세월이 가면) (198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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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시와 음악과 사랑의 샘터 (세월이 가면) (1985)
♣ 하루만의 위안
- 조병화 시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흘러가는데 있고 흘러가는 한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대며 밀려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날이 온다 그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날이 위하여 바쳐온 마지막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날이 오면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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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 ||||
from 시와 음악과 사랑의 샘터 (진달래꽃) (1985)
♣ 가을 문안
-김종해 시 나는 당신이 어디가 아픈지 알고 있어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습니다. 오오. 말할 수 없는 우리의 슬픔이 어둠속에서 굳어져 별이 됩니다. 한밤에 떠 있는 우리의 별빛을 거두어 당신의 등잔으로 쓰셔요. 깊고 깊은 어둠속에서만 가혹하게 빛나는 우리의 별빛 당신은 그 별빛을 거느리는 목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요. 종루에 내린 별빛은 종을 이루고 종을 스친 별빛은 푸른 종소리가 됩니다. 풀숲에 가만히 내린 별빛은 풀잎이 되고 풀잎의 비애를 다 깨친 별빛은 풀꽃이 됩니다. 핍박받은 사람들의 이글거리는 불꽃이 하늘에 맺힌 별빛이 될 때까지 종소리여 풀꽃이여 ...... 나는 당신이 어디가 아픈지 알고 있어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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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 ||||
from 시와 음악과 사랑의 샘터 (진달래꽃) (1985)
♣ 알 수 없어요
- 한 용운 시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국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길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을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 놀은 누구의 시 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절대자는 자연의 여러 현상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며. 끊임없이 구도하는 자세로 그 절대자를 향해 신앙을 불태우겠다고 노래 하고 있다. 설의법을 사용해서 절대자의 모습을 신비롭게 하는 효과와 각운을 맞추는 효과를 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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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시와 음악과 사랑의 샘터 (청노루) (1985)
★*…가을 저녁의 시
- 김 춘수 시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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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 ||||
from 애너벨리 (한국편) (1986)
♣ 우울한 샹송
- 이수익 시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悲哀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衣裳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愛情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지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氣盡)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 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워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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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 ||||
from 애너벨리 (한국편) (1986)
★ 가던 길 멈추고 (마의 태자의 묘를 지나며)
-김해강 詩 골짝을 예는 바람결 처럼 세월은 덧없어 가신지 이미 천년 한(恨)은 길건만 인생은 짧아 큰 슬픔도 지내다니 한 줌 흙이려노 잎지고 비 뿌리는 저녁 마음 없는 산새의 울음만 가슴 아파 천고(千古)의 씻지 못할 한 어느곳에 멈추신고 나그네의 어지러운 발끝에 찬이슬만이 채어 조각구름은 때없이 오락가락 하는데 옷소매 스치는 한떨기 바람 가던길 멈추고 서서 막대 짚고 고요히 머리 숙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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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이해인 시낭송 카세트 모음집 (큰소리로 말씀치 않으셔도) (1987)
♠ 당신을 위해 내가 ♠
캄캄한 밤 등불도 없이 창가에 앉았으면 시리도록 스며드는 여울물 소리 먼 산 안개 어린 별빛에 소롯이 꿈이 이울어 깊이 눈감고 합장하면 이밤사 더 밝게 타오르는 마음길 인고의 깊은 땅에 나를 묻어 당신을 위해 꽃피는 기쁨 어느 하늘 밑 지금쯤 누가 촛불 켜 노래 날릴까 차운밤 밀물소리 살포시 안개 속을 오시는 당신 위해 남은 목숨 고이 빛이 되는 사랑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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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이해인 시낭송 카세트 모음집 (큰소리로 말씀치 않으셔도) (1987)
♠ 살아있는 날은 ♠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깍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 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깍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 있는 연필 어둠 속에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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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 ||||
from 이해인 시낭송 카세트 모음집 (큰소리로 말씀치 않으셔도) (1987)
♠ 파도여 당신은 ♠
파도여 당신은 누워서도 잠들지 않는 바람의 집인가 어느 날 죽어 버린 나의 꿈을 일으키며 산이 되는 파도여 오늘도 나는 말을 잃는다 신(神)의 모습을 닮아 출렁이는 당신이 그리 또한 태연한가 사랑하지 않고는 잠시도 못 견디는 시퍼런 고뇌의 당신이 언젠가 통째로 나를 안을 하느님 파도여 당신은 누워서도 잠 못 드는 기다림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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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 ||||
from 애너벨리 (신앙시) [ccm] (1987)
♣ ~^* 기도(祈禱)
- 헤르만 헤세 詩 신이여 나를 절망케 해 주소서! 당신에게가 아니라, 제 자신에게 절망하게 하소서. 미친 듯 모든 슬픔을 맛보게 하시고 온갖 고뇌의 불꽃을 핧게 하소서. 모든 치욕을 맛보게 하소서. 제 자신을 지탱하기를 돕지 마시고 제가 뻗어나가는 것을 돕지 마소서. 그러나 저의 온 자아(自我)가 이즈러질 때. 그 때에는 저에게 가르쳐주소서. 당신이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당신이 불꽃과 고뇌를 보내셨다는 것을. 기꺼이 멸망하고. 기꺼이 죽어 가고 싶습니다만. 저는 오직 당신 속에서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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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 ||||
from 애너벨리 (신앙시) [ccm] (1987)
♣ 기도서 ~^*
-추영수 詩 주여 ! 바위 옆에 꿇어앉아 바위로 굳는 저는 무엇이옵니까? 겨울 나뭇가지 옆에 끼여 생명 잃은 나뭇가지로 바람에 시달리는 저는 또 무엇입니까? 주여 ! 빛바랜 잔디 위에 엎드려 나를 모르는 저는 또 무엇이옵니까? 주여 ! 오늘도 저는 생선가게 자판 위에서 토막 친 생선이 되어 누워 있었습니다 오늘도 저는 고삐 매인 염소 새끼가 되어 몰이꾼의 뒤를 따랐습니다 오늘도 저는 무거운 짐을 이고 땀 흘리며 가는 방물장수의 등에 업힌 애기가 되었습니다 주여 ! 수없이 병들어 죽는 저를 보았습니다 수없이 달리는 차와 함께 뒹구는 저를 보았습니다 수없이 검은 손을 흔들어 간교히 제 목숨만 빠져나가는 저를 보았습니다 주여 ! 저의 참 영혼을 불러 주시옵소서 저의 참 영혼을 보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제 내 먼 길 떠나 어느 만큼이나 왔습니까? 설움이 흘러넘칠세라 내 항아리 싸안을 노을빛 마음 자락은 얼마만큼 익어 가고 있습니까? 돌팔매 던져도 감싸 안고 잔잔히 흐르던 강물은 또 어디만큼 흘러갔습니까? 이제금 외줄에 매달린 광대인 양 흐느끼고 목숨은 아직도 다하지 않았습니까? 울음 그친 하늘이 저만큼 물러서선 또 무엇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주여 ! 비워 주시옵소서. 당신의 빛항아리만큼이나 온전히 비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당신을 뵙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닮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물들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노래하게 하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나를 보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나를 알게 하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내 여정을 진작케 하여 주시옵고― 주여 ! 창 밖 마른 나뭇가지가 하느님의 은총으로 물기를 되찾듯 메마른 내 영혼에 생수를 내려 주시옵소서. 겨울 나뭇가지에 매달려 간동히 말라버린 생명 잃은 고엽 위에도 관 속의 아이로 눈 감은 시신 위에도― 주여 ! 오뇌하게 하시 옵소서. 이 평안의 꽃방석에서 바는 방석의 고행을 절감케 하시옵고 근시의 백태를 벗기어 눈 뜨게 하시옵소서. 내 이웃의 설움을 함께 나누고 내 이웃의 안녕을 진심으로 기뻐하게 하시옵소서. 주여 ! 육교 위에 엎드려 나를 향해 벌리는 때 묻은 손목을 잡고 애통하는 순수를 주시옵소서. 찢어지는 가슴을 주시옵고 각혈로 흘러버리는 내 피를 나누어 갖는 끓는 가슴을 주시옵소서. 우리들 마음 바닥에 깔려 있는 동정일랑 거두어 주시옵소서. 주여 ! 진심으로 내가 네가 될 수 있고 또 네가 내가 될 수 있는 본래의 나를 되찾게 하시옵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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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 ||||
from 애너벨리 (신앙시) [ccm] (1987)
♣ 눈 물 ~^*
-김현승 詩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것도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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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 ||||
from 애너벨리 (신앙시) [ccm] (1987)
♥♥ 당신의 사랑 앞에
-박 두진 詩 말씀이 뜨거이 동공에 불꽃 튀는 당신을 마주해 앉으리까 라보니여. 발톱과 손바닥과 심장에 생채기 진 피 흐른 골짜기의 조용한 오열 스스로 아물리리까 이 상처를 라보니여. 조롱의 짐승소리도 이제는 노래 절벽에 꺼구러짐도 이제는 율동 당신의 불꽃만을 목구멍에 삼킨다면 당신의 채찍만을 등빠다에 받는다면 피눈물이 화려한 고기비늘이 아니리까 라보니여 발광이 황홀한 안식이 아니리까 라보니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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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 ||||
from 애너벨리 (신앙시) [ccm] (1987)
♣ 송 가 ~^* -양 명 문 詩
-내가 향기로운 술과 석류즙으로 너를 마시게 하리로다. 아가(雅歌)- 되도록이면- 나무이기를, 나무 중에서도 소나무이기를, 생각하는 나무, 춤추는 나무이기를, 춤추는 나무 봉우리에 앉아 모가지를 길게 뽑아 늘이우고 생각하는 학이기를, 속삭이는 잎새며, 가지며, 가지 끝에 피어나는 꽃이며, 꽃가루이기를 어디서 뽑아 올린 것일까 당신의 살갗이나 뺨이나 입시울에서 내뿜는 그것보다도 훨씬 더 향기로운 이 높은 향기는, 되도록이면- 바위이기를, 침묵에 잠긴 바위이기를, 웃는 바위, 헤엄치며 웃는 바위, 그 바위 등에 엎드려, 목을 뽑아 올리고, 묵상에 잠긴 그 거북이기를, 거북의 사색이기를, 그 바위와 거북의 등을 어루만지는 푸른 물결이기를, 또한 그 바위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 붙어 새끼를 치며 산호이기를 진주알을 배고 와 뒹구는 조개이기를. 어디서 그런 재주들을 배워 왔을까. 당신의 슬기로운 예지로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그 오묘한 비밀, 그지없이 기특하기만 한 생김새 다시없는 질서, 바늘끝 마치도 빈틈없고 헛점없는 이들의 엄연한 질서, 이 줄기찬 생활이여! 되도록이면- 과일이기를, 과일 중에도 청포도이기를, 청포도 송이의 겸허한 모습이기를, 그 포도알처럼 맑고 투명한 마음씨이기를, 표정이기를, 그 포도알 속에 살고 있는 저 주신(酒神)바커스의 어질고도 용감한 기품이기를 어디서 이 크나큰 생명은, 맥박쳐 오는 것일까, 그 무엇도 침범키 어려운, 이 장엄한 행진의 힘 당신의 혈관 속이나 세포처럼 독균의 침입을 입지않은 순수한 내부조직 아, 이 눈부신 산림이여, 사랑이여! 양명문 (楊明文, 1913.11.1-1985.11.21) 호 자문(紫門). 평양 출생. 1942년 일본 도쿄센슈[東京專修]대학 법학부를 졸업하였다. 1939년 27편의 시를 수록한 처녀시집 《화수원(華愁園)》을 발간하여 시단에 등단하였으며, 1 ·4후퇴 때 월남하여 종군작가로 활약하였다. 1956∼1960년 자유문학자협회 중앙위원,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 중앙위원, 1957∼1974년 펜클럽한국본부 중앙위원, 1957∼1960년 시인협회 이사를 역임하였고, 1957년 국제 펜클럽대회 한국대표로 참석하였다. 1960∼1965년 이화여자대학 교수, 1965∼1979년 국제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1981∼1985년 세종대학 초청교수를 지냈다. 그의 시는 언어의 섬세하고 연약한 기교미를 배척하고 솟구쳐 오르는 느낌과 생각을 그대로 직정적(直情的)으로 토로하는 특징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민국문학상을 받았다. 작품에는 시집 《송가(頌歌)》 《푸른 전설》 《화성인》 《지구촌》, 시선집으로 《이목구비》 《묵시록》, 장편 서사시 《원효》 등 다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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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애너벨리 (신앙시) [ccm] (1987)
♣ 알 수 없어요
- 한 용운 시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국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길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을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 놀은 누구의 시 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절대자는 자연의 여러 현상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며. 끊임없이 구도하는 자세로 그 절대자를 향해 신앙을 불태우겠다고 노래 하고 있다. 설의법을 사용해서 절대자의 모습을 신비롭게 하는 효과와 각운을 맞추는 효과를 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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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 ||||
from 이해인 시낭송 카세트 모음집 (대답해 주십시요) (1987)
♠ 마 리 아 ♠
투명한 가을하늘 마리아를 부르면 해 뜨는 마음 가난해서 뜨거운 우리네 소망의 촛대 위에 불을 켜는 어머니 쉬임 없이 타오르는 주홍빛 불길 두 손에 가득 받아 언 마음을 녹인다 깊은 산골짜기 산나리 향기 먹고 담담히 흘러가는 물 같은 여인의 사랑 맑은 물 가슴에 차서 쓰디쓴 목마름을 씻어 없앤다 가을꽃 피어나는 가만한 숨소리로 숨어오는 마리아 너의 이름 부르면 길이 열린다 거미줄로 얽힌 죄 많음을 후련히 쏟아버린 따스한 눈물 가난한 우리네가 펄럭이는 촛불 되어 돌아오는 길 해를 안은 마리아와 영원을 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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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이해인 시낭송 카세트 모음집 (대답해 주십시요) (1987)
♠ 부르심 ♠
나는 한번도 숨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흰 깃을 치며 무인도로 날아 버린 시인 같은 물새였을 때 뽕잎을 갉아 먹고 긴 잠에 취해 버린 꿈꾸는 누에였을 때 해초 내음 즐기며 모래 속에 웅크린 바다 빛 껍질의 조개였을 때 깊은 가슴 속으로 향을 피우던 수 백만개의 햇살 찬란한 당신 앞엔 눈 못 뜨는 나 부르시는 그 사랑을 듣게 하소서 무량의 바다 위에 두 팔을 벌리고 소리치는 태양이여 당신에겐 순명하여 피리부는 바람 춤추는 파도로 뛰어가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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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이해인 시낭송 카세트 모음집 (대답해 주십시요) (1987)
♠ 비 내리는 날 ♠
잊혀진 언어들이 웃으며 살아오네 사색의 못가에도 노래처럼 비 내리네 해맑은 가슴으로 창을 열면 심히 흘려버린 일상의 얘기들이 저만치 내버렸던 이웃의 음성들이 문득 정다웁게 빗속으로 젖어오네 잊혀진 기억들이 살아서 걸어오네 젖은 나무와 함께 고개 숙이면 내겐 처음으로 바다가 열리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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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 ||||
from 이해인 시낭송 카세트 모음집 (대답해 주십시요) (1987)
♠ 빨 래 ♠
초록색 물통 가득 춤추며 일어나는 비누 거품 속에 살아있는 나의 때가 울며 사라진다 나는 참 몰랐었다 털어도 털어도 낀 먼지 낀 마음 속 너무 오래 빨지 않아 곰팡이 피었음을 살아 있는 동안은 묵은 죄를 씻어 내듯 빨래를 한다 어둠을 흔들어 행구어 낸다 물통 속에 출렁이는 하늘 자락 끌어올려 빳빳하게 풀 먹이는 나의 손이여 무지개 빛 거품속에 때묻은 날들이 웃으며 살아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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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이해인 시낭송 카세트 모음집 (하느님 당신은) (1987)
♠ 봄 아침 ♠
창틈으로 쏟아진 천상 햇살의 눈부신 색실 타래 하얀 손 위에 무지개로 흔들릴 때 눈물로 빚어 내는 영혼의 맑은 가락 바람에 헝클어진 빛의 올을 정성껏 빗질하는 당신의 손이 노을을 쓸어 내는 아침입니다 초라해도 봄이 오는 나의 안뜰에 당신을 모시면 기쁨 터뜨리는 매화 꽃망울 문신(文身) 같은 그리움을 이 가슴에 찍어 논 당신은 이상한 나라의 주인 지울 수 없는 슬픔도 당신 앞엔 축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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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이해인 시낭송 카세트 모음집 (하느님 당신은) (1987)
♠ 순례자의 기도 ♠
저무는 11월에 한 장 낙엽이 바람에 업혀 가듯 그렇게 조용히 떠나가게 하소서. 그 이름 사랑이신 주여! 사랑하는 이에게도 더러는 잊혀지는 시간을 서러워하지 않는 마음을 주소서. 길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가 손님일 뿐 아무도 내 최후의 행방(行方)을 묻는 주인(主人) 될 수 없음을 알아듣게 하소서. 그 이름 빛이신 주여! 한 점 흰 구름 하늘에 실려 가듯 그렇게 조용히 당신을 향(向)해 흘러가게 하소서. 해 저문 가을 들녘에 말없이 엎디어 있는 볏단처럼 죽어서야 다시 사는 영원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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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이해인 시낭송 카세트 모음집 (하느님 당신은) (1987)
♠ 편 지 ♠ - 어머니에게
어제를 보내고 돌아와 닫혀진 창을 열면 순백의 옷을 입고 오는 정결한 아침 어머니 때로는 슬픔이 기다리는 좁은 돌층계를 기쁘게 오르다가 갑갑하게 돌아와 부른 나의 노래가 한숨일지라도 진정 오랜날 하늘을 안고 깊은 마음 밭에 물을 뿌리게 한 신앙은 또 하나의 목숨이었습니다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짧은 여정을 위해 얼마나 성스럽게 짐을 꾸려야 할지 그 한분의 큰 손이 나의 어께를 치셨습니다 부르시는 소리에 옷깃을 여미며 처음인 듯 새롭게 가득히 안아 보는 은혜로운 했살 어머니 일출의 바다는 또한 일몰의 바다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님이 오실 그 바다에서 당신을 마나겠지요 질푸른 파도같은 노래를 태우며 가야 할 아침들이 기도에 젖어 늘 깨어 있었으면 합니다 어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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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이해인 시낭송 카세트 모음집 (하느님 당신은) (1987)
♠ 하느님 당신은 ♠
나에게서 당신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가난뱅이 여인 나에게 당신을 옷 입히면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는 궁전의 여인 하느님 아무래도 당신은 기적의 신입니다 보이지 않는 당신이 순간마다 내 안에 살아오시니 내가 감히 당신을 사랑하다니 당신은 물입니까 당신은 불입니까 당신은 바랍입니까 사랑하는 자에게만 사랑으로 탄생하는 사랑의 신이시여 가장 짧은 말로 가장 깊게 기도를 바치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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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이해인 시낭송 카세트 모음집 (황홀한 고백) (1987)
♠ 단추를 달듯 ♠
떨어진 단추를 제 자리에 달고 있는 나의 손등 위에 배시시 웃고 있는 고은 햇살 오늘이라는 새 옷 위에 나는 어떤 모양의 단추를 달까 산다는 일은 끊임없이 새 옷을 갈아 입어도 떨어진 단추를 제 자리에 달 듯 평범한 일들의 연속이지 탄탄한 실을 바늘에 꿰어 하나의 단추를 달 듯 제 자리를 찻으며 살아야 겠네 보는 이 없어도 함부로 살아 버릴 수 없는 나의 삶을 확인하며 단추를 다는 이 시간 그리 낯설던 행복이 가까이 웃고 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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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이해인 시낭송 카세트 모음집 (황홀한 고백) (198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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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이해인 시낭송 카세트 모음집 (황홀한 고백) (1987)
♠ 빨 래 ♠
초록색 물통 가득 춤추며 일어나는 비누 거품 속에 살아있는 나의 때가 울며 사라진다 나는 참 몰랐었다 털어도 털어도 낀 먼지 낀 마음 속 너무 오래 빨지 않아 곰팡이 피었음을 살아 있는 동안은 묵은 죄를 씻어 내듯 빨래를 한다 어둠을 흔들어 행구어 낸다 물통 속에 출렁이는 하늘 자락 끌어올려 빳빳하게 풀 먹이는 나의 손이여 무지개 빛 거품속에 때묻은 날들이 웃으며 살아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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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이해인 시낭송 카세트 모음집 (황홀한 고백) (198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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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이해인 시낭송 카세트 모음집 (황홀한 고백) (1987)
♠ 황홀한 고백 ♠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풀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 한다는 말은 한 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 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 다는 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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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우리노래 어때요 [omnibus] (1987)
그리움에 밤마다 두 손 모으던 내 어느 기도가
하늘에 닿아 그대 내 앞에 오셨나요 달이 뜨면 달 속에 비가 오면 빗속에 서있는 당신 나는 겨울나무처럼 추운 거리에 서 있어도 그대 이름 부르면 슬픔도 달콤해요 비오는 소리도 따스해요 아무말도 말고 언제나 거기 계세요 아! 작은 햇살에도 얼굴 부끄러운 풀꽃 같은 풀꽃같은 내사랑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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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시와 음악과 사랑의 샘터 (님의 침묵) (1989)
♣ 기도서 ~^*
-추영수 詩 주여 ! 바위 옆에 꿇어앉아 바위로 굳는 저는 무엇이옵니까? 겨울 나뭇가지 옆에 끼여 생명 잃은 나뭇가지로 바람에 시달리는 저는 또 무엇입니까? 주여 ! 빛바랜 잔디 위에 엎드려 나를 모르는 저는 또 무엇이옵니까? 주여 ! 오늘도 저는 생선가게 자판 위에서 토막 친 생선이 되어 누워 있었습니다 오늘도 저는 고삐 매인 염소 새끼가 되어 몰이꾼의 뒤를 따랐습니다 오늘도 저는 무거운 짐을 이고 땀 흘리며 가는 방물장수의 등에 업힌 애기가 되었습니다 주여 ! 수없이 병들어 죽는 저를 보았습니다 수없이 달리는 차와 함께 뒹구는 저를 보았습니다 수없이 검은 손을 흔들어 간교히 제 목숨만 빠져나가는 저를 보았습니다 주여 ! 저의 참 영혼을 불러 주시옵소서 저의 참 영혼을 보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제 내 먼 길 떠나 어느 만큼이나 왔습니까? 설움이 흘러넘칠세라 내 항아리 싸안을 노을빛 마음 자락은 얼마만큼 익어 가고 있습니까? 돌팔매 던져도 감싸 안고 잔잔히 흐르던 강물은 또 어디만큼 흘러갔습니까? 이제금 외줄에 매달린 광대인 양 흐느끼고 목숨은 아직도 다하지 않았습니까? 울음 그친 하늘이 저만큼 물러서선 또 무엇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주여 ! 비워 주시옵소서. 당신의 빛항아리만큼이나 온전히 비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당신을 뵙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닮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물들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노래하게 하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나를 보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나를 알게 하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내 여정을 진작케 하여 주시옵고― 주여 ! 창 밖 마른 나뭇가지가 하느님의 은총으로 물기를 되찾듯 메마른 내 영혼에 생수를 내려 주시옵소서. 겨울 나뭇가지에 매달려 간동히 말라버린 생명 잃은 고엽 위에도 관 속의 아이로 눈 감은 시신 위에도― 주여 ! 오뇌하게 하시 옵소서. 이 평안의 꽃방석에서 바는 방석의 고행을 절감케 하시옵고 근시의 백태를 벗기어 눈 뜨게 하시옵소서. 내 이웃의 설움을 함께 나누고 내 이웃의 안녕을 진심으로 기뻐하게 하시옵소서. 주여 ! 육교 위에 엎드려 나를 향해 벌리는 때 묻은 손목을 잡고 애통하는 순수를 주시옵소서. 찢어지는 가슴을 주시옵고 각혈로 흘러버리는 내 피를 나누어 갖는 끓는 가슴을 주시옵소서. 우리들 마음 바닥에 깔려 있는 동정일랑 거두어 주시옵소서. 주여 ! 진심으로 내가 네가 될 수 있고 또 네가 내가 될 수 있는 본래의 나를 되찾게 하시옵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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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시와 음악과 사랑의 샘터 (님의 침묵) (1989)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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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장유진 시낭송 : 혼자있는 시간들 (199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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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장유진 시낭송 : 혼자있는 시간들 (199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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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장유진 시낭송 : 혼자있는 시간들 (199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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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장유진 시낭송 : 혼자있는 시간들 (199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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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장유진 시낭송 : 혼자있는 시간들 (199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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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장유진 시낭송 : 혼자있는 시간들 (199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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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장유진 시낭송 : 혼자있는 시간들 (199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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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장유진 시낭송 : 혼자있는 시간들 (199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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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장유진 시낭송 : 혼자있는 시간들 (199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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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장유진 시낭송 : 혼자있는 시간들 (199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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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장유진 시낭송 : 혼자있는 시간들 (199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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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장유진 시낭송 : 혼자있는 시간들 (199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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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장유진 시낭송 : 혼자있는 시간들 (199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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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장유진 시낭송 : 혼자있는 시간들 (199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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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장유진 시낭송 : 혼자있는 시간들 (199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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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장유진 시낭송 : 혼자있는 시간들 (199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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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시낭송 Vol.2 : 가슴 하나 가득 허무의 꽃을 피우고 (1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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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시낭송 Vol.2 : 가슴 하나 가득 허무의 꽃을 피우고 (1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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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시낭송 Vol.2 : 가슴 하나 가득 허무의 꽃을 피우고 (1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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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시낭송 Vol.2 : 가슴 하나 가득 허무의 꽃을 피우고 (1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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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시낭송 Vol.2 : 가슴 하나 가득 허무의 꽃을 피우고 (1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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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시낭송 Vol.2 : 가슴 하나 가득 허무의 꽃을 피우고 (1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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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시낭송 Vol.2 : 가슴 하나 가득 허무의 꽃을 피우고 (1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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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시낭송 Vol.2 : 가슴 하나 가득 허무의 꽃을 피우고 (1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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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시낭송 Vol.2 : 가슴 하나 가득 허무의 꽃을 피우고 (1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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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시낭송 Vol.2 : 가슴 하나 가득 허무의 꽃을 피우고 (1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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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시낭송 Vol.2 : 가슴 하나 가득 허무의 꽃을 피우고 (1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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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시낭송 Vol.2 : 가슴 하나 가득 허무의 꽃을 피우고 (1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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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시낭송 Vol.2 : 가슴 하나 가득 허무의 꽃을 피우고 (1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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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시낭송 Vol.2 : 가슴 하나 가득 허무의 꽃을 피우고 (1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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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유진 - 시낭송 Vol.2 : 가슴 하나 가득 허무의 꽃을 피우고 (19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