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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아침이슬 50년, 김민기에 헌정하다 Vol.4 (20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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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아침이슬 50년, 김민기에 헌정하다 Vol.4 (20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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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우리의 현대가요7 [omnibus] (20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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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우리의 현대가요5 [omnibus] (20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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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우리의 현대가요4 [omnibus] (20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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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골든가요 베스트5 [omnibus] (20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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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골든가요 베스트2 [omnibus] (20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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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386 동창회 [omnibus] (20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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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386 동창회 [omnibus] (20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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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사람들 2019` (20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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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사람들 2019` (20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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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사람들 2019` (20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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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사람들 2019` (20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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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사람들 2019` (20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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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나는 가수다 2] 5월 27일 - 5월의 가수전 [remake] (2012)
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 저 높은 곳에 우뚝 걸린 깃발 펄럭이며 당신의 텅 빈 가슴으로 불어오는 더운 열기의 세찬 바람 살며시 눈감고 들어봐요 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 가쁜 벗들의 말발굽 소리 누가 내게 손수건 한 장 던져 주리오 내 작은 가슴에 얹어 주리오 누가 내게 탈춤의 장단을 쳐주리오 그 장단에 춤추게 하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소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우산을 접고 비 맞아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당신의 그늘진 마음에 비 뿌리는 젖은 대기의 애틋한 우수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 주리오 누가 내 운명의 길동무 돼 주리오 어린 시인의 벗 돼 주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소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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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몇 시일까, 겨울 비 내리는데
썰물처럼 가로등 불빛 꺼지고 아무도 떠나가지 않을 정류장 시내 버스 모두 돌아오고 그 얼마나 먼 곳으로 헤매었니 이제 여기 변두리 잠시 닻을 내리고 아무도 돌아오지 않을 종점 역 그리움에 병 들었을 너 모든 시계들이 깊은 잠에 빠져도 네 먼 바다는 아직 일렁이고 있겠지 여기 끝 모를 어둠 깊어진대도 누군가 또 거기 작은 배를 띄우고 며칠일까, 오늘과 내일 사이 겨울 비 그치고 별이 뜰텐데 다시 떠날 차가운 아침 조용히 너의 바다 또 널 기다릴텐데 그 얼마나 먼 곳으로 헤매었니 네가 찾는 바다 그 길 끝에서 만날까 아무도 손 흔들지 않는 등대 아래 하얀 돛배 닻을 올리고 있을까 모든 시계들이 깊은 잠에 빠져도 네 먼 바다는 아직 일렁이고 있겠지 여긴 끝 모를 어둠 깊어진대도 누군가 또 거기 작은 배를 띄우고 며칠일까, 오늘과 내일 사이 겨울 비 그치고 별이 뜰텐데 다시 떠날 차가운 아침 조용히 너의 바다 또 널 기다릴텐데 20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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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날아가지 마, 여긴 그의 햇살 무덤
너희 날갯짓으로 꽃들을 피워주렴 아무도 볼 수 없는 그의 영혼처럼 이 화원 누구도 본 적 없지 떠나가지 마, 강변의 나비들이여 너희 명랑한 그 날갯짓 소리 그치면 풀잎 그늘 아래 꽃잎들만 쌓이고 그는 폐허 위에 서 있게 될걸 오, 눈 먼 사내의 은밀한 화원엔 오, 흐드러진 꽃 춤추는 나비 바람 날아가지 마, 여긴 그의 꿈의 영지 모든 휘파람들이 잠들고 깨이는 곳 누구도 초대할 수 없는 새벽들의 단 한 사람만의 고요한 늪지 떠나가지 마, 맑은 아침 나비들이여 옅은 안개 이슬도 꿈처럼 사라지면 거기 은빛 강물 헤엄치던 물고기들 그의 화원 위로 뛰어 오를 걸 오, 눈 먼 사내의 은밀한 화원엔 오, 흐드러진 꽃 춤추는 나비 바람 201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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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서울역 신관 유리 건물 아래 바람 메마른데
그 계단 아래 차가운 돌 벤치 위 종일 뒤척이다 저 고속 전철을 타고 천국으로 떠나간다 이름도 없는 몸뚱이를 거기에다 두고 예약도 티켓도 한 장 없이 떠날 수 있구나 마지막 객차 빈자리에 깊이 파묻혀 어느 봄날 누군가의 빗자루에 쓸려 소문도 없이 사라져 주듯이 모던한 투명 빌딩 현관 앞의 바람 살을 에이는데 지하철 어둔 돌계단 구석에서 종일 뒤척이다 저 고속 전철을 타고 천국으로 떠나간다 바코드도 없는 몸뚱이를 거기에다 두고 햇살 빛나는 철로 미끄러져 빠져나간다 통곡같은 기적소리도 없이 다만 조용히 어느 봄날 따사로운 햇살에 눈처럼 그 눈물 처럼 사라져 주듯이 소문도 없이 사라져 주듯이 200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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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연분홍 봄볕에도 가슴이 시리더냐
그리워 뒤척이던 밤 등불은 껐느냐 누옥의 처마 풍경 소리는 청보리밭 떠나고 지천명 사내 무릎처로 강 바람만 차더라 봄은 오고 지랄이야, 꽃 비는 오고 지랄 십리 벗길 환장해도 떠날 것들 떠나더라 무슨 강이 뛰어내릴 여울 하나 없더냐 악양천 수양 버들만 머리 풀어 감더라 법성포 소년 바람이 화개 장터에 놀고 반백의 이마 위로 무애의 취기가 논다 붉디 붉은 청춘의 노래 초록 강물에 주고 쌍계사 골짜기 위로 되새 떼만 날리더라 그 누가 날 부릅디까, 적멸 대숲에 묻고 양지녘 도랑 다리 위 순정 편지만 쓰더라 20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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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겨울 비 오다 말다, 반구대 어둑 어둑
배 띄우러 가는 골짜기 춥고 사납게만 휘도는 검은 물빛 대곡천 시끄럽게 내 발길을 잡고 다만 어린 고래여, 꿈꾸는 고래여 거기 동해로 가는 길은 어디 어기야 디야, 깊고 푸른 바다 어기야, 그 망망대해... 나의 고래는 이미 물 아래로 떠났을까 태고의 바위들 굳게 입 다물고 그의 체크 무늬 모자 위 차가운 비 그치고 “허어... 그 배를 볼 수가 없군요” 아, 어린 고래여, 나의 하얀 고래여 우리 너무 늦게 도착했나 어기야 디야, 깊고 푸른 바다 어기야, 그 백척간두... 먼 세기 울산만의 신화도 아득하고 소년들의 포구도 사라지고 문 닫힌 컨테이너 그 옛날 매점 간판만 숲으로 가는 길을 막고 섰네 다만, 어린 고래여, 꿈꾸는 고래여 붉은 산호들 춤추는 심해는 어디 어기야 디야, 저녁 숲 속의 바다 어기야, 거기 서 있는 고래여... 거기 문득, 서 있는 고래여 20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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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탐골 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의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도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 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워... 워...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 쯤에선 뭐든 다 보일게야 저 구로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날아 오른다 하늘 높이 훨... 훨... 빨간 신호등에 멈춰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길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 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날아 오른다 하늘 높이 훨... 훨... 훨... 훨... 199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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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강이 그리워, 네가 그리워
그와 함께 낡은 차를 타고 여기까지 왔지 계곡 물엔 단풍잎들이 헤엄치고 은어떼들 산으로 오르는 꿈을 꿨어 구례 읍내 하늘 나지막히 노을꽃 피고 산은 벌써 가을 햇살 툭툭 털어내는데 저 바람 자유자재 오, 정처도 없이 찰랑대는 물결, 모래 위를 걸어가는데 강이 그리워, 네가 그리워 저문 날 네 노래 들으려 여기까지 왔지 너는 가늘게 반짝이며 밤 바다로 가고 네가 떠나간 여울목에 다시 네가 있는데 산은 여기저기 상처난 길들을 지우고 가난한 시인네 외딴 빈 집 개만 짖는데 강이 그리워, 네가 그리워 그치지 않는 네 노래 들으려 여기 왔지 20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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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고비 사막에서 날아온 엽서 한 장
메마른 글씨들만 흩날리고 어린 낙타를 타고 새벽길을 떠나 그대 모래 바람 속으로 사라지고 창의 커텐을 열고 잠시 묵상 중이예요 여긴 너무 멀고 먼 샹그릴라 치즈와 차와 술과 노래 소리들 더 이상 외로운 여인들은 없죠 어느날 여행자들이 찾아와 구슬픈 바닷 새들의 노래를... 사막이 끝나는 높은 모래 언덕, 멀리 황홀한 설산들이 손짓해도 부디 그 산을 넘지 마, 넘진 마세요 그 너머에도 바다는 없죠 어느 밤, 차가운 별들의 시내를 건너시면 그 푸른 빛을 여기 띄워주시고 행여 별빛 따라가다 바달 만나도, 부디 거길 건너지는 마세요 또 어느날 여행자들이 몰려와 또 다른 세계의 달빛 노래를... 그대의 샹그릴라는, 음 어디 지상에서 누구도 본 적 없고 세상 끝 바닷가 작은 모래톱 만나면 거기 누워 길고 긴 꿈을 꾸세요 여기 다시 돌아오시지는 마세요 꿈꾸는 그대, 그리운 여행자 201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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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몇 시일까, 겨울 비 내리는데
썰물처럼 가로등 불빛 꺼지고 아무도 떠나가지 않을 정류장 시내 버스 모두 돌아오고 그 얼마나 먼 곳으로 헤매었니 이제 여기 변두리 잠시 닻을 내리고 아무도 돌아오지 않을 종점 역 그리움에 병 들었을 너 모든 시계들이 깊은 잠에 빠져도 네 먼 바다는 아직 일렁이고 있겠지 여기 끝 모를 어둠 깊어진대도 누군가 또 거기 작은 배를 띄우고 며칠일까, 오늘과 내일 사이 겨울 비 그치고 별이 뜰텐데 다시 떠날 차가운 아침 조용히 너의 바다 또 널 기다릴텐데 그 얼마나 먼 곳으로 헤매었니 네가 찾는 바다 그 길 끝에서 만날까 아무도 손 흔들지 않는 등대 아래 하얀 돛배 닻을 올리고 있을까 모든 시계들이 깊은 잠에 빠져도 네 먼 바다는 아직 일렁이고 있겠지 여긴 끝 모를 어둠 깊어진대도 누군가 또 거기 작은 배를 띄우고 며칠일까, 오늘과 내일 사이 겨울 비 그치고 별이 뜰텐데 다시 떠날 차가운 아침 조용히 너의 바다 또 널 기다릴텐데 20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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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류형선 - 여섯줄의 징검다리 (20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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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진광스님 - 구름 나그네: 시낭송집 (20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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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7080 반갑다! 친구야! - 사랑이 저만치 가네 (2006)
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
저 높은 곳에 우뚝걸린 깃발 펄럭이며 당신의 부푼 가슴으로 불어오는 더운 열기의 세찬바람 살며시 눈 감고 들어봐요 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 가쁜 벗들의 말발굽 소리 누가 내게 손수건 한 장 던져주리오 내 작은 가슴에 얹어주리오 누가 내게 탈춤의 장단을 쳐주리오 그 장단에 춤추게 하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소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 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우산을 접고 비 맞아 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당신의 그늘진 마음에 비 뿌리는 젖은 대기의 애틋한 우수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 주리오 누가 내 운명의 길 동무 돼주리오 어린 시인의 벗 돼 주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소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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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7080 반갑다! 친구야! - 사랑이 저만치 가네 (2006)
소리 없이 어둠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밤이 찾아 오면 창가에 촛불 밝혀 두리라 외로움을 태우리라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사랑은 불빛아래 흔들리며 내 마음 사로 잡는데 차갑게 식지 않는 미련은 촛불처럼 타오르네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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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 | ||||
from 백창우 - 백창우 시를 노래하다 2 : 현대 시인 (20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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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백창우 - 백창우 시를 노래하다 2 : 현대 시인 (20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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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노해 노동의 새벽 20주년 헌정음반 [tribute] (2004)
오늘도 공단거리
찾아 헤맨다마 는 허청허청 실업자로 걷는다마 는 없구나 없구나 자리 하나 없구나 스물일곱 이 한목숨 밥 벌 자리는 없구나 10년 걸려 목메인 기름 밥에 내 몸은 내 몸은 일당 사천원 사천원 사천원 사천원 사천원 사천원 사천원 사천원 사천원 예라이 씨팔 나도 세일이다 세일 삼천원도 좋고 이천원도 좋다 싸구려 싸구려 싸구려 싸구려 포장마차 막소주에 가슴 적시고 토큰 하나 달랑들고 헤맨다마 는 없구나 없구나 자리 하나 없구나 스물일곱 이 한목숨 밥 벌 자리는 없구나 오색 영롱 쇼윈도엔 바겐세일 지하도 옷 장수도 바겐세일 이 손목 살짝 끄는 밤 꽃의 웃음도 50% 세일이요 50% 세일이요 예라이 씨팔 나도 세일이다 세일 삼천원도 좋고 이천원도 좋다 싸구려 싸구려 싸구려 싸구려 다만 내 이 슬픔도 절망도 분노까지 함께 사가야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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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이것이 人生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ost] (2003)
애고 도솔천아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선말 고개 넘어 간다 자갈길에 비틀대며 간다 도두리 뻘 뿌리치고 먼데 찾아 나는 간다 정든 고향 다시 또 보랴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이깟 행차에 흥 난다고 봇짐 든든히 쌌겄는가 시름짐만 한 보따리 간다 간다 나는 간다 길을 막는 새벽 안개 동구 아래 두고 떠나간다 선말산의 소나무들 나팔소리에 깨기 전에 아리랑 고개만 넘어가자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도랑물에 풀잎처럼 인생행로 홀로 떠돌아 간다 졸린 눈은 부벼 뜨고 지친 걸음 재촉하니 도솔천은 그 어드메냐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등 떠미는 언덕 너머 소매 끄는 비탈 아래 시름짐만 또 한보따리 간다 간다 나는 간다 풍우설운 등에 지고 산천 대로 소로 저자길로 만난 사람 헤어지고 헤진 사람 또 만나고 애고, 도솔천아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노을 비끼는 강변에서 잠든 몸을 깨우나니 시름짐은 어딜 가고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빈 허리에 뒷짐 지고 나 나 선말 고개 넘어서며 오월산의 뻐꾸기야 애고, 도솔천아 도두리뻘 바라보며 보리원의 들바람만 애고, 도솔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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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 ||||
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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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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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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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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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 | ||||
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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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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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막차는 생각보다 일찍 오니 눈물 같은 빗줄기가 어깨 위에 모든 걸 잃은 나의 발길 위에 싸이렌 소리로 구급차 달려가고 비에 젖은 전단들이 차도에 한 번 더 나부낀다 막차는 질주하듯 멀리서 달려오고 너는 아직 내 젖은 시야에 안 보이고 무너져, 나 오늘 여기 무너지더라도 비참한 내 운명에 무릎 꿇더라도 너 어느 어둔 길모퉁이 돌아 나오려나 졸린 승객들도 모두 막차로 떠나가고 그 해 이후 내게 봄은 오래 오지 않고 긴 긴 어둠 속에서 나 깊이 잠들었고 가끔씩 꿈으로 그 정류장을 배회하고 너의 체온, 그 냄새까지 모두 기억하고 다시 올 봄의 화사한 첫 차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내 영혼 비에 젖어 뒤척였고 뒤척여 내가 오늘 다시 눈을 뜨면 너는 햇살 가득한 그 봄 날 언덕길로 십자가 높은 성당 큰 종소리에 거기 계단 위를 하나씩 오르고 있겠니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첫 차는 마음보다 일찍 오니 어둠 걷혀 깨는 새벽 길모퉁이 돌아 내가 다시 그 정류장으로 나가마 투명한 유리창 햇살 가득한 첫 차를 타고 초록의 그 봄 날 언덕길로 가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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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 ||||
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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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 ||||
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봄밤에 쓴 편지 못 부칠 편지
그 편지 쓰다가 가슴이 타서 고운 님 미운 님 잊어버릴까 봄밤에 부른 노래 님 그린 노래 그 노래 부르다 목이 메여서 고운 님 미운 님 잊어버릴까 봄밤에 꾸는 꿈 아지랭이 꿈 그 꿈을 꾸다가 눈물이 나서 고운 님 미운 님 잊어버릴까 1982년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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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 | ||||
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산모퉁이 그 너머 능선 위
해는 처연하게 짐기어만 가고 대륙풍 떠도는 먼 갯벌 하늘 위 붉은 노을 자락 타오르기만 하고 억새 춤 추는 저 마을 뒤 빈 산 작은 새 두어 마리 집으로 가고 늙은 오동 나무 그 아래 외딴 집 수숫대 울타리 갈 바람에 떨고 황토 먼지 날리는 신작로 저녁 버스 천천히 떠나고 플라타너스 꼭대기 햇살이 남아 길 아래 개여울 물소리만 듣고 먼 바다 물결 건너 산 은사시 날 저문 산길 설마 누가 올까 해는 산 너머 아주 져버리고 붉은 노을 자락 사위어만 가고 저기 저 빈 산에 또 하루가 가고 붉은 노을 자락 사위어만 가고 2001년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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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 | ||||
from A Tribute To 늦봄 문익환 목사 [tribute] (2000)
1.고마운 사랑아 샘솟아 올라라 이 가슴 터지며 넘쳐나 흘러라
새들아 노래불러라 나는 흘러흘러 적시리 메마른 이 내 강산을 2.뜨거운 사랑아 치솟아 올라라 누더기 인생을 불질러 버려라 바람아 불어오너라 나는 너울너울 춤추리 이 언 땅 녹여 내면서 3.사랑은 고마와 사랑은 뜨거워 쓰리고 아파라 피멍든 사랑아 살갗이 찢어지면서 뼈마다 부숴 지면서 이 땅 물들인 사랑아 이 땅 물들인 사랑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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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 | ||||
from A Tribute To 늦봄 문익환 목사 [tribute] (2000)
1.고마운 사랑아 샘솟아 올라라 이 가슴 터지며 넘쳐나 흘러라
새들아 노래불러라 나는 흘러흘러 적시리 메마른 이 내 강산을 2.뜨거운 사랑아 치솟아 올라라 누더기 인생을 불질러 버려라 바람아 불어오너라 나는 너울너울 춤추리 이 언 땅 녹여 내면서 3.사랑은 고마와 사랑은 뜨거워 쓰리고 아파라 피멍든 사랑아 살갗이 찢어지면서 뼈마다 부숴 지면서 이 땅 물들인 사랑아 이 땅 물들인 사랑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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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 | ||||
from 정태춘 & 박은옥 9집 - 정동진 / 건너간다 / 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기념 (1998)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 집 마당가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그 꽃들 베어진 날에 아 빛나던 별들 송정리 기지촌 너머 스러지던 햇살에 떠오르는 헬리콥터 날개 노을도 찢고 붉게...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깃발 없는 진압군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탱크들의 행진 소릴 들었소 아 우리들의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날 장군들의 금빛 훈장은 하나도 회수되지 않았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오...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옥상 위의 저격수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난사하는 기관총 소릴 들었소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여기 망월도 언덕배기의 노여움으로 말하네 잊지마라 잊지마 꽃잎 같은 주검과 훈장 누이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태극기 아래 시신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절규하는 통곡 소릴 들었소 잊지마라 잊지마, 꽃잎 같은 주검과 훈장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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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9집 - 정동진 / 건너간다 / 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기념 (1998)
강물 위로 노을만 잿빛 연무 너머로
번지고 노을 속으로 시내버스가 그 긴긴 다리 위 아, 흐르지 않는 강을 건너 아, 지루하게 불안하게 여인들과 노인과 말 없는 사내들 그들을 모두 태우고 건넌다 아무도 서로 쳐다보지 않고, 그저 창 밖만 바라볼 뿐 흔들리는 대로 눈 감고 라디오 소리에도 귀 막고 아, 검은 물결 강을 건너 아, 환멸의 90년대를 지나간다 깊은 잠에 빠진 제복의 아이들 그들도 태우고 건넌다 다음 정거장은 어디오 이 버스는 지금 어디로 가오 저 무너지는 교각들 하나 둘 건너 천박한 한 시대를 지나간다 명랑한 노랫소리 귀에 아직 가물거리오 컬러 신문지들이 눈에 아직 어른거리오 국산 자동차들이 앞 뒤로 꼬리를 물고 아, 노쇠한 한강을 건너간다 휘청거리는 사람들 가득 태우고 이 고단한 세기를 지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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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9집 - 정동진 / 건너간다 / 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기념 (1998)
맑은 햇살 푸르른 수풀 돌보지 않는
침묵의 땅 긴 긴 철조망 살벌한 총구 저 갈 수 없는 금단의 땅 바람에 눕는 억새 위 팔랑거리는 흰나비 저 수풀 너머 가려네 저 산도 넘어 가려네 기름진 땅, 무성한 잡초 흐드러진 꽃밭에서 쉴래 소나무 그루터기 무너진 참호 녹슨 철모 위에서 쉴래 졸졸 시냇물 건너며 팔랑거리는 흰나비 저 강도 넘어가려네 저 언덕 너머 음. 해 기울어 새들 날고 서편 하늘 노을이 지면 산봉우리 스피커, 초소 위의 망원경 날개짓도 조심조심 외딴 아기 새 둥지 위 팔랑거리는 흰나비 어두워 지기 전 가려네 저 너머로 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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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9집 - 정동진 / 건너간다 / 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기념 (1998)
무덥던 여름 지나면 온댔지 깊은 하늘과
상쾌한 바람으로 모든 산등성이 곱게 물들이고 기어코 온댔지 좋은 가을 그러나, 푸른 하늘은 어디 맑은 햇볕 뭉게 구름은 어디 우리 학교 창문 열고 공부할 수 있는 좋은 바람, 가을은 어디 학교 마당엔 나뭇잎 떨어지고 검푸른 잎새 그대로 떨어지고 콜록거리는 애들의 도화지엔 연기에 떨어지는 비행기 아, 푸른 하늘은 어디 맑은 햇볕 새털 구름은 어디 우리 엄마 어지러움 병 낫게 해 줄 좋은 가을, 가을은 어디 공장 도시엔 언제나 연기만이 엄마 시장엔 날리는 잿가루 어떤 애들은 벌써 이사 가고, 다시 돌아오는 친구는 없지 아, 푸른 하늘은 어디 붉은 노을 양떼 구름은 어디 먼지 없이 맛있는 떡뽂이 먹을 수 있는 그 가을, 가을은 어디 어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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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9집 - 정동진 / 건너간다 / 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기념 (1998)
저녁 해는 기울고 뜰엔 빨간 분꽃이
피고 들녘 나간 사람들 노을 지고 돌아올 시간 작은 물굽이 강가에 허리 구부려 몸들을 씻고 빛나는 물결, 그 강둑길, 그리움처럼들 돌아올 시간 음, 미풍에도 억새풀은 떨고, 풀섶에도 고운 들꽃들은 피어 노랑 나비, 흰 나비 아직 꽃잎에 날고 이제 그 위에 저녁 노을이 깃들면 저녁 해는 기울고 뜰엔 빨간 분꽃이 피고 들녘 나간 사람들 노을 지고 돌아올 시간 도회지 변두리에도 긴긴 그림자 해 떨어지고 구비구비 골목길 일 나간 사람들 돌아올 시간 음, 가파른 언덕길 전신주엔 그 억새 강가의 바람이 불고 거기 강변의 나비 날개짓으로 파르르 여기 창문마다 하나 둘 형광등들을 켜는데 골목길 뿌연 등불 아래로 고단한 사람들 서둘러 지나가고 먼 길 강물 숨죽여 그들 발 아래로 흘러만 가고 저녁 해는 기울고 뜰엔 빨간 분꽃이 피고 들녘 나간 사람들 노을 지고 돌아올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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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9집 - 정동진 / 건너간다 / 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기념 (1998)
텅 빈 대합실 유리창 너머 무지개를
봤지 끝도 없이 밀려오는 파도, 그 바다 위 소나기 지나간 정동진 철로 위로 화물열차도 지나가고 파란 하늘에 일곱 빛깔로 워... 아련한 얼굴 가슴 저미는 손짓으로 물보라 너머 꿈결처럼 무지개를 봤지 조각배 하나 넘실대는 먼 바다 위 소나기 지나간 오후 중앙로 철교 아래 그 비를 피하던 네가 파란 하늘에 일곱 빛깔로 워... 그리운 것이 저리 멀리 아니, 가까이 차마 다시 뒤돌아서 그 쌍무지개를 봤지 텅 빈 객차 달려가는 그 하늘 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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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9집 - 정동진 / 건너간다 / 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기념 (1998)
텅 빈 대합실의 유리창 너머 무지개를
봤지 끝도 없이 밀려오는 파도, 그 바다 위 소나기 지나간 정동진 철로 위로 화물열차도 지나가고 파란 하늘에 일곱 빛깔로 워... 아련한 얼굴 가슴 저미는 손짓으로 물보라 너머 꿈결처럼 무지개를 봤지 조각배 하나 넘실대는 먼 바다 위 소나기 지나간 오후 중앙로 철교 아래 그 비를 피하던 네가 파란 하늘에 일곱 빛깔로 워... 그리운 것이 저리 멀리 아니, 가까이 차마 다시 뒤돌아서 그 쌍무지개를 봤지 텅 빈 객차 달려가는 그 하늘 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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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해는 기울고, 한낮 더위도 식어 아드모어
공원 주차장 벤치에는 시카노들이 둘러앉아 카드를 돌리고 그 어느 건물보다도 높은 가로수 빗자루 나무 꼭대기 잎사귀에 석양이 걸릴 때 길 옆 담벼락 그늘에 기대어 졸던 노랑머리의 실업자들이 구부정하게 일어나 동냥 그릇을 흔들어댄다 커다란 콜라 종이컵 안엔 몇 개의 쿼터, 다임, 니켈 남쪽 빈민가 흑인촌 담벼락마다 온통 크고 작은 알파벳 낙서들 아직 따가운 저녁 햇살과 검은 노인들 고요한 침묵만이 음, 프리웨이 잡초 비탈에도 시원한 물줄기의 스프링쿨러 물 젖은 엉겅퀴 기다란 줄기 캠리 차창 밖으로 스쳐가고 은밀한 비벌리 힐스 오르는 길목 티끌, 먼지 하나 없는 로데오 거리 투명한 쇼윈도 안엔 자본보다도 권위적인 아, 첨단의 패션 엘 에이 인터내셔널 에어포트 나오다 원유 퍼 올리는 두레박들을 봤지 붉은 산등성이 여기 저기, 이리 끄덕 저리 끄덕 노을빛 함께 퍼올리는 철골들 어둠 깃들어 텅 빈 다운타운 커다란 박스들과 후진 텐트와 노숙자들 길 가 건물 아래 줄줄이 자리 펴고 누워 빌딩 사이 초저녁 별을 기다리고 그림 같은 교외 주택가 언덕 길 가 창문마다 아늑한 불빛 인적없는 초저녁 뽀얀 가로등 그 너머로 초승달이 먼저 뜬다 마켓 앞에서 식수를 받는 사람들 리쿼에서 개피 담배를 사는 사람들 버거킹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 사람들 아, 아메리카 사람들 캘리포니아의 밤은 깊어가고 불 밝은 이층 한국 기원 코리아 타운 웨스트 에잇스 스트리트 코메리칸 오피스 주차장 긴 철문이 잠길 때 길 건너 초라한 아파트 어느 골목에서 엘 에이 한 밤의 정적을 깬다 "백인들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미국에 와서 백인들을 잘 못 보겠어" (따당, 따당땅, 따당 땅 땅) 한국 관광객 질겁에 간 떨어지는 총소리 따당, 따당땅, 따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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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 ||||
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육만 엥이란다 후꾸오까에서 비행기
타고 전세 버스 부산 거쳐, 순천 거쳐 섬진강 물 맑은 유곡 나루 아이스 박스 들고, 허리 차는 고무장화 신고 은어잡이 나온 일본 관광객들 삼박 사일 풀코스에 육만 엥이란다 아... 초가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 햇살 신선하게 터지는 박꽃 넝쿨 바라보며 리빠나 모노 데스네, 리빠나 모노 데스네 까스 불에 은어 소금구이 혓바닥 사리살살 굴리면서 신간선 왕복 기차값이면 조선 관광 다 끝난단다 음, 음 육만 엥이란다 아... 초가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 햇살 신선하게 터지는 박꽃 넝쿨 바라보며 리빠나 모노 데스네, 리빠나 모노 데스네 낚싯대 접고, 고무 장화 벗고 순천의 특급 호텔 싸우나에 몸 풀면 긴 밤 내내 미끈한 풋가시내들 써비스 한 번 볼만한데 음, 음 환갑내기 일본 관광객들 칙사 대접받고, 그저 아이스 박스 가득, 가득 등살 푸른 섬진강 그 맑은 몸값이 육만 엥이란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나니나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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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 ||||
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문승현이는 쏘련으로 가고 거리엔
황사만이 그가 떠난 서울 하늘 가득 뿌옇게, 뿌옇게 아, 흙바람... 내 책상머리 스피커 위엔 고아 하나가 울고 있고 그의 머리 위론 구름 조각만 파랗게, 파랗게 그 앞에 촛대 하나 김용태 씨는 처가엘 가고 백선생은 궁금해하시고 "개 한 마리 잡아 부른다더니 소식 없네. 허 참..." 사실은 제주도 강요배 전시회엘 갔다는데 인사동 찻집 귀천에는 주인 천상병 씨가 나와 있고 "나 먼저 왔다. 나 먼저 왔다. 나 먼저 커피 주라 나 먼저 커피 주라 저 손님보다 내가 먼저 왔다 나 먼저 줘라. 나 먼저 줘라." 민방위 훈련의 초빙 강사 아주 유익한 말씀도 해주시고 민방위 대원 아저씨들 낄낄대고 박수 치고 구청 직원 왈 "반응이 좋으시군요. 또 모셔야겠군요." 백태웅이도 잡혀가고 아, 박노해, 김진주 철창 속의 사람들 철창 밖의 사람들 아, 사람들... 작년에 만삼천여 명이 교통사고로 죽고 이천이삼백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고 천이백여 명의 농민이 농약 뿌리다 죽고 또 몇 백 명의 당신네 아이들이 공부, 공부에 치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죽고, 죽고, 죽고... 지금도 계속 죽어가고... 압구정동에는 화사한 꽃이 피고 저 죽은 이들의 얼굴로 꽃이 피고 그 꽃을 따먹는 사람들, 입술 붉은 사람들 아, 사람들... 노찾사 노래 공연장엔 희망의 아침이 불려지고 비좁은 객석에 꽉찬 관객들 너무나도 심각하고 아무도, 아무 말도... 문승현이는 쏘련에 도착하고 문대현이는 퇴근하고 미국의 폭동도 잦아들고 잠실 야구장도 쾌청하고 프로 야구를 보는 사람들, 테레비를 보는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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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 | ||||
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음.....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쯤에선 뭐든 다 보일게야 저 구로 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 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 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 훠이, 훠이...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빛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 오른다. 하늘 높이 훨, 훨, 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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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 | ||||
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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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 | ||||
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우리는 긴긴 철교 위를 달리는 쏜살같은
전철에 지친 몸을 싣고 우리는 그 강물에 빛나던 노을도 진 아, 어두운 한강을 건너 집으로, 집으로 졸며... 우리는 신성한 노동의 오늘 하루 우리들 인생의 소중한 또 하루를 이 강을 건너 다시 지하로 숨어드는 전철에 흔들리며 그저 내맡긴 몸뚱아리로 또 하루를 지우며 가는가 창백한 그 불빛 아래 겹겹이 서로 몸 부대끼며 사람의 슬픔이라는 것이 다른 그 무엇이 아니구나 우리가 이렇게 돌아가는 곳도 이 열차의 또 다른 칸은 아닌가 아, 그 눈빛들 어루만지는 그 손길들 우리는 이 긴긴 터널 길을 실려가는 희망없는 하나의 짐짝들이어서는 안 되지 우리는 이 평행선 궤도 위를 달려가는 끝끝내 지칠 줄 모르는 열차 그 자체는 결코 아니지. 아니지. 우리는 무거운 눈꺼풀이 잠시 감기고 깜빡 잠에 얼핏 꿈을 꾸지 열차가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찬란한 햇빛 세상으로 거기 사람들 얼굴마다 삶의 기쁨과 긍지가 충만한 살 만한 인생, 그 아름다운 사람들 매일처럼 이 열차를 기다리는 저 모든 사람들 그들 모두 아니, 우리들 모두를 태우고 아무도, 단 한 사람도 내려서는 안 되지 마지막 역과 차량 기지를 지나 열차와 함께 이 어둔 터널을 박차고 나아가야지, 거기까지. 우리는 꿈을 꿔야지. 함께 가야지. 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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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저 들에 불을 놓아 그 연기 들판 가득히 낮은
논둑길 따라 번져가누나 노을도 없이 해는 서편 먼산 너머로 기울고 흩어진 지푸라기 작은 불꽃들이 매운 연기 속에 가물가물 눈물 자꾸 흘러 내리는 저 늙은 농부의 얼굴에 떨며 흔들리는 불꽃들이 춤을 추누나 초겨울 가랑비에 젖은 볏짚 낫으로 그러모아 마른 짚단에 성냥 그어 여기 저기 불 붙인다 연기만큼이나 안개가 들판 가득히 피어오르고 그 중 낮은 논배미 불꽃 당긴 짚더미 낫으로 이리저리 헤집으며 뜨거운 짚단 불로 마지막 담배 붙여 물고 젖은 논바닥 깊이 그 뜨거운 낫을 꽂는다 어두워가는 안개 들판 너머, 자욱한 연기 깔리는 그 너머 열나흘 둥근 달이 불끈 떠오르고 그 달빛이 고향 마을 비출 때 집으로 돌아가는 늙은 농부의 소작 논배미엔 짚더미마다 훨 훨 불꽃 높이 솟아오른다 희뿌연 달빛 들판에 불기둥이 되어 춤을 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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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올 봄 전주에서 우리에게로 소포 하나가
전해졌습니다. 그 속에는 사랑했던 아들을 잃은 비통한 한 아버지의 가슴 아픈 편지와 열아홉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그의 아들 '장하다' 군의 유고 시집이 들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보람있는 삶을 원했던 아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자유를 원했던 아이, 사랑과 우정... 그리고 꿈 꿀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원했던 아이... 너무나 맑고 고운 심성을 가진 우리의 아이들이 이 땅의 잘못된 현실, 잘못된 교육의 숨 막히는 강요 속에서 얼마나 절망하며 고통스러워 했는지... 그래서, 결국엔 스스로의 목숨을 던져 절규의 종을 울리는 한 마리의 새처럼 이 땅 모든 아이들의 고통을 알리고자 그는 그의 너무나 짧은 생을 마감하며 살아서 그가 참으로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전하는 그의 슬픈 시들을 남기고 여기 우리들로부터 떠나갔습니다. 해마다 이렇게 떠나가는 이백여 명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그의 노래가 여기 있습니다. 긴급 동의를 구하는 그들의 노래가 있습니다." 봄 햇살 드는 창밖으로 뛰어나갈 수 없네 모란이 피는 이 계절에도 우린 흐느껴 저 교회 지붕 위에 졸고 있는 비둘기 어서 날아가라, 계속 날아가라, 총질을 해대고 그 총에 맞아, 혹은 지쳐 떨어지는 비둘기들 음... 그래, 우린 지쳤어 좋은 밤에도 우린 무서운 고독과 싸워 기나긴 어둠 홀로 고통의 눈물만 삼켰네 아, 삶의 향기 가득한 우리의 꿈 있었지 노래도 듣고, 시도 읽고, 사랑도 하고 저 높은 산을 넘어 거친 들판 내닫는 꿈 오... 제발, 우릴 도와줘 내가 사랑한 것들 참 자유, 행복한 어린 시절들 알 수 없는 건 참 힘든 이 세상의 나날들 안녕, 이제 안녕, 여기 나의 노래들을 당신에게 전할 수 있다면 안녕, 모두 안녕, 열 아홉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안녕, 부디 나의 노래 잊지 말아 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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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 ||||
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시집 올 때 가져온 양단 몇 마름 옷장
속 깊이 모셔 두고서 생각나면 꺼내서 만져만 보고 펼쳐만 보고, 둘러만 보고 석삼년이 가도록 그러다가 늙어지면 두고 갈 것 생각 못하고 만져 보고, 펼쳐 보고, 둘러만 보고 시집 올 때 가져온 꽃신 한 켤레 고리짝 깊이 깊이 모셔 두고서 생각나면 꺼내서 만져만 보고 쳐다만 보고, 닦아도 보고 석삼년이 가도록 그러다가 늙어지면 두고 갈 것 생각 못하고 만져 보고, 쳐다 보고, 닦아만 보고 만져 보고, 펼쳐 보고, 둘러만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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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우리 젊은날의 노래 3 (1993)
에헤라 친구야, 박꽃을 피우세
초가집 추녀에 박 넝쿨 걸고 박꽃을 피우세 에헤라 친구야, 안개 속을 걸어 보세 새벽잠 깨어난 새소리 들으며 안개 속을 걸어보세 에헤라 친구야, 하늘을 바라보세 맑은 날 새 아침 흰 구름 떠가는 하늘을 바라보세 에헤라 친구야, 피리를 불어보세 저 언덕 너머로 양떼 몰고 가며 피리를 불어보세 에헤라 친구야, 노래를 불러보세 해 지는 강가의 빨간 노을 보며 노래를 불러보세 에헤라 친구야, 창문을 열어보세 까만 하늘 아래 쏟아지는 별 빛 창문을 열어보세 에헤라 친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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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 ||||
from 젊음의 노래 16 골든 힛트 VOL5 (1992)
눈물에 옷자락이 젖어도 갈 길은 머나먼데
고요히 잡아주는 손 있어 서러움을 더해 주나 저 사공이 나를 태우고 노 저어 떠나면 또 다른 나루에 내리면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서해 먼 바다 위론 노을이 비단결처럼 고운데 나 떠나가는 배의 물결은 멀리 멀리 퍼져간다 꿈을 꾸는 저녁 바다에 갈매기 날아가고 섬 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 물결 따라 멀어져 간다 어두워지는 저녁 바다에 섬 그늘 길게 누워도 뱃길에 살랑대는 바람은 잠잘 줄을 모르네 저 사공은 노만 저을 뿐 한 마디 말이 없고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육지 소식 전해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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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 ||||
from 아침을 여는 노래 1 [omnibus] (1991)
너희의 꿈은 한겨울 땅속 꿈틀대는 애벌레처럼
더디게 오는 따사한 봄볕 그리다 사라져간다 입시와 경쟁의 무거운 그늘 열여섯 붉은 넋 덮쳐버려도 끝내 가릴 수 없는 진리의 빛발 바늘침되어 빈교단에 무수히 꽃히니 흩어짐없이 우리 가리라 너희 주인되는 참교육세상을 향해 너희의 꿈이 환한 햇살로 활짝 피는 그 날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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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 ||||
from 남궁옥분, 강은철 - 남궁옥분 Vs 강은철 [compilation] (1990)
에헤라 친구야 내 꿈은 하늘이라
거치른 바다를 포근히 감싸는 내 꿈은 하늘이어라 에헤라 친구야 내 꿈은 구름이라 파란 하늘 아래 한가로이 떠가는 내 꿈은 구름이어라 에헤라 친구야 내 꿈은 바람이라 하늘과 땅 사이 뜻대로 오가는 내 꿈은 바람이어라 에헤라 친구야 내 꿈은 꽃잎이라 밤새 이슬 먹고 햇살에 싱싱한 내 꿈은 꽃잎이어라 에헤라 친구야 내 꿈은 사랑이라 착하고 해맑은 맘속에 피어난 내 꿈은 사랑이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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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 | ||||
from 정태춘 7집 - 아, 대한민국... (1990)
그대, 행복한가
스포츠 신문의 뉴스를 보며 시국을 논하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도 어린이 유괴 살해 기사는 있지, 있어 그대, 행복한가 보수 일간지 사설을 보며 정치적으로 고무 받으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도 점심 굶는 어린애들 얘기는 있지, 있어 그대,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우리중 누가 그 애들을 굶기고 죽이는지 정말 알고 있나, 알고 있나 그대, 행복한가 시장 개방, 자유 경제, 수입 식품에 입맛 돋으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도 칼로리와 땀 냄새는 있지, 있어 그대, 행복한가 주한 미군 기동 훈련과 핵무기에 고무받으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도 평화와 인도주의의 구호는 있지, 있구 말구 그대,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우리중 누가 그것들의 희생양이며 표적인지 정말 알고 있나, 알고 있나 그대, 행복한가 거듭나는 공화국마다 그 새 깃발을 쫓아 행진하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도 민족과 역사의 거창한 개념은 있지, 있어 그대, 행복한가 막강한 공권력과 군사력에 고무 받으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도 보호하고 지키려는 그 무엇은 있지, 그 무엇이 그대,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우리중 누가 그것들의 대상이며 주인인지 정말 알고 있나, 알고 있나 그대, 알고 있나 끊임없이 묶여 끌려가는 사람들을 매도하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 그들을 가두는 법전과 감옥이 있지 법전과 감옥이 그대 알고 있나 노동하는 부모밑에 노동자로 또 태어나는 저 아이들, 아이들 그래, 저들은 결국 다른 무엇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없다는 것을 그러나,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그들의 숫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정말 알고 있나, 알고 있나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정말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그들의 분노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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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7집 - 아, 대한민국... (1990)
가는구나 이렇게 오늘 또 떠나는구나
찌든 살림 설움 보퉁이만 싸안고 변두리마져 떠나는구나 가면 다시는 못 돌아오지 저들을 버리는 배반의 도시 주눅든 어린애들마져 용달차에 싣고 눈물 삼키며 떠나는구나 아 여기 누구의 도시인가 동포 형제 울며 떠나가는 땅 가는구나 모두 지친 몸으로 노동도 버리고 가는구나 어디간들 저들 반겨 맞아줄 땅 있겠는가 허나 가자 떠나는구나 (간주) 가면 다시는 못돌아오지 저들을 버리는 독점의 도시 울부짖는 이들을 내리치는 저 몽둥이들의 민주주의 절둑거리며 떠나는구나 아 여기 누구의 도시인가 동포 형제 울며 쓰러지는 땅 분노와 격멸로 부릅뜨는 우리들의 땅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며 가는구나 하늘 맑은 곳으로 이제 주소없이 떠돌지라도 사람의 땅에서 쫓겨 그 땅에 눈물 뿌리며 저들 식구가 떠나는구나 아 여기 누구의 도시인가 동포 형제 울며 쓰러지는 땅 분노와 격멸로 부릅뜨는 우리들의 땅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며 가는구나 하늘 맑은 곳으로 이제 주소없이 떠돌지라도 사람의 땅에서 쫓겨 그 땅에 눈물 뿌리며 저들 식구가 떠나는구나 사람의 땅에서 쫓겨 그 땅에 눈물 뿌리며 오늘 또 떠나는구나 오늘 또 떠나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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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1 | ||||
from 정태춘 7집 - 아, 대한민국... (1990)
강가의 풀꽃들이 강물의 노래에 겨워
이리로 또 저리로 흔들 흔들며 춤출 때 들판의 아이들이 제 땅을 밟고 뛰며 헤어진 옛 동무들을 소리쳐 부를 때 (후렴) 바로 그 때, 폭풍과 섬광 피어 오르는 버섯구름 하늘을 덮을 때 공장에서 돌아온 나어린 노동자 지친 몸을 내던지듯 어둔 방에 쓰러질때 갯가의 할아버지 물 건너 산천을 보며 갈 수 없는 고향 노래 눈물로 부를 때 도회지 한가운데 최루탄 바람이 불고 불꽃과 그 뜀박질로 통일을 외칠때 가슴엔 우국충정 압제의 칼날을 품고 얼굴에는 미소 가득 평화를 외칠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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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 | ||||
from 정태춘 7집 - 아, 대한민국... (1990)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사랑과 순결이 넘쳐 흐르는 이 땅 새악시 하나 얻지 못해 농약을 마시는 참담한 농촌의 총각들은 말고 특급 호텔 로비에 득시글거리는 매춘 관광의 호사한 창녀들과 함께 우린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나 아, 우리의 땅 아, 우리의 나라...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기름진 음식과 술이 넘치는 이 땅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싸우다가 쫓겨난 힘없는 공순이들은 말고 하룻밤 향락의 화대로 일천만원씩이나 뿌려대는 저 재벌의 아들과 함께 우린 모두 풍요롭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만족하게 살고 있지 않나 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공화국...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저들의 염려와 살뜰한 보살핌 아래 벌건 대낮에도 강도들에게 잔인하게 유린당하는 여자들은 말고 닭장차에 방패와 쇠몽둥이를 싣고 신출귀몰하는 우리의 백골단과 함께 우린 모두 안전하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평화롭게 살고 있지 않나 아, 우리의 땅. 아, 우리의 나라...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양심과 정의가 넘쳐 흐르는 이 땅 식민 독재와 맞서 싸우다 감옥에 갔거나 어디론가 사라져간 사람들은 말고 하루 아침에 위대한 배신의 칼을 휘두르는 저 민주인사와 함께 우린 너무 착하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바보같이 살고 있지 않나 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공화국...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거짓 민주 자유의 구호가 넘쳐흐르는 이 땅 고단한 민중의 역사 허리 잘려 찢겨진 상처로 아직도 우는데 군림하는 자들의 배 부른 노래와 피의 채찍 아래 마른 무릎을 꺾고 우린 너무도 질기게 참고 살아왔지 우린 너무 오래 참고 살아왔어 아, 대한민국, 아, 저들의 공화국... 아, 대한민국. 아, 대한민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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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 | ||||
from 정태춘 7집 - 아, 대한민국... (1990)
이제 집 사기는 다 틀렸네
예라, 더런 놈의 세상, 미친 놈의 세상 승질 나서 뒈지겠네 맑은 하늘의 햇살이 남한이나 북한이나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제일 세계나 제삼 세계나 아니, 서울의 변두리 셋방살이 내 집에도 차별없이 평등히, 따숩게 내리 쪼일 때 일층의 젊은 사모님 햇살이 따가워 넓은 마루 유리문에 그물같은 커튼을 치고 발톱에, 발톱에 매니큐어, 매니큐어 빨갱이 보다 새빨간 매니큐어를 바를 때 지하실에 우리 집 애들 책가방만한 창가로 흘러 드는 찌그러진 한 조각의 햇살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리며 놀다 그 창에 대고 조용히 묻네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이제 잘살기는 다 틀렸네 예라, 있는 놈의 세상, 가진 놈의 세상 열 받쳐서 미치겠네, 하체 힘도 쭉 빠지네 맑은 하늘의 햇살이 남한이나 북한이나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제일 세계나 제삼 세계나 아니, 서울의 변두리 비닐 하우스 동네에도 차별없이 평등히 따숩게 내리 쪼일 때 썩어가는 나라 자본의, 독점의 발톱이 한 필지, 두 필지 숨차게 줄을 그어댈 적에 촌놈들 살겠다고 떠나온들 무엇하나 파출부에 날품팔이 쌩몸 팔아 연명할 적에 못난 부모들 막일 나가고, 버려진 애들 아무거나 줏어 먹고, 아무데나 묽은 똥질을 할 적에 깡패들이 들이닥쳐 그 집을 부술제 그 아이들이 조용히 묻네 "우리들 세상은 이제 망한건가요?" 아니, 이제 바로 시작이다 저 망치, 몽둥이를 뺏아라. 이제 너희들의 것이다 이 더런 집들을 때려 부수자, 부숴, 부숴, 부숴버려! (그만!) "이젠 또 무엇을 부술까요?" 여기 패배와 순종, 체념과 그 비굴 이 애비의 의식에 내리쳐라 이 죽은 의식에 내리쳐라, 쳐라, 쳐라!! 이제 바로 시작이다 이제 바로 시작이다 우리 세상, 우리 세상, 우리 세상, 우리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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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7집 - 아, 대한민국... (1990)
"맞벌이 영세 서민 부부가 방문을 잠그고 일은 나간 사이, 지하 셋방에서 불이나 방안에서 놀던 어린 자녀들이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질식해 숨졌다.
불이 났을 때 아버지 권씨는 경기도 부천의 직장으로, 어머니 이씨는 합정동으로 파출부 일을 나가 있었으며, 아이들이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방문을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고, 바깥 현관문도 잠가 둔 상태였다. 연락을 받은 이씨가 달려와 문을 열었을 때, 다섯 살 혜영양은 방 바닥에 엎드린 채, 세 살 영철군은 옷더미 속에 코를 묻은 채 숨져 있었다. 두 어린이가 숨진 방은 3평 크기로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와 비키니 옷장 등 가구류가 타다만 성냥과 함께 불에 그을려 있었다. 이들 부부는 충남 계룡면 금대2리에서 논 900평에 농사를 짓다가 가난에 못이겨 지난 88년 서울로 올라 왔으며, 지난해 10월 현재의 지하방을 전세 4백만원에 얻어 살아왔다. 어머니 이씨는 경찰에서 '평소 파출부로 나가면서 부엌에는 부엌칼과 연탄불이 있어 위험스럽고, 밖으로 나가면 길을 잃거나 유괴라도 당할 것 같아 방문을 채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평소 이씨는 아이들이 먹을 점심상과 요강을 준비해 놓고 나가 일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는 주택에는 모두 6개의 지하방이 있으며, 각각 독립구조로 돼 있다." 젊은 아버지는 새벽에 일 나가고 어머니도 돈 벌러 파출부 나가고 지하실 단칸방엔 어린 우리 둘이서 아침 햇살 드는 높은 창문 아래 앉아 방문은 밖으로 자물쇠 잠겨있고 윗목에는 싸늘한 밥상과 요강이 엄마, 아빠가 돌아올 밤까지 우린 심심해도 할게 없었네 낮엔 테레비도 안 하고 우린 켤 줄도 몰라 밤에 보는 테레비도 남의 나라 세상 엄마, 아빠는 한 번도 안나와 우리 집도, 우리 동네도 안나와 조그만 창문의 햇볕도 스러지고 우린 종일 누워 천장만 바라보다 잠이 들다 깨다 꿈인지도 모르게 또 성냥불 장난을 했었어 배가 고프기도 전에 밥은 다 먹어치우고 오줌이 안 마려운데도 요강으로 우린 그런 것밖엔 또 할 게 없었네 동생은 아직 말을 잘 못하니까 후미진 계단엔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고, 도둑이라도 강도라도 말야 옆방에는 누가 사는지도 몰라, 어쩌면 거긴 낭떠러지인지도 몰라 성냥불은 그만 내 옷에 옮겨 붙고 내 눈썹, 내 머리카락도 태우고 여기 저기 옮겨 붙고 훨, 훨 타올라 우리 놀란 가슴 두 눈에도 훨, 훨 엄마, 아빠! 우리가 그렇게 놀랐을 때 엄마, 아빠가 우리와 함께 거기 있었다면... 방문은 꼭 꼭 잠겨서 안 열리고 하얀 연기는 방 안에 꽉 차고 우린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만 흘렸어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우린 그렇게 죽었어 그 때 엄마, 아빠가 거기 함께 있었다면... 아니, 엄마만이라도 함께만 있었다면... 아니, 우리가 방 안의 연기와 불길 속에서 부둥켜 안고 떨기 전에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방문을 세차게 두드리기 전에 손톱에서 피가 나게 방 바닥을 긁어대기 전에, 그러다가 동생이 먼저 숨이 막혀 어푸러지기 전에, 그 때, 엄마, 아빠가 거기에 함께만 있었다면... 아니야, 우리가 어느 날 도망치듯 빠져 나온 시골의 고향 마을에서도 우리 네 식구 단란하게 살아 갈 수만 있었다면... 아니, 여기가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축복을 내리는 그런 나라였다면... 아니, 여기가 엄마, 아빠도 주인인 그런 세상이었다면... 엄마, 아빠! 너무 슬퍼하지 마 이건 엄마, 아빠의 잘못이 아냐 여기 불에 그을린 옷자락의 작은 몸둥이. 몸둥이를 두고 떠나지만 엄마, 아빠! 우린 이제 천사가 되어 하늘 나라로 가는 거야 그런데 그 천사들은 이렇게 슬픈 세상에는 다시 내려 올 수가 없어 언젠가 우리 다시 하늘 나라에서 만나겠지 엄마, 아빠!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배운 가장 예쁜 말로 마지막 인사를 해야겠어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이제, 안녕...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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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7집 - 아, 대한민국... (1990)
장승 하나 뻗쳐 놓고
앗따 번쩍 유리 속의 골동품 버려진 저 왕릉 두루 파헤쳐 이놈 저놈 손 벌린 돈딱지 쇠죽통에 꽃 담아 놓고 상석 끌어다 곁에 박아 놓고 허물어진 종가 세간살이 때 빼고 광 내어 인사동 있는 사람, 꾸민 사람 납신다 불경기에 파장 떨이 다 넘어가도 고단한 신세 귀한데 가니 침 발라 기름 발라 인사동 놋요강에 개 밥 그릇까지 가마 솥에 누룽지까지 두메 산골 초가 마루 밑까지 뒤져 뒤져 쓸어다 돈딱지 열녀문에 효자비까지 충의지사 공덕비 향내음까지 고려 신라 백제 주춧돌까지 호시탐탐 침 흘리는 인사동 양코쟁이, 게다 신사 납신다 문 열어라 일렬종대 새치기 마라 푸대접 신세 물 건너 가니 침 발라 기름 발라 인사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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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7집 - 아, 대한민국... (1990)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너희 칼 쥐고 총 가진 자들 싸늘한 주검 위에 찍힌 독재의 흔적이 검붉은 피로, 썩은 살로 외치는구나 더 이상 욕되이 마라 너희 멸사봉공 외치는 자들 압제의 칼바람이 거짓 역사되어 흘러도 갈대처럼 일어서며 외치는구나 여기 한 아이 죽어 눈을 감으나 남은 이들 모두 부릅뜬 눈으로 살아 참 민주, 참 역사 향해 저 길 그 주검을 메고 함께 가는구나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너희도 모두 죽으리라 저기 저 민중 속으로 달려 나오며 외치는 앳된 목소리들 그이 불러 깨우는구나 일어나라 열사여, 깨어나라 투사여 일어나라 열사여, 깨어나라 투사여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바람이 분다, 저길 보아라 흐느끼는 사람들의 어깨 위 광풍이 분다, 저길 보아라 죽은 자의 혼백으로 살아온다 반역의 발굽아래 쓰러졌던 풀들을 우리네 땅 가득하게 일으켜 세우는구나 바람이 분다, 욕된 역사 위 해방의 깃발되어 저기 오는구나 자, 부릅떠야 하네 우리들 잔악한 압제의 눈빛을 향해 자, 일어서야 하네 우리들 패배의 언 땅을 딛고 죽어간 이들 새 역사로 살아날 승리 부활의 상여를 메고 자, 나아가야 하네 우리들 통일 해방 세상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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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7집 - 아, 대한민국... (1990)
한 여름 밤의 서늘한 바람은 참 좋아라 한낮의
태양 빛에 뜨거워진 내 머릴 식혀 주누나 빳빳한 내 머리카락 그 속에 늘어져 쉬는 잡념들 이제 모두 깨워 어서 깨끗이 쫓아 버려라 한 여름 밤의 고요한 정적은 참 좋아라 그 작은 몸이 아픈 나의 갓난 아기도 잠시 쉬게 하누나 그의 곁에서 깊이 잠든 피곤한 그의 젊은 어미도 이제 편안한 휴식의 세계로 어서 데려 가거라 아무도 문을 닫지 않는 이 바람 속에서 아무도 창을 닫지 않는 이 정적 속에서 어린 아기도 잠이 들고 그의 꿈 속으로 바람은 부는데 한 여름밤의 시원한 소나기 참 좋아라 온갖 이기와 탐욕에 거칠어진 세상 적셔 주누나 아직 더운 열기 식히지 못한 치기 어린 이 젊은 가슴도 이제 사랑과 연민의 비로 후드득 적셔 주어라 한 여름 밤의 빛나는 번개는 참 좋아라 작은 안락에 취하여 잠들었던 혼을 깨워 주누나 번쩍이는 그 순간의 빛으로 한밤의 어둠이 갈라지니 그 어둠 속에 헤매는 나의 길도 되밝혀 주어라 아무도 멈추게 할 수 없는 이 소나기 속에서 아무도 가로 막을 수 없는 이 번개 속에서 어린 아기도 잠이 들고 나의 창으로 또 번개는 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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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7집 - 아, 대한민국... (1990)
갇힌 자 더욱 자유로운 땅 이 땅에
흐느끼는 소리여 높은 담벽아래 시들은 풀잎 저보다 더욱 초라한 역사여 깨인 자들에게 쏟아지는 시련 달빛 속으로 쫓기는 양심들 주검없이 죽어간 청춘의 꽃들 다시 활짝 필 참세상은 어디 아 묶여서도 통일이라네 다시 만나야 할 형제 있으니 아 갇혀서도 해방이라네 조국의 역사로 살아 숨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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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 | ||||
from 정태춘 7집 - 아, 대한민국... (1990)
저 도랑을 타고 넘치는 황토물을 보라 쿨렁쿨렁
웅성거리며 쏟아져 내려간다 물도랑이 좁다, 여울목이 좁다 강으로, 강으로 밀고 밀려 간다 막아서는 가시덤불, 가로막는 돌무더기 에라, 이 물줄기를 당할까보냐 차고, 차고 넘쳐 간다. 어여 가자, 어여 가. 구비구비 모였으니 큰 골짜기, 마른 골짜기 소리 지르며 넘쳐 가자 어여 가자, 어여 가. 성난 몸짓 함성으로 여기저기 썩은 웅덩이 쓸어버리며 넘쳐 가자 가자, 어서 가자, 큰 강에도 비가 온다 가자, 넘쳐 가자, 황토강으로 어서 가자 가자, 어서가자 가자, 넘쳐가자 막아서는 가시덤불, 가로막는 돌무더기 에라, 이 물줄기를 당할까보냐 차고, 차고 넘쳐 간다. 어여 가자, 어여 가, 쿠르릉 쾅쾅 산도 깬다 옛따, 번쩍, 천둥 번개에 먹장구름도 찢어진다 어여 가자, 어여 가, 산 넘으니 강이로다 강바닥을 긁어 버리고 강둑 출렁 넘실대며 가자, 어서 가자, 옛 쌓은 뚝방이 무너진다 가자, 넘쳐 가자, 황토강으로 어서 가자 가자, 어서 가자 가자, 넘쳐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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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 ||||
from 양병집 4집 - 부르고 싶었던 노래들 (1988)
시집올 때 가져온 양단 몇 마름
옷장 속 깊이깊이 모셔 두고서 생각나면 꺼내서 만져만 보고 펼쳐만 보고 둘러만 보고 석삼년이 가도록 그러다가 늙어지면 두고 갈 걸 생각 못하고 만져보고 펼쳐보고 둘러만 보고 시집올 때 가져온 꽃신 한 켤레 고리짝 깊이깊이 모셔 두고서 생각나면 꺼내서 만져만 보고 쳐다만 보고 닦아도 보고 석삼년이 다가도록 그러다가 늙어지면 두고 갈 걸 생각 못하고 만져보고 쳐다보고 닦아만 보고 만져보고 쳐다보고 둘러만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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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 ||||
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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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내 고향집 뒷뜰의 해바라기 울타리에
기대어 자고 담 너머 논둑길로 황소마차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음, 무너진 장독대 틈 사이로 난장이 채송화 피우려 푸석한 스레트 지붕위로 햇살이 비쳐 오겠지 에헤 에헤야, 아침이 올게야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내 고향집 담 그늘의 호랭이 꽃 기세 등등하게 피어나고 따가운 햇살에 개흙 마당 먼지만 폴폴 나고 음, 툇마루 아래 개도 잠이 들고, 뚝딱거리는 괘종 시계만 천천히 천천히 돌아갈게야, 텅 빈 집도 아득하게 에헤 에헤야, 가물어도 좋아라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내 고향 집 장독대의 큰 항아리 거기 술에 담던 들국화 흙담에 매달린 햇마늘 몇 접 어느 자식을 주랴고 음, 실한 놈들은 다 싸 보내고 무지랭이만 겨우 남아도 쓰러지는 울타리 대롱대롱 매달린 저 수세미나 잘 익으면 에헤 에헤야, 어머니 계신 곳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마루 끝 판장문 앞의 무궁화 지는 햇살에 더욱 소담하고 원추리 꽃밭의 실잠자리 저녁 바람에 날개 하늘거리고 음, 텃밭의 꼬부라진 오이 가지 밭고랑 일어서는 어머니 지금 퀴퀴한 헛간에 호미 던지고 어머니는 손을 씻으실 게야 에헤 에헤야, 수제비도 좋아라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내 고향집 마당에 쑥불 피우고 맷방석에 이웃들이 앉아 도시로 떠난 사람들 얘기하며 하늘의 별들을 볼게야 음, 처자들 새하얀 손톱마다 새빨간 봉숭아 물을 들이고 새마을 모자로 모기 쫓으며 꼬박꼬박 졸기도 할게야 에헤 에헤야, 그 별빛도 그리워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에헤 에헤야, 어머니 계신 곳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어릴적 학교길 보리밭엔 문둥이도 아직 있을런지 큰길가 언덕 위 공동 묘지엔 상여 집도 그냥 있을런지 음, 미군부대 철조망 그 안으로 음, 융단같은 골프장 잔디와 이 너머 산비탈 잡초들도 지금 가면 다시 볼 게야 에헤 에헤야, 내 아버지는 그 땅 아래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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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 ||||
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후미진 아파트 하수구에서 왕모기나
잡으며 하루 종일을 보내는 애들 서울 변두리 학교 앞에는 앳된 병아리를 팔고 비닐 봉지에 사담아 집으로 돌아가는 애들 자연이란 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거친 벌판과 깊은 산과 긴 강물이란 여름이면 그늘 밑으로 겨울이면 양지쪽으로 숨이 차게 옮겨 다니는 저 노인들 모진 세파에 이리 깍이고 저리 구부러진 채 이제 마지막 일만 초조히 기다리는 이들 세월이란 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덧없는 과거와 희망찬 내일이란 미친 운명은 광란처럼 나의 숨통을 조이고 나는 허덕이다 꿈을 깨고 크고 작은 역경 속에서 저 자신을 학대하며 뚫고 나서면 또 거기 시련이 휴식이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마음의 평화와 육신의 안식이란 그의 노래는 별빛도 없는 짙은 어둠 속에서 나와 화사한 그대 향락의 옷자락 끝에 묻어 발길마다 채이며 떨며 매달려 이제 여기까지 따라왔는데 그의 노래는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슬픈 환락과 전도된 가치 속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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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써요 깊은
밤에 일어나 다시 읽어요 매일처럼 외로운 사랑을 적어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보아요 내일 또 만날 걸 알아요 오래 안 볼 수는 없어 하지만 또 떨어져서 이렇게 밤이 오면 화가 나게 미워요 사랑하는 이여 내 맘 모두 가져간 사랑하는 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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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고향 하늘에 저 별, 저 별 저 많은
밤 별들 눈에 어리는 그 날, 그 날들이 거기에 빛나네 불어오는 겨울 바람도 상쾌해 어린 날들의 추억이 여기 다시 춤을 추네 춤을 추네 저 맑은 별 빛 아래 한 밤 깊도록 뛰놀던 골목길 그 때 동무들 이제 모두 어른 되어 그 곳을 떠나고 빈 동리 하늘엔 찬 바람결의 북두칠성 나의 머리 위로 그 날의 향수를 쏟아 부어 눈물 젖네 눈물 젖네 나의 옛집은 나도 모르는 젊은 내외의 새 주인 만나고 바깥 사랑채엔 늙으신 어머니, 어린 조카들, 가난한 형수님 아버님 젯상에 둘러 앉은 객지의 형제들 한 밤의 정적과 옛 집의 사랑이 새삼스레 몰려드네 몰려드네 이 벌판 마을에 긴 겨울이 가고 새 봄이 오며는 저 먼 들길 위로 잊고 있던 꿈 같은 아지랭이도 피어오르리라 햇볕이 좋아 얼었던 대지에 새 풀이 돋으면 이 겨울 바람도, 바람의 설움도 잊혀질까 고향집도 고향집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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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아가야, 걸어라 두 발로 서서 아장
아장 할매 손도, 어매 손도 놓고 가슴 펴고 걸어라 흰 고무신, 아니 꽃신 신고 저 넓은 땅이 네 땅이다 삼천리 강산 거칠데 없이, 아가야 걸어라 아가야, 걸어라 두 다리에 힘 주고 겅중 겅중 옆으로 뒤로 두리번거리지 말고 앞을 보고 걸어라 한 발자욱, 그래 두 발자욱 저 앞 길이 환하잖니 가슴에 닿는 바람을 이겨야지, 아가야, 걸어라 아가야, 걸어라 어깨도 펴고 성큼 성큼 송아지 송아지 누렁 송아지 동무하여 걸어라 봄 햇살에 온 누리로 북소리처럼 뛰는 맥박 삼천리라더냐 그 뿐이라더냐, 아가야,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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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 | ||||
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담 넘어 뒷집의 젊은 총각 구성진
노래를 잘도 하더니 겨울이 다 가고 봄 바람 부니 새벽밥 해 먹고 머슴 가더라 산너머 구수한 박수 무당 굿거리 푸념을 잘도 하더니 제 몸에 병이 나 굿도 못하고 신장대만 붙들고 앓고 있더라 어리야디야 어리얼싸 어리야디야 앓고 있더라 길 건너 첫 집의 젊은 과부 수절을 한다고 아깝다더니 정 들은 이웃에 인사도 없이 그 춥던 간밤에 떠났다더라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온다 하기 동네 긴 골목을 뛰어가보니 동구 밖 너머론 바람만 불고 초저녁 단잠의 꿈이더라 어리야디야 어리얼싸 어리야디야 꿈이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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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그 언젠가는 한번쯤 문득 생각이 날지도
몰라 이제 다른 시간 속에서 일기처럼 묻어온 그 날들이 모두 변했다고 말하네, 비밀처럼 감추고 하지만 그 과거 속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나 그래, 우리들이 추억이라 말하는 그 날들은 갔네 이제까지 그랬듯이 그저 어쩌다 생각이 날지라도 음, 나의 과거 속에서 음, 그대 기억 속에서 다만 그렇게, 다만 그렇게 그 언젠가는 한번쯤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서로 변한 모습으로 옛날처럼 만날지도 몰라 애틋한 몸짓으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아름다웠던 지난 날들로 다시 돌아갈 수 없나 그래, 우리들이 추억이라 말하는 그 날들은 갔네 이제까지 그랬듯이 그저 어쩌다 생각이 날지라도 음, 나의 과거 속에서 음, 그대 기억 속에서 다만 그렇게, 다만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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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 | ||||
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도회지에 황혼이 붉게 물들어 오면 여행자의
향수도 어디서 찾아든다 술렁대는 가을 바람에 잎새 떨구는 나무 아래 옷깃 여미고 홀로 섰는 이 사람은 누구냐 은행 나무 찬 바람에 그 잎새 흩어지고 가로등 뿌연 불빛만 초저녁 하늘에 뿌리면 거리마다 바쁜 걸음 스쳐가는 사람 사이 처진 어깨에 발길 무거운 이 사람은 누구냐 땅거미 지고 어둔 변두리 가파른 언덕길로 어느 취객의 노랫소리 숨차게 들려오면 길 가 흩어진 휴지처럼 풀어진 가슴을 안고 그 언덕길 올라가는 이 사람은 누구냐 깊은 밤 하늘 위론 별빛만 칼날처럼 빛나고 언덕 너머 목 쉰 바람만 빈 골목길을 달리는데 창호지 문살 한 귀퉁이 뿌연 등불을 밝히고 거울 보며 일기 쓰는 이 사람은 누구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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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한 밤중의 한 시간 깨어 일어나 어둠
속에 잠 들은 이 세상을 보라 폭풍우 지난 해변처럼 밀려오는 정적만이 피곤한 이 도회지를 감싸 안고 재우는구나 높고 낮은 빌딩 사이, 그 아래 골목마다 어깨끼리 부딪치며 분주히 오가던 그 많은 사람들 눈을 감으면 되살아나는 그네들의 외침 소리 이제 모두 돌아가고 어둠만이 서성대는데 아, 이 밤과 새벽사이, 지나가는 시간 사이 파란 가로등만 외로이 졸고 차가운 그 불빛 아래 스쳐가는 밤 바람만이 어둠의 노래를 속삭이는데 별빛 아래 잠든 도시 침묵같은 그 속삭임 멀고 먼 저 언덕까지 깃발되어 나부껴도 새벽 거리에 내려 앉는 뿌연 안개처럼 이 한 밤의 노래들은 새 아침에 또 숨겨지리라 아, 이 밤과 새벽사이, 스쳐가는 밤 바람 사이 흐르는 시간은 멈추지 않고 졸고 있는 가로등 그늘에 비켜 앉은 어둠만이 바람의 노래를 외고 있는데 이슬 내리는 도로 위엔 일터 나가는 새벽 사람들 무심한 그 발걸음으로 또 하루는 지워지고 저 먼 변두리 하늘위로 새벽별이 빛나고 흔들리는 그 별빛 사이로 새 아침은 또 깨어 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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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사랑과 평화의 노래 (시인의 마을) (1986)
갈바람 소리에 두눈을 감으면 내가 서있는곳은 어디인고
나는 누구 인고 옷자락에 스미는 찬바람의 움추림 나는 외로운 산길의 나그네로구나 하얀 달 빛 아래 고개를 숙이면 내가 서있는 곳은 어디인고 나는 누구 인고 풀밭아래 몸을 털고 먼곳을 향해 떠나는 나는 외로운 밤길의 나그네로구나 찬새벽 이슬에 단잠이 깨이면 내가 있는곳은 어디인고 나는 누구 인고 근심스런 눈빛으로 웃듯이 떠난 나는 나는 내 먼길을 헤메는 나그네로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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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사랑과 평화의 노래 (시인의 마을) (1986)
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
저 높은 곳에 우뚝걸린 깃발 펄럭이며 당신의 부푼 가슴으로 불어오는 더운 열기의 세찬바람 살며시 눈 감고 들어봐요 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 가쁜 벗들의 말발굽 소리 누가 내게 손수건 한 장 던져주리오 내 작은 가슴에 얹어주리오 누가 내게 탈춤의 장단을 쳐주리오 그 장단에 춤추게 하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소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 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우산을 접고 비 맞아 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당신의 그늘진 마음에 비 뿌리는 젖은 대기의 애틋한 우수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 주리오 누가 내 운명의 길 동무 돼주리오 어린 시인의 벗 돼 주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소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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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윤설희 1집 - 촛불밝힌 밤에 (1985)
바람이 스쳐간 거리
거기 한줄기 햇살에 목이 마르고 바람 끝 저 흔들리는 손짓으로 누가 또 떠나나 돌아선 그대 목소리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소리처럼 내 어깨 위 무겁게 누르던 그 기억도 오늘따라 새로우니 *저 많은 사람들이 또 밀려드는 곳 나는 이 낯선 도시의 손님인가 서먹한 거리마다 황혼이 지고 나는 떠나간 사람을 기다리는데 오늘이 머물다가는 저기 저 지친 가로수 그늘 아래 애틋한 미련의 짐을 남겨둔 채로 누가 또 떠나나 *반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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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바람아 너는 어디있니 내 연을 날려줘
저 들가에 저 들가에 눈 내리기전에 그 외딴집 굴뜩 위로 흰 연기 오르니 바람아 내 연을 날려줘 그 아이네 집 하늘로 바람아 너는 어디갔니 내 연을 날려줘 저 먼산에, 저 먼산에 달 떠오르기전에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산 쪽으로 가는데 바람아 내 연을 날려줘 저 어스름 동산으로 바람아 너는 어디있니 내 연을 날려줘 저 하늘 끝 저 하늘 끝 가보고 싶은 땅 얼레는 끝없이 돌고 또 돌아도 그 자리 바람아 내 연을 날려줘 들판 건너 산을 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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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저 어둔 밤 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빈 거릴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속으로 새벽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오 강물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히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때 우리 이젠 새벽강을 보러 떠나요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오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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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저산꼭대기 아버지무덤
거친 베옷입고 누우신 그 바람 모서리 나오늘다시 찾아가네 바람거센 갯벌위로 우뚝솟은 그 꼭대기 인적 없는 민둥산에 외로워라 무덤하나 지금은 차가운 바람만 스쳐갈뿐 아 향불 내음도 없을 갯벌향해 뻗으신 손발 시리지 않게 잔부으러 나는 가네. 저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모진 세파속을 헤치다 이제 잠드신 자리 나오늘 다시 찾아가네 길도 없는 언덕 베기에 향포자락 휘날리며 요랑소리 따라가며 숨가쁘던 그언덕길 지금은 싸늘한 달빚만 내리비칠 아..작은 비석도 없는 이승에서 못다하신 그말씀 들으러 잔부으러 나는 가네. 저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지친 걸음 이제 여기와 홀로 쉬시는 자리 나오늘 다시 찾아가네 펄럭이는 만장너머 따라오던 조객들도 먼길 가던 만가소리 이제 다시 생각할까 지금은 어디서 어둠만 내려올뿐 아 ..석상 하나도 없는 다시볼수 없는분 그모습 기리러 잔부르러 나는 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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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저무는 이 거리에 바람이불고 돌아가는 발길마다 무거운데
화사한 가로등 불빛넘어 뿌연 하늘에 초라한 작은 달 오늘밤도 그 누구의 밤길지키려 어둔 골목골목까지따라와 취한발길 무겁게 막아서는 아~ 차가운 서울의 달. 한낮의 그림자도 사라지고 마주치는 눈길마다 피곤한데 고향잃은 사람들의 어깨위로 또한 무거운 짐이되어 얹힌 달 오늘밤도 어느산길 어느들판에 그 처연한 빛을 모두뿌리고 밤새워 이 거리 서성대는 아~고단한 서울의 달 밤새워 이 거리 서성대는 아~고단한 서울의 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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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눈물에 옷자락이 젖어도 갈 길은 머나먼데
고요히 잡아주는 손 있어 서러움을 더해 주나 저 사공이 나를 태우고 노 저어 떠나면 또 다른 나루에 내리면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서해 먼 바다 위론 노을이 비단결처럼 고운데 나 떠나가는 배의 물결은 멀리 멀리 퍼져간다 꿈을 꾸는 저녁 바다에 갈매기 날아가고 섬 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 물결 따라 멀어져 간다 어두워지는 저녁 바다에 섬 그늘 길게 누워도 뱃길에 살랑대는 바람은 잠잘 줄을 모르네 저 사공은 노만 저을 뿐 한 마디 말이 없고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육지 소식 전해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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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애고 도솔천아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선말 고개 넘어 간다 자갈길에 비틀대며 간다 도두리 뻘 뿌리치고 먼데 찾아 나는 간다 정든 고향 다시 또 보랴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이깟 행차에 흥 난다고 봇짐 든든히 쌌겄는가 시름짐만 한 보따리 간다 간다 나는 간다 길을 막는 새벽 안개 동구 아래 두고 떠나간다 선말산의 소나무들 나팔소리에 깨기 전에 아리랑 고개만 넘어가자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도랑물에 풀잎처럼 인생행로 홀로 떠돌아 간다 졸린 눈은 부벼 뜨고 지친 걸음 재촉하니 도솔천은 그 어드메냐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등 떠미는 언덕 너머 소매 끄는 비탈 아래 시름짐만 또 한보따리 간다 간다 나는 간다 풍우설운 등에 지고 산천 대로 소로 저자길로 만난 사람 헤어지고 헤진 사람 또 만나고 애고, 도솔천아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노을 비끼는 강변에서 잠든 몸을 깨우나니 시름짐은 어딜 가고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빈 허리에 뒷짐 지고 나 나 선말 고개 넘어서며 오월산의 뻐꾸기야 애고, 도솔천아 도두리뻘 바라보며 보리원의 들바람만 애고, 도솔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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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여드레 팔십리 방랑의 길목엔
남도 해무가 가득하고 어쩌다 꿈에나 만나던 일들이 다도해 섬 사이로 어른대누나 물 건너 제주도 바람 한 자락이 연락선 타고 와 부두에 내리고 뱃전에 밀려온 흰 물결 한 장이 나그네 발 아래 넘실대누나 에 헤야 얼라리여라 노 저어 가는 이도 부러운데 에 헤야 얼라리여라 님 타신 돛배도 물길 따라 가누나 떠나는 연락선 목 메인 고동은 안개에 젖어서 내 귀에 들리고 보내는 맘 같은 부두의 물결은 갈라져 머물다 배 따라 가누나 나오거나 가거나 무심한 갈매기 선창에 건너와 제 울음만 울고 빈 배에 매달려 나부끼는 깃발만 삼학도 유달산 손 잡아 보잔다 에 헤야 얼라리여라 노 저어 가는 이도 부러운데 에 헤야 얼라리여라 님 타신 돛배도 물길 따라 가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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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당신의 고단한 삶에 바람 조차 설운 날
먼 산에는 단풍 지고 바닷물도 차더이다 서편 가득 타오르는 노을 빛에 겨운 님의 가슴 내가 안고 육자배기나 할까요 비바람에 거친 세월도 님의 품에 묻고 여러 십년을 한결같이 눌 바라고 기다리오 기다리다 맺힌 한은 무엇으로 풀으요 저문 언덕에 해도 지면 밤 벌레나 될까요 어찌하리, 어찌하리 버림받은 그 긴 세월 동구 아래 저녁 마을엔 연기만 피어나는데 아, 모두 떠나가 버리고 해지는 고향으로 돌아올줄 모르네 솔밭길로 야산 넘어 갯 바람은 불고 님의 얼굴 노을 빛에 취한듯이 붉은데 곱은 허리 곧추세우고 뒷짐지고 서면 바람에 부푼 황포돛대 오늘 다시 보오리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되돌리기 비나이다 가슴치며 통곡해도 속절없는 그 세월을 아 모두 떠나가 버리고 기다리는 님에게로 돌아올 줄 모르네 당신의 고단한 삶에 노을 빛이 들도 꼬부라진 동구길에 풀벌레만 우는데 저녁 해에긴 그림자도 님의 뜻만 같이 흔들리다 멀어지다 어둠속에 깃드는데 |